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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탈원전 비용 결국 전기료서 부담…3년도 못간 ‘거짓 약속’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월성 원전. [뉴스1]

탈원전 정책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월성 원전. [뉴스1]

2011년 5월 스위스 정부는 ‘에너지 전략 2050’을 발표했다. 핵심은 탈원전이었다. 가동 중인 원자력발전소를 2034년까지 모두 단계적으로 폐쇄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불과 두 달 만에 내린 결정이었다.
 

원전 폐쇄 비용, 전력기금서 조달
전기료 인상 대신 쌈짓돈 털어
‘꼼수’ 쓰지 말고 국민 동의 구해야

스위스는 한 발 더 나갔다. 탈원전을 보완하는 신재생에너지를 확충하기 위해 연간 4억8000만 스위스프랑(약 6000억원)의 전기요금을 더 거두겠다고 공언했다. 4인 가구 평균으로는 연간 40프랑(약 5만원)의 전기요금을 더 내야 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곁들였다. 투표로 국민의 이해와 동의를 받는 과정을 거쳤다. 9년이 지난 지금도 에너지 전략 2050이란 문패 그대로 실행 중이다.
 
한국의 탈원전 정책은 여러모로 달랐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탈원전을 공식화했다. 당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과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022년까지 탈원전 정책에 따른 전기요금의 추가 인상은 없다”고 밝혔다. 3년 전 여당과 정부의 선언은 결국 ‘허언’이 됐다.
 
산업부는 2일 ‘전기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경북 경주의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 같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 비용이 발생한다. 입법예고는 한국수력원자력이 부담할 비용을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메워주는 내용이다.
 
원래 이 기금은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대 초 한국전력의 민영화에 맞춰 공익적인 곳에 쓸 돈을 마련할 목적으로 조성됐다. 이후 한전 민영화는 없던 일이 됐지만 기금은 그대로 남았다. 소비자가 전기요금을 낼 때마다 3.7%씩 자동으로 따라붙는 부담금으로 기금을 쌓아나간다. 올해 계획한 적립금 규모는 4조9696억원이다. 이 기금은 그동안 당국의 ‘쌈짓돈’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하지만 탈원전은 쌈짓돈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7000억원을 들여 개·보수한 월성 1호기는 가동을 멈췄다. 신규 원전 건설의 백지화로 인한 손실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른다. 연관 산업 피해까지 고려하면 수십조원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일단 전력산업기반기금으로 급한 불을 막아볼 요량으로 보인다. 결국 전기요금의 인상과 관련 공공기관의 재정 악화는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안전하고 깨끗한 전력을 생산할 수 있게 기초를 닦아나가는 건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감추고 포장하고 미루면서 탈원전을 나쁜 정책처럼 보이게 하는 건 바로 현 정부다. 9년 전 스위스처럼 당당하게 선언하지 못하나. 제발 솔직해지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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