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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전 北에서 즉석 노래한 박지원···김정일은 앵콜 외쳤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연합뉴스]

지난 2018년 4월 청와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원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시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과 악수하는 모습. 오른쪽은 서훈 국정원장.[연합뉴스]

 
박지원 신임 국정원장 후보자는 지난달 17일 외교·안보 분야 원로급 인사 자격으로 청와대 오찬에 참석했다. 문재인 대통령 왼쪽 두 번째 자리에 앉았는데, 참석자 중 가장 연장자(임동원 전 통일부장관) 다음으로 대통령과 가까웠다. 북한의 개성공단 연락사무소 폭파 직후였던 이날 문 대통령 뜻을 외부에 가장 적극적으로 알린 사람은 박 후보자였다. “대통령은 ‘상황 관리를 인내하면서, 대응은 적절히 하되 어떻게든 대화로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2주 뒤 문 대통령은 그를 국정원장 후보로 지명했다. 서훈 국정원장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기용하고 박 후보자를 새로 입각시키는 연쇄 인사다. 
 
특히 박지원·서훈 두 사람은 20년 전 6·15 남북정상회담 막전막후에서 함께 움직였다. 당시 문화부 장관이던 박 후보자는 김대중 대통령의 대북 밀사 자격으로 협상 과정을 총괄했고, 서 원장은 김보현 3차장-서영교 대북전략국장-서훈 대북전략조정단장으로 이어진 국정원 대북 라인의 실무자였다. 복수의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 정부 들어서도 두 사람은 수시로 대북 정책에 대한 의견을 나누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고유한 통일연구원장,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청와대에서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 고유한 통일연구원장, 임동원, 박재규, 정세현,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지원 전 의원과 오찬을 갖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 때문에 3일 정치권에선 이번 인사를 두고 “국정원장-안보실장 간 긴밀한 의사소통 속에 안정적인 북한 대응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전직 관료)는 평가가 나왔다. 문 대통령이 박 후보자를 전격 기용한 배경에 그의 경험과 중량감, 인적 네트워크가 큰 부분을 차지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경제제재 완화 등 실질적 이익 실현을 원하는 북측 요구에 적절히 대처하는 역량을 발휘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박 후보자는 앞서 2000년 6·15 회담과 관련해 “북측의 현금 지원 요구를 단호히 거절했다”고 여러 인터뷰·강연 등에서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박 후보자가 “현 정부에서도 남북문제에 대한 자문 역할을 하는 등 북한에 대한 전문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 “4선 국회의원 경력의 정치인으로 메시지가 간결하면서 명쾌하고, 정보력과 상황 판단이 탁월할 뿐만 아니라 제18·19·20대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활동하여 국가정보원 업무에 정통하다”라고도 했다. 이날 청와대가 발표한 인사 5인 중 2인(국정원장·통일부장관)은 청문회를 거쳐야 한다. 4선 의원 출신으로 ‘정치 9단’인 박 후보자는 수월하게 청문회를 넘길 가능성이 크다.
 

낙선 석 달 만에 부활

박 후보자는 21대 총선에서 낙선한 뒤 방송 출연·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외교안보 현안에 대한 의견을 활발히 개진해왔다. 지난달 19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외교안보라인 교체설을 두고 “김여정 제1부부장이 한 번 흔드니까 다 인사 조치되고 하는 것도 나쁜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부정적 견해를 비췄는데, 2주 뒤 본인이 국정원장 지명 당사자가 됐다.
 
지난 2014년 8월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옆 북측 개성공단 총국사무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박 후보자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14년 8월 개성공단 종합지원센터 옆 북측 개성공단 총국사무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박 후보자가 김양건 노동당 통일전선부장 겸 대남담당 비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는 2일 남·북·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전화 한 번 해서 만나면 된다. 가능성이 높지 않더라도 추진은 해야 하고 만들어 내야 한다”고 했다. DJ정부 시절 싱가포르와 중국 상하이·베이징을 넘나들며 북측 인사들과 수시로 핫라인을 가동했던 경험에서 나온 주장이다. 특히 박 후보자는 6·15 회담 환송 오찬 때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를 부른 것으로 유명하다. “‘내곁에 있어주’(이수미)가 끝나자 김정일 위원장이 앵콜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두 번째 곡으로 ‘우린 너무 쉽게 헤어졌어요’(최진희)를 부르자 김 위원장이 날더러 ‘장관 선생은 인민 예술가’라고 하더라.”(2008년 서울대 특강)
 
지난달 22일 박 후보자는 대미 외교와 관련해 “외교부에만 맡길 일이 아니라 통일부총리로 직접 미국 가서 설득할 건 설득하고 협의할 건 협의해야 한다”며 ‘특사 외교’를 강조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무장론’은 “바보 같은 이야기”라고 했다. 박 후보자는 내정 직후 “앞으로 입에 정치라는 정(政)자도 올리지 않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며 국정원 개혁에 매진하겠다. SNS 활동과 전화 소통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심새롬 기자 saero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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