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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군대서 탱크 몰며 우월감…제대후 욕구불만 성범죄"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JTBC 뉴스룸에서 보도한 재소자 신분카드에 부착된 이춘재.[JTBC 캡처]

1986년부터 1991년까지 경기도 화성군에서 발생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 이춘재(57)가 사이코패스 성향을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지만 군 생활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의 스트레스 등을 풀기 위해 범행을 저지르기 시작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춘재가 14건의 살인 사건과 9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결론짓고 2일 검찰에 송치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날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종합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이 지난해 7월 15일 관련 증거물 일부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에 재감정을 의뢰하고, 같은 해 8월 9일 '처제 살인 사건으로 부산 교도소에 수감된 이춘재의 DNA와 일치한다'는 통보받으면서 수사에 착수한 지 11개월 만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공소시효가 지나 관련자에 대한 처벌은 불가능하다.
 

33년 만에 검출된 DNA…공소시효 지나 처벌 못 해 

경찰은 그동안 반기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2부장을 본부장으로 한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그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이춘재를 52차례에 걸쳐 접견 조사해 이춘재의 범행을 확인했다. 경찰은 조사 당시 이춘재에게 어떤 사건에서 DNA가 검출됐다는 설명도 하지 않고 자료 제시도 없이 과거 사건에 관해 물었다. 이춘재는 한 번도 경찰의 접견을 거부하지 않고 자신의 기억에 의존해 자유롭게 진술했다. 
 
이춘재는 자신이 화성군과 수원시, 충북 청주 등에서 14건의 살인 사건을 저질렀고 34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내용도 구체적이었다. 1차 사건의 경우 당초 새벽 시간에 범행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춘재는 자신이 퇴근한 이후인 '오후 10시쯤'이라고 주장했다. 조사결과 실제 범행 시간은 '오후 10시'로 결론이 났다.
 
이춘재가 경찰에 진술하던 중 적었다는 범행 수.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이춘재가 경찰에 진술하던 중 적었다는 범행 수. [박준영 변호사 페이스북 캡처]

이춘재의 범행은 그가 군을 전역한 1986년 1월 23일 이후 발생했다. 범행 장소도 이춘재의 집과 학교, 직장 등 연고가 있는 곳으로 이춘재의 생활반경과 일치했다. 현재까지 남아있던 3·4·5·7·9차 사건 증거물에선 이춘재의 DNA가 검출됐다. 경찰은 이춘재의 DNA가 검출되지 않은 9건의 살인 사건도 이춘재의 자백이 구체적이고 신빙성이 인정되는 점 등을 들어 이춘재의 범행으로 봤다.   
그러나 34건의 성범죄 중 25건은 이춘재의 자백 구체성이 떨어지고 개발 등으로 인해 발생 당시보다 지형에도 변화가 있어 장소 특정이 어려웠다. 피해자 일부는 진술을 거부했다. 이에 9건만 이춘재의 범행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피해자 아픔과 고통 전혀 공감 못 해"

경찰은 이춘재 진술의 객관성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 초기부터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이춘재를 면담하고 심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춘재는 '사이코패스' 성향'을 뚜렷하게 보였다.
가부장적인 가정에서 자란 이춘재는 내성적인 성격이었다. 어린 시절 동생이 하천에 빠져 죽은 사건까지 겪으면서 더 내성적으로 변했다. 그러나 군에 입대하면서 주도적이고 주체적인 성격으로 변했다고 한다. 이춘재는 군대에서 탱크를 운전하는 기갑부대에서 근무했다. 자신이 모는 탱크를 다른 탱크들이 뒤따르는 모습을 보면서 우월감과 성취감 등을 느꼈을 것으로 경찰은 분석했다. 
 
반기수 수사본부장은 "이춘재는 군대 시절을 얘기할 땐 신이 나서, 흥분된 상태로 말을 했다"며 "군에서 주체적인 역할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다가 전역 후 무료하고 단조로운 생활을 하면서 욕구불만을 풀기 위해 성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춘재가 범행을 거듭하면서 죄책감 등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해 연쇄살인으로 이어졌고 범행수법도 잔혹하고 가학적으로 진화됐다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춘재는 수사 초기 피해자들에게 "미안하다"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거짓이었다. 수사가 진행될수록 범행 원인을 피해자에게 돌렸고 자신의 건강과 교도소 생활을 걱정하는 이중적이고 자기중심적인 모습을 보였다. 자신의 가족에 대한 애착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반 본부장은 "이춘재는 피해자들의 아픔과 고통을 전혀 공감하지 못했다. 실제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한 결과 상위 65~85%로 사이코패스 성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경찰 "과거 수사 과오 등 사과" 

경찰은 이날 이춘재와 함께 과거 이 사건을 수사한 검찰과 경찰 등 9명도 함께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이춘재의 짓으로 드러난 8차 사건과 화성 초등학생 실종 사건 수사와 관련해 각종 불법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1명은 두 사건 모두에 연관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공소시효도 이미 끝나 경찰은 '공소권 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당시 경찰의 수사와 유가족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이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최종 수사 결과 발표를 마치고 과거 당시 경찰의 수사와 유가족에 대해 머리 숙여 사죄하고 있다. 뉴스1

배용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장은 "이춘재의 잔혹한 범행으로 희생되신 피해자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분들과 범인으로 몰려 20년간 억울한 옥살이를 한 분, 그 외 당시 경찰의 무리한 수사로 인해 손해를 입으신 모든 분께 사죄드린다"며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또 "당시 이춘재를 3차례 용의 선상에 올려놓고도 혈액형과 체모의 형태, 족적의 크기가 다르다는 이유로 검거하지 못한 아쉬움이 있었다"며 "이번 사건의 전체 수사 과정과 그 과정에서 드러난 잘잘못 등을 자료로 남겨 책임 있는 수사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역사적 교훈으로 삼겠다"고 덧붙였다.
 
최모란·채혜선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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