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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령터널 ‘맑은 물 공포’···차수공사 미비로 지하수 유출 심각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죽령터널 공사 현장. 철로 바로 옆으로 지하수를 배출하는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강찬수 기자

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경북 영주시 풍기읍 소백산 죽령터널 공사 현장. 철로 바로 옆으로 지하수를 배출하는 수로가 만들어져 있다. 강찬수 기자

지난달 25일 경북 영주시 풍기읍 복선전철화 죽령 터널 구간 공사 현장.
기존 중앙선 철로 대신 단양군 도담역과 경북 영천역을 새로 연결하는 공사다.
 
새로 들어선 철로 한쪽 옆으로 폭 1m, 깊이 1m 정도의 콘크리트 배수로가 보였다.
터널에서 흘러나오는 지하수를 빼내는 수로였다.
수로에는 맑은 물이 제법 세차게 흐르고 있었다.
소백산 죽령터널의 지하수 배수로. 지난 25일 경북 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으나 지하수 유출 때문에 철로 옆 수로에는 물에 빠르게 흐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소백산 죽령터널의 지하수 배수로. 지난 25일 경북 지역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으나 지하수 유출 때문에 철로 옆 수로에는 물에 빠르게 흐르고 있다. 강찬수 기자

동행한 한국 터널 환경학회 부회장인 이찬우 박사는 "터널 공사 당시 지하수 유출을 막는 차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지하수 유출량이 많은 것"이라며 "터널 종점부인 이곳 풍기 쪽과 반대편 단양 쪽으로 흘러나가는 지하수를 더하면 하루 8000㎥나 된다"고 말했다.
 

하루 8000㎥…지하수위 10m 낮아져

죽령터널 공사구간. 도담~경천 전체 공사 구간 중 2공구에 해당하며, 터널 구간은 11.2km다.

죽령터널 공사구간. 도담~경천 전체 공사 구간 중 2공구에 해당하며, 터널 구간은 11.2km다.

지난 2010년 사업을 시작해 올가을 완공을 앞둔 도담~영천 공사에는 3조 6474억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죽령터널의 경우 지난 2017년 말 굴착공사가 완료됐고, 최근에는 나머지 공사도 마무리 단계다.
 
이 박사는 "턴키 공사를 맡아 진행하는 SK건설은 당초 지하수 유출량을 ㎞당 하루 432㎥ 이하 유지하고,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차수 공사를 진행하겠다고 기본설계에서 제시했다"며 "현재 유출량은 기본 설계의 거의 두 배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SK건설 측이 마련한 자체 지하수 대책에서 1m당 1분에 지하수가 0.3L씩 배출될 경우 콘크리트로 틈을 메우는 '차수 그라우팅'을 하겠다고 밝혔는데, 하루 1㎞당 432㎥에 해당한다.
터널 길이가 11.2㎞인 점을 고려하면 지하수 유출량이 하루 4838㎥ 이내로 줄여야 하는데, 실제 유출량은 두 배에 가까운 8000㎥가 흘러나오는 것이다.
 
이처럼 지하수가 다량 유출되면서 터널 상부의 지하수위도 낮아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박사는 "공사가 한창 진행될 때는 1㎞ 구간에서 하루 5000㎥씩 지하수가 유출돼 자체 기준의 10배가 넘기도 했지만, 차수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굴착공사 완료 후에도 터널 상부의 일부 지점에서는 지하수위가 최고 10m까지 낮아진 상태에서 회복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지하수 유출로 지하수위가 낮아질 경우 계곡·습지가 말라 국립공원 생태계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게 이 박사의 주장이다.
미국에서는 터널 공사 때 지하수 유출이 1㎞당 290㎥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할 때는 차수 공사를 권장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 협의 '무용지물'

소백산 죽령터널 인근 계곡수. 일부에서는 터널 공사로 인해 계곡수 유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자료는 없는 상태다. 강찬수 기자

소백산 죽령터널 인근 계곡수. 일부에서는 터널 공사로 인해 계곡수 유량이 줄었다고 하지만 모니터링을 하지 않아 구체적인 자료는 없는 상태다. 강찬수 기자

시공사인 SK 측은 지하수 대책 등을 제시하며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협의를 마쳤다.
터널 위 죽령천 아래를 통과하는 구간에서는 지하수가 유출되지 않도록 전체 구간에 대해 차수 공사를 진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실제 공사에서는 설계를 변경해 일부 구간에 대해서만 차수 공사를 진행했다.
시공사 측 관계자는 "죽령천 하부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지하수 유출량이 많지 않았고, 감리단을 통해 발주처인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보고하고 진행해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시공 과정에서 굳이 차수 공사를 할 필요가 없는 구간에 대해서는 생략했다는 것이다.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관계자는 "환경영향평가 때 협의한 내용이라도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라 사업 승인기관인 국토교통부에서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처리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이와 함께 SK건설 측은 또 현재 하루에 유출되는 지하수가 8000㎥가 아니라 자체 기준보다 약간 웃도는 6000㎥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지하수 유출량을 모니터링하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도시에선 차수 공사 안 하면 '치명적'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인천 동구 삼두1차 아파트의 균열. 강찬수 기자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인천 동구 삼두1차 아파트의 균열. 강찬수 기자

도시 밑을 지나는 터널 공사의 경우 차수 공사를 소홀히 하면 심각한 분쟁에 휘말릴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시 동구 삼두 1차 아파트 사례다.
 
