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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비 100억 넘는데 21곳 줄섰다…요즘 기업, 야구보다 '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 월드 챔피언십. 축구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라고도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해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롤 월드 챔피언십. 축구 월드컵에 빗대 롤드컵이라고도 불린다. [로이터=연합뉴스]

e스포츠 시장에 돈이 모여들고 있다.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롤·LoL)'의 프렌차이즈 팀(독점 파트너십) 모집에 기업 21곳이 참가하겠다고 손을 들었다. 1일 롤 개발·운영사인 라이엇게임즈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마감된 프렌차이즈 팀 모집 공고에 이미 롤 e스포츠팀을 운영 중인 SK텔레콤·KT 뿐만 아니라  카카오, 한화생명, 진에어, 농심, 한국야쿠르트, 대명소노 등 21개 기업이 신청서를 냈다. 라이엇게임즈는 신청팀 중 일부를 선발해 리그를 재구성할 계획이다.
게임업계에선 롤 프랜차이즈 가입비만 100억~150억 원 선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권리금 성격의 가입비는 프랜차이즈가 종료되더라도 돌려받지 못한다. 프로야구 창단 가입비 30억원(야구발전기금은 별도)과 비교해도 높은 편이다. 그런데도 대기업들이 이 시장에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뭘까.
 
 

"e스포츠는 글로벌 마케팅 플랫폼"

 
라이엇게임즈가 2011년 출시한 롤은 대표적인 글로벌 게임이다. 롤의 전세계 월 사용자는 1억명 이상. 
국내에서도 롤은 100주째 PC방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시청자 수에선 이미 기존 야구·축구 등 전통 스포츠를 압도했다. 올해 초 열린 '2020 롤 챔피언스리그 코리아'(2020 LCK)의 일평균 순시청자 수는 463만명이었는데, 올해 프로야구 개막전 5경기의 총 시청자 366만명(TV·포털사이트 시청자 수 합산)보다 많았다. 
 
기업들이 주목하는 점은 한국에서 열리는 LCK 경기 시청자의 62%가 해외 접속자라는 데 있다. 롤 팀을 운영하거나 스폰서십만 맺어도 해외에 기업을 알릴 기회를 잡을 수 있다. 롤 팀 '팀 다이내믹스'와 인수협약을 체결한 농심 관계자는 "롤 팀을 보유하는 게 농심의 글로벌 시장 공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급증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급증하는 글로벌 e스포츠 시청자.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특히, LCK 상위 3개팀에는 매년 열리는 롤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롤드컵에서 우승할 경우, 구단 운영 기업이 누릴 수 있는 파급 효과는 상상 이상이다. 지난해 롤드컵 최고 동시 시청자는 4400만명이었다. 결승전은 20개 이상의 플랫폼에서 16개 국어로 중계됐다.
 
롤을 즐기는 MZ세대(1980년대~2000년대 초반 출생)를 타깃으로 한 마케팅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또 리그 규모가 커지면 초기 투자금 이상의 가치로 팀을 매각할 수도 있어 재무적 투자처로도 매력적이다. 오지환 팀 다이나믹스 대표는 "코로나19 등 외부 요인이 없었다면 더 많은 기업이 프랜차이즈 모집에 참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랜차이즈로 장기적 마케팅 가능"

 
롤은 선수들이 5 대 5로 팀을 짠 뒤 상대 기지를 함께 파괴하는 걸 목표로 한다. 농구가 선수별로 가드·포워드·센터 등 역할을 구분하듯 롤도 각 챔피언(캐릭터) 특성에 따라 팀 전략을 짠다. 이정훈 라이엇게임즈코리아 e스포츠 프랜차이즈TF 리더는 "단체 스포츠 성격의 롤은 게임 개발 때부터 e스포츠를 염두에 두고 설계됐다"며 "한국은 2000년대 초반 스타크래프트를 시작으로 e스포츠 역사가 깊어 게임 방송·협회·선수·지원인력 등 인프라가 탄탄해 롤의 글로벌 메이저 시장"이라고 말했다.
 
LCK는 롤 발매 이듬해인 2012년 토너먼트 대회로 출발했다. 그리고 2015년 지금의 리그 형태로 진화했다. 유럽 축구리그처럼 성적에 따라 상·하위 리그를 오가는 승강제도 도입됐다. 이정훈 리더는 "승강제 방식은 팬들에게 흥미롭지만, 팀 입장에서는 언제든 2부로 떨어질 수 있어서 안정적인 스폰서십 계약을 맺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며 "영속적인 리그 참가권을 주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도입되면 팀이 거둘 수 있는 사업적 효과가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LoL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 'LCK 스프링'을 무관중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관중 없는 텅 빈 롤 파크. [사진 라이엇게임즈]

LoL 제작사 라이엇게임즈는 신종 코로나의 영향으로 올해 'LCK 스프링'을 무관중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은 관중 없는 텅 빈 롤 파크. [사진 라이엇게임즈]

 
라이엇게임즈와 리그 참여 팀은 리그를 공동 운영하며 수익을 나눌 예정이다. 각 팀은 스폰서십과 각종 마케팅 등을 통해 추가 수익도 올릴 수 있다. 상위권 팀인 T1, 젠지 이스포츠, DRX 등은 이미 나이키·푸마·삼성전자·BMW·맥라렌 등 글로벌 기업과 스폰서십을 맺었다.
 

최저 연봉 6000만원...비용 억제가 관건

 
다만,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비용 억제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도 구단 운영비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선수연봉의 하한선은 기존 프로스포츠의 2배 이상이다. 롤에 프랜차이즈를 도입하면서 라이엇게임즈가 정한 1군 선수 최저연봉은 6000만원, 프로야구 선수 최저연봉은. 2700만원이다. 최고 연봉 역시 이미 롤이 한참 앞섰다. 'T1'의 간판스타 페이커(이상혁)의 연봉은 5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25억원인 이대호(롯데)의 두 배 수준이다. 
 
익명을 요청한 롤 기업구단의 관계자는 "아직 e스포츠 구단이 자체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는 아니"라며 "선수 연봉 같은 비용을 억제할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구단 운영에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된 T1 소속 프로게이머 이상혁. [뉴스1]

2018년 포브스 선정 ‘아시아 30세 이하 리더 30인’에 선정된 T1 소속 프로게이머 이상혁. [뉴스1]

 
이정훈 리더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통해 산업 전반에 외부 자금이 유입되고 다양한 마케팅 기법이 활용된다면, 선수 연봉 이상의 수익을 창출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엇게임즈는 8월말까지 가입 신청서를 제출한 21개 팀에 대한 서류 심사를 한다. 이 리더는 "프랜차이즈 가입 신청 팀들을 개별 면담해 장기적인 비전을 가졌는지 등을 살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가입 신청서를 낸 기업 상당수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보다 먼저 프랜차이즈 시스템을 도입한 북미(LCS), 유럽(LEC)에서는 각각 10개 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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