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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천장 낮추기, 바닥 높이기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보안검색요원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말이 많습니다. 논란의 핵심은 ‘격차’입니다. 노동시장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이중구조로 짜인 현실에서 비정규직은 ‘뒤처짐’의 상징이 됐습니다. 햇볕 잘 드는 1층에 사는 인생과 곰팡이 피는 반지하 방에 사는 삶의 거리는 하늘과 땅만큼이나 벌어져 있습니다. 청년들이 반지하 방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설령 떨어졌더라도 좁은 사다리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게 이 시대의 풍경입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호소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이 지난달 25일 청와대 인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 관련 입장을 발표하며 호소문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일자리를 얻기 위해 극심한 경쟁 속에서 불안과 초조의 시간을 보내는 청년들이 ‘불공정’을 용납할 수 없죠. 이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는 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들은 공정한 과정과 절차에 따라 동등한 기회를 보장하라는 목소리를 내는 겁니다. 연봉 3500만원짜리 일자리라고 깎아내리는 목소리도 있지만, 정규직이라면 일하겠다고 나설 청년이 수천, 수만 명도 넘을 것입니다. 한국 노동시장의 현실입니다.
 
현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는 핵심이 빠져 있습니다. 비정규직 직원을 본사의 정규직으로 전환하거나, 자회사의 정식 직원으로 채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만 그럴수록 비정규직에 대한 낙인 효과만 커집니다. 비정규직은 경쟁에서 밀린 낙오 인생이라고 강조하는 꼴입니다. 중요한 건 정규직 전환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격차 해소입니다. 바닥을 높이고, 천장을 낮춰 바닥과 천장의 거리를 좁히는 게 우선이죠.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대통령이 인천공항공사 4층 CIP 라운지에서 열린 '찾아가는 대통령,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시대를 열겠습니다!' 행사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특히 천장 낮추기가 먼저입니다. 공공부문의 비대는 새삼 거론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만성병입니다. 공공부문 정규직은 안정된 일자리이면서 임금도 높습니다. 여러 공공기관은 아직도 연공서열 체제를 유지하고, 직무급 확대 등은 말뿐입니다. 노조의 입김이 강한 결과입니다. 철밥통 기득권을 챙긴 그들에게 대의를 위한 양보라는 가치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 결과가 늘어난 비정규직과 더 벌어지는 정규직-비정규직 격차 아닙니까. 햇볕 드는 1층의 천장이 낮아지면 원래 살던 사람들은 조금 불편하겠지만, 청년들이 들어갈 공간이 넓어집니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착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세상은 선의로만 돌아가지 않습니다. 착한 정책을 펴려면 체계적인 시스템과 프로세스를 먼저 정립해야 합니다. 공공부문 정규직의 철밥통을 깨야 격차 해소에 시동을 걸 수 있습니다. 격차가 줄어들면 굳이 비정규직이 정규직이 되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고 업무시간과 방식을 고려해 비정규직을 택할 사람도 나올 겁니다. 이런 다양한 고용 구조가 뿌리 내려야 노동 시장에 활기가 돕니다. 반지하 방에서 1층으로 올라가는 사다리의 폭을 넓히는 걸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건 반지하와 1층을 나누는 벽을 허무는 것입니다. 1층 사람들의 양보가 벽을 허무는 작업의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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