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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상의 시시각각] ‘인국공’ 문제, 통합당의 대처법

이현상 논설위원

이현상 논설위원

미래통합당이 청년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요즘것들 연구소’를 만들었다. 첫 번째 이슈로 인천국제공항(인국공) 사태를 다뤘다. 공공기관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하태경 의원 등은 연구소 1호 법안으로 ‘로또취업방지법’도 발의했다. 공공기관 채용 시 공개경쟁시험 의무화, 특별우대채용 금지 등이 내용이다.
 

처지에 따라 공정 기준은 제각각
원칙 없는 정규직화 비판 좋으나
비정규직 청년 고민까지 들어야

꼭 인국공 논란 때문인지는 알 수 없으나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50% 아래로 떨어졌다(리얼미터 조사). 통합당은 청년층의 ‘공정 이슈’를 자신들의 기회로 생각하는 듯하다. 과연 인국공 문제가 통합당에 유리하게만 작용할까. 당장의 반사이익을 즐기다 역풍을 맞을 가능성은 없을까.
 
평창 겨울올림픽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때 공정성 문제로 청년들이 반발하자 정부는 재빨리 사과 모드를 취했다. 대통령이 선수촌을 찾아 선수들을 달랬다. 그런데 지금은 다르다. 여권은 보수 세력의 가짜뉴스 탓을 하는 등 적극적 공세 모드다. 김두관 의원은 청년들 꿈이 그렇게 작았느냐는 타박도 서슴지 않는다.
 
평창과 인국공 사이, 무엇이 달라졌나. 176석의 의석이 권력을 오만하게 만들었을까. 그런 측면도 없지 않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추상과 현실의 차이라고 본다. 아이스하키팀 문제에서는 청년들 저마다의 구체적 이해가 개입하지 않았다. 국가가 내건 대의명분에 희생당한 선수들에게 쉽게 감정이입을 할 수 있었다. 인국공 문제는 결이 다르다. 청년들이 취준생들에게 ‘그저’ 동조하기엔 저마다 처한 현실이 걸린다. “너희들은 그래도 공부할 기회라도 있잖아”라고 생각할 수 있다. 청년 비정규직 250만 명(10~30대) 대 공시족 40만 명(통계청 추정)의 숫자로 봐서 이런 추정이 억측만은 아닐 것이다. 여권이 당당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현실에 기반을 둔 계산 때문이다.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온 불만이 청년층 전체 의견이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물론 원칙의 문제는 중요하다. 청년들이 분노하는 것은 입으로는 공정을 말하면서 ‘아빠·엄마 찬스’를 부끄러움도 없이 쓴 기성세대의 위선이다. 이벤트 펼치듯 정규직을 선물한 ‘대통령 찬스’도 원칙 없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현실에서 부닥치는 공정의 개념은 복잡다기하다. 자신의 처지에 따라 공정의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서, 공사장에서, 콜센터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청년들이 가진 공정 개념이 취준생들의 공정 개념과 같을 수는 없다. 능력주의가 꼭 공정한 것이냐는 근본적 질문도 무시할 수 없다. ‘로또취업방지법’이 오히려 정규직-비정규직이라는 이중적 노동시장의 벽을 더욱 굳히는 발상은 아닌지도 점검해 봐야 한다.
 
청년 세대가 공정에 예민해진 것은 그만큼 기회의 문이 좁기 때문이다. 아주 작은 차이로 그 문을 통과할 수 있는지가 생사를 가르는 현실이다. 통합당 ‘요즘것들 연구소’가 고민해야 하는 지점은 여기가 돼야 한다. 공공부문 일자리를 전리품 나눠주듯 하는 권력의 행태는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안 된다. 자신들에게 다가서겠다는 통합당에 청년들은 묻는다. “너희들은 어떡할 건데.” 이들에게 ‘정규직화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는 통합당의 말은 그저 면피용일 뿐이다.
 
‘로또 취업’이라는 용어부터 재고해야 한다. 정규직화한 인국공 1900명에게뿐 아니라 정규직화를 기대하는 비정규직 전체에게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 꼰대 이미지를 벗는다며 ‘재치’랍시고 붙인 말이 ‘아재 개그’처럼 더욱 꼰대스럽게 들리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뾰족한 방법은 없다. 당연하다. 현실은 그만큼 복잡하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바로 보수 야당 변신의 출발점이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런 고민을 하지 않고, 그저 반사이익만 챙기려다 21대 국회에서 풍찬노숙하는 신세로 전락하지 않았나.
 
이현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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