250가구가 거주하는 이 아파트 건물 두 동과 인근 인천중앙교회는 건물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벽이 갈라지는 등 붕괴 위험에 처해있다.
주민들은 아파트 바로 아래 땅속을 지나가는 수도권 제2 외곽순환(인천~김포) 고속도로 사업의 제2공구인 인천 북항 터널 탓으로 지하수와 바닷물이 과도하게 빠져나간 탓이라며, 2017년 12월 시공사인 포스코건설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수도권 제2 순환 고속도로와 인천 동구 삼두 아파트 위치

수도권 제2 순환 고속도로와 인천 동구 삼두 아파트 위치

인천 삼두1차 아파트의 경비실이 지반침하로 주저앉아 지붕과 벽체 사이에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 주민대표인 조기운씨가 직접 손을 넣어 보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인천 삼두1차 아파트의 경비실이 지반침하로 주저앉아 지붕과 벽체 사이에 어른 주먹이 들어갈 정도로 틈이 벌어졌다. 주민대표인 조기운씨가 직접 손을 넣어 보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아파트 입주자 대표인 조기운 씨는 "법원 감정에서 아파트의 기울기와 균열이 각각 E등급으로 판정돼 주민이 살면 안 되는 상황"이라며 "2년 전부터 아파트 거래와 전세가 뚝 끊겼다"고 말했다.

조 씨는 "36년 된 아파트이지만, 같이 건설된 삼두 2차 아파트는 멀쩡하다"며 "바다를 매립한 지역이고, 지금도 수로를 통해 바닷물이 드나드는 이곳에 터널을 뚫을 땐 대비를 해야 했다"고 강조했다.
삼두 아파트 인근 인천 동구 인천중앙교회도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 교회 장로 김은상 씨가 계단의 균열을 살펴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삼두 아파트 인근 인천 동구 인천중앙교회도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 이 교회 장로 김은상 씨가 계단의 균열을 살펴보고 있다. 강찬수 기자

지반침하로 붕괴가 우려되는 인천중앙교회의 벽과 벽 사이가 벌어져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강찬수 기자

지반침하로 붕괴가 우려되는 인천중앙교회의 벽과 벽 사이가 벌어져 햇빛이 들어오고 있다. 강찬수 기자

붕괴가 우려되는 인천중앙교회의 1층 철문 틀이 압력을 받아 찌그러지고 벽이 부서졌다. 강찬수 기자

붕괴가 우려되는 인천중앙교회의 1층 철문 틀이 압력을 받아 찌그러지고 벽이 부서졌다. 강찬수 기자

전체 길이가 9.29㎞인 인천 북항 터널에서 차수 공법 적용 기준은 10m당 하루 180㎥이었는데, 많을 때는 4148㎥까지도 지하수가 유입됐고, 공사가 완료된 현재도 하루에 1500㎥ 안팎의 물이 터널로 쏟아지고 있다.
 
포스코 건설 관계자는 "일단 소송이 진행 중인 상태여서 소송 결과 지켜보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강제적인 차수 공사 규정 만들어야"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립공원 아래를 지나는 터널 공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2018년 착공, 2023년 완공 예정인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 GTX-A)은 북한산국립공원을 관통한다.
또,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는 내년에 착공해 2026년 완공될 예정인데, 설악산국립공원을 관통하게 된다.
 
환경부는 북한산국립공원 터널 관통과 관련한 환경영향평가 협의에서 지하수위 저하 방지를 위해 차수 공법을 적용하고, 발파 공법 대신 무진동 공법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터널 환경학회에서는 "차수 공법 적용을 강제하도록 제도를 개선하지 않는다면 이런 환경영향평가 협의는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진국처럼 발파 대신 거대한 드릴 형태로 터널을 뚫고 지나가는 TBM 공법을 도입하면 공기를 단축할 수 있어 차수 공사를 강화할 수 있고, 공사 소음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터널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이나 재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터널 공사 구간에서 10m당 하루 180㎥씩, 혹은 30m당 하루 540㎥ 이상의 지하수가 7일 이상 계속 유출될 경우 반드시 차수 공사를 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며 "여러 현실을 고려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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