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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분한 이춘재 "탱크 위해 휴가 반납"…경찰이 주목한 軍생활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처제를 살해한 혐의로 수감돼 있던 이춘재(57)는 지난해 9월 24일 있었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수사본부와의 4번째 접견에서 종이에 '살인 12+2' '강간 19' '미수 15'라고 적은 뒤 내밀었다. 1~3차 접견에서 "증거물에서 DNA가 나왔다"고 추궁했는데도 부인했던 이춘재가 처음으로 범행을 시인한 것이다.
이춘재는 이후 경찰이 어떤 사건에서 DNA가 검출됐는지, 사건에 대한 설명이나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는데도 생생하게 범행 과정을 설명했다. "그때는 여기에 이런 게 있었다"라며 그림까지 그렸다.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진술하며 적은 내용.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을 진술하며 적은 내용.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수사 기록에 없던 사실, 이춘재는 알았다 

자백은 구체적이었다. 과거 수사 과정에서 잘못 알려진 사실을 이춘재가 바로 잡기도 했다. 1차 살인 사건의 범행시간의 경우 과거 수사 기록에는 새벽에 범행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이춘재는 퇴근 후 오후 9~10시쯤 범행을 했다고 일관되게 주장했다. 경찰이 당시 목격자 등을 불러 조사한 결과 이춘재의 진술이 맞았다.
 
'억울한 옥살이' 논란으로 재심이 진행되고 있는 8차 사건에 대해서도 이춘재는 양말을 두 손에 끼고 범행을 한 뒤 새 속옷을 입혔다고 밝혔는데 재조사 결과 8차 사건 피해자의 몸에선 장갑 같은 것으로 쓸린 자국이 발견됐고 속옷을 뒤집어 입힌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1년여에 걸친 수사 결과 이춘재가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과 수원시, 충북 청주 등에서 14건의 살인사건과 9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짓고 이춘재를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끝나 이춘재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반기수 수사본부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스1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지난 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경기남부지방경찰청에서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위해 반기수 수사본부장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탱크에 애착, 검열 위해 휴가 미루기도 

경찰은 52차례에 걸쳐 이춘재를 접견 조사했다. 그 결과 범행 동기를 "욕구 해소와 내재한 욕구불만을 표출하기 위해 가학적 형태의 범행을 했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춘재의 '군 생활'에 주목했다. 이춘재는 고교를 졸업한 1983년 군에 입대했다. 탱크 등을 다루는 기갑부대에 복무했다. 이춘재는 성장 과정이나 범행 경위 등은 무덤덤하게 진술했지만 군 생활의 추억을 이야기할 때는 흥분되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이춘재는 "내가 선두에서 탱크를 몰면 뒤에서 탱크들이 따라왔다"며 신이 나서 설명을 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춘재의 탱크 사랑은 남달랐다. 그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탱크 정비 등 검열을 위해 휴가를 반납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했다. 이춘재는 군 제대 전까지도 탱크 검열을 하는 등 정성을 쏟았다고 한다. 
 

강압적 어머니 밑에서 내성적으로 자라 

하지만 가정생활은 그렇지 않았다. 이춘재는 내성적이었다. 어린 시절 동생이 하천에 빠져 숨지는 일을 겪으면서 더 내성적으로 변했다. 이춘재의 고향 사람과 중·고교 동창들도 이춘재를 "조용했다"고 기억했다. 이춘재는 "어머니가 강압적이었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이춘재는 군에서 전역한 1986년 1월 23일 이후 집에서 생활했다. 첫 범행은 제대 뒤 한 달도 지나지 않은 2월 18일 발생한 성범죄다.
 
경찰 관계자는 "이춘재가 몰던 탱크가 매번 선두에 있진 않았겠지만, 가정에선 어머니가 시키는 대로 조용하게 생활했던 이춘재가 군대에서 성취감과 주체적인 역할을 경험하면서 심경에 변화가 생긴 것으로 추정된다"며 "군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이 이어지면서 이런 스트레스와 욕구불만이 성범죄와 살인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성욕 해소를 위해 범행을 시작했는데 피해자가 저항해 첫 살인을 저질렀고 범행이 계속 이어지면서 죄책감 등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해 연쇄살인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피해자가 반항하면 범행 수법도 잔혹해지고 가학적인 형태로 변했다. 사이코패스 검사 결과에서도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이춘재가 자백한 14건의 연쇄살인 사건. 그래픽=신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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