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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 분조위, 사상 첫 '계약 취소'…"투자금 100% 돌려줘라"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금융감독원의 라임사태 첫 분쟁조정 결과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계약취소와 투자원금 전액(100%) 반환 결정이 났다. 라임자산운용이 무역금융펀드 투자제안서를 통해 수익률과 투자위험 등 핵심정보를 허위·부실기재하고 판매사가 이를 투자자에게 그대로 설명함으로써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했다는 점이 인정되면서다. 이번 분쟁조정 결과에 따라 원만한 자율조정이 진행될 경우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무역금융펀드에 사상 첫 계약취소·전액 반환 결정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30일 금융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라임자산운용이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신청 4건에 대해 '착오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했다고 1일 밝혔다. 계약 취소 결정에 따라 펀드 판매계약의 당사자인 판매사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원금 전액을 반환할 것을 권고 받았다. 계약 취소 결정은 금융투자상품 분쟁조정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이번 분쟁조정은 환매중단된 4개 라임펀드(플루토·테티스·무역금융·크레디트인슈어드) 가운데 무역금융펀드 및 그 자펀드들을 상대로 한 분쟁조정 신청 건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현재까지 라임펀드 관련 분쟁조정 신청건 총 672건 가운데 무역금융펀드 관련 신청 건은 108건이다. 이중 이번 분조위에 부의된 건은 4개다.
 
라임펀드는 각 모펀드별로 투자대상과 부실 발생 시점·원인 등이 전부 다르다. 금감원은 앞선 검사를 통해 무역금융펀드에서 중대한 불법행위를 상당부분 확인했으며, 이에 따라 계약취소까지 고려해 무역금융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을 추진키로 했다. 지난 4월 합동 현장조사단을 구성해 무역금융펀드 현장조사에 돌입한 금감원은 두 차례 법률자문 등을 거쳐 이번 분조위를 개최했다.
 

신금투·라임, 2018년 6월 부실인지 이후 속여서 계속 판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 사진은 지난해 10월 1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서울국제금융센터(IFC 서울)에서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2017년 5월부터 운용된 무역금융펀드는 라임운용이 신한금융투자의 총수익스와프(TRS)를 이용해 신한금융투자 명의로 미국 IIG펀드, BAF펀드, Barak펀드, ATF펀드 등 해외 무역금융펀드에 투자한 재간접 펀드다. 2018년 6월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가 무역금융펀드 투자처인 IIG펀드의 기준가격 미산출 사실을 인지하고도 IIG펀드의 기준가격이 매달 약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임의조정하면서 문제가 시작됐다.
 
같은해 11월 라임운용과 신한금융투자는 IIG펀드의 부실 및 청산절차가 개시된다는 사실을 통지받았음에도 이를 투자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채 무역금융펀드 판매를 지속했다. 신한금융투자는 2019년 2월 무역금융펀드의 또 다른 투자처 BAF펀드가 만기 6년의 폐쇄형으로 전환됐음에도 이를 은폐했으며, 같은해 6월 펀드의 모든 수익증권을 싱가포르 소재 특수목적법인에 매각하고 약속어음(P-note)를 수취하면서 역시 투자자들에게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무역금융펀드를 판매했다.
 

라임은 투자제안서 허위·부실 기재, 판매사는 그대로 전달

분조위는 라임운용이 무역금융펀드 투자제안서를 통해 총 11개 중요 내용을 허위·부실 기재했다고 판단했다. 부실이 발생한 IIG펀드의 과거수익률이 월 0.45%씩 상승하는 것으로 기재하고, IIG펀드의 목표수익률을 7%로 기재한 경우가 대표적인 예다. BAF펀드가 만기 6년 폐쇄형으로 전환됐음에도 다달이 환매가 가능한 것으로 기재한 것 역시 허위 기재에 해당한다.
 
라임운용이 신한금융투자 TRS를 통해 무역금융펀드 투자원금의 146% 수준을 대출 받으면서도 투자제안서 상에는 100%까지만 대출을 받는 것처럼 기재한 것 역시 문제로 지적됐다. 보험에 가입된 무역금융에만 투자한다고 기재해놓고 실제 보험가입 비율을 50%에 불과했던 점, 운용방식을 고려하면 위험등급 1등급(매우높은위험)에 해당되는 펀드를 실제로는 3등급(다소높은위험)으로 기재한 점도 허위·부실 기재 사항이다.
 
금감원은 위와 같은 사항을 포함해 총 11건의 중요 내용 허위·부실 기재 등을 근거로 분조위에 부의된 무역금융펀드 4건(2018년 11월 이후 판매분)이 모두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라임운용이 투자제안서를 통해 이런 핵심정보를 허위·부실 기재하는 동안 판매사가 이를 투자자에게 그대로 제공하거나 설명한 것도 투자자의 착오를 유발하는 데 기여했다. 민법 제109조에 따르면 법률행위 내용의 중요부분에 착오가 있는 의사표시에 대해선 취소가 가능하다.
 

투자자 중과실은 0…자율조정 땐 최대 1611억원 반환 예상

분조위는 투자자들에겐 중과실이 없다고 판단했다. 판매자의 허위 투자정보 설명, 투자자성향 임의 기재, 손실보전각서 작성 등으로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투자판단 기회를 박탈당했다는 것이다. 결국 판매계약의 상대방인 판매사가 투자원금 전액을 투자자들에게 반환하라는 게 분조위의 최종 결정이다.
 
이번 결정을 받은 4건의 분조위 부의 건은 투자자와 판매사가 조정안 접수 이후 20일 내 조정안을 수락하면 성립된다. 나머지 무역금융펀드 투자 건에 대해선 분조위 결정 내용에 따라 자율조정 등의 방식이 적용된다. 금감원은 원만한 자율조정이 진행될 경우 최대 1611억원의 투자원금이 반환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사별로는 우리은행 650억원, 신한금융투자 425억원, 하나은행 364억원, 미래에셋대우 91억원, 신영증권 81억원 등이다.
 
정성웅 금감원 소비자권익보호 담당 부원장보는 "라임 무역금융펀드 사례와 같이 금감원 검사 및 수사 결과 계약취소 사유가 확인될 경우에는 손해가 확정되기 전이라도 분쟁조정절차를 신속하게 추진해 금융소비자 피해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하겠다"며 "투자원금 전액 반환 결정이라는 지금까지 가보지 않았던 오늘의 이 길이 금융산업 신뢰회복을 향한 지름길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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