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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혜리의 시선] 어느 특별한 자식 사랑

안혜리 논설위원

안혜리 논설위원

“아이가 화나서 눈물 흘리고 있으니 건드리지 말라”고 누가 그랬다기에 기껏해야 초등생 나이 늦둥이를 둔 어느 동네 아주머니의 발언인 줄 알았다. 웬걸, 알고 보니 사석도 아닌 무려 국회 법사위에서 스물일곱살 먹은 장성한 아들을 둔 대한민국 법무부 장관 입을 통해 흘러나온 말이었다. 이날 추미애 장관은 “내가 보호하고 싶은 아들”이라는 표현도 썼다. 혹시 보호하고 싶지 않은 또 다른 아들이 있거나 본인과 달리 권력 없는 평범한 엄마들은 자기 아들을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없는 거로 오해하고 있는 걸까. 그게 아니라면 몸은 훌쩍 컸지만 정신상태는 예닐곱살에 머문 지적 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라 특별한 ‘보호’가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건가. 그렇지 않고서야 나이 서른 가까운 아들이 화나면 운다는 걸 굳이 전 국민이 알게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완전히 빗나간 추측이었다.
 

추미애, 아들 군 의혹에 “검언유착”
김두관은 유학 보도에 “언론개혁”
보통 사람과 다른 그들만의 특권

2008년, 그러니까 전임자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대입 스펙을 위한 해외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던 바로 그해에 당시 중학교 3학년이던 추 장관 아들 역시 엄마의 권유로 에티오피아 의료봉사를 다녀왔다는 기사를 보면 이런 막연한 예상과는 거리가 멀다. 추 장관이 보호하고 싶다는 이 아들은 추 장관이 더불어민주당 대표였던 2017년 군 복무 중 다리가 아프다는 이유로 총 20일에 걸친 연속휴가 후에도 제때 복귀하지 않아 탈영으로 처벌받을 위기에 처했다. 바로 이때 성명 불상의 한 대위가 어디선가 나타나 휴가를 연장해주고 홀연히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추 장관이 외압을 행사해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고, 무슨 사유인지 관련 수사는 5개월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추 장관 아들 사건과 달리 최근 속전속결로 군 수사가 이뤄진 나이스그룹 부회장 아들의 ‘황제 복무’ 논란에서 보듯 군과 관련한 특혜 시비는 결코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청와대 청원으로 의혹이 처음 불거진 후 관련 보도가 쏟아지면서 나이스 부회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했다. 도덕성을 검증받아야 하는 고위 공직자도 아닌 민간기업 전문경영인이었는데도 의혹 제기에서 사퇴까지 딱 닷새가 걸렸다. 피부병이 심해 군내 공용 세탁기를 쓰기 어려워 세탁물을 반출했고, 부대 밖으로 진료를 나왔다가 곧장 복귀하지 않고 집에 들르는 식으로 규정을 어긴 데 대해 아버지는 그저 “저의 불찰”이라며 고개 숙였다.
 
민간인도 이 정도니 고위 공직자 자녀와 관련한 특혜 시비엔 국민적 분노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추 장관 아들의 휴가 연장이 이뤄진 2017년은 당시 미국 유학 중이던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들이 의경 복무 중 보직 특혜 의혹으로 검찰로부터 ‘입국 시 통보와 함께 출국금지’ 요청까지 당했던 때다.
 
군 특혜 논란으로 누군 직장을 잃고 다른 누구 아이는 출국금지까지 당하는 마당에 추 장관은 보통 사병은 꿈도 못 꿀 미심쩍은 휴가 연장과 관련해 최소한의 유감 표명조차 없다. 오히려  언론의 보도를 싸잡아 “검언유착”이라고 비난하면서 언론에 대고 “(내 아들) 건드리지 말라”며 특별한 자식 사랑법을 보여주는 중이다.
 
세간의 규정·관행·상식과 어긋나든 말든 내 자식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호받아야 된다는 식의 남다른 자식 사랑이라면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뒤지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한마디 했다고 무원칙하게 이뤄진 인천국제공항(인국공)의 정규직 전환 방침 탓에 불공정 논란이 빚어진 것인데도 그는 “좀 더 배웠다고 임금 더 받는 게 불공정”이라며 청년들을 오히려 비난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자기 아들에겐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주겠다고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물가·학비 비싸기로 유명한 영국으로 유학까지 보냈다. 극심한 취업난에 시달리는 힘없는 남의 자식들이 “공정을 기해달라”고 요구할 땐 “더 배웠다고 더 받을 생각 마라”며 매섭게 비판하더니 자기 아들 유학이 논란이 되자 “흠집 내기” “자식을 가족(신상) 털기 명수들에게 먹잇감으로 내줄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언론 탓을 한다. 2011년 경남지사 시절 신고 재산이 1억여 원에 불과했는데 웬만한 대기업 임원도 보내기 어려운 유학자금을 어떻게 수년간 댔는지에 대해 입을 다물고선 뜬금없이 “언론개혁에 나서겠다”고도 한다.
 
추 장관과 김 의원이 왜 검언유착·언론개혁 운운하며 언론과 각을 세우는지 모르겠다. 군 복무 중 휴가는 얼마든지 연장하고, 전 재산 1억원에 유학 자금은 무한정 나오는 ‘비법’을 전 국민에게 전수하면 언론이 아무리 떠들어도 국민의 열화와 같은 지지를 얻을 텐데 말이다. 혹시나 대권 욕심이 있다면 비법 전수를 서둘러주기 바란다.
 
안혜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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