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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자식문제,골프가 제일 어렵다고요? 욕심 내려놓으세요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52)

오래전 어느 회사의 대표가 내게 토로한 내용이다.
 
“난 회사경영에는 자신 있는데 세 가지엔 영 자신이 없어. 하나는 자식 문제고 다른 하나는 와인이며, 나머지는 골프야. 이 세 가지 빼고는 남들보다 다 잘할 수 있는데. 이 세 가지만 접하면 아주 짜증 나.”
 
이유인즉슨 자식은 대학전공문제부터 직장선택, 결혼문제까지 자신의 의사와는 다른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와인은 왠 브랜드가 그렇게 많은지, 맛 평가는 왜 그리 복잡한지, 테이블 매너는 왜 그리 까다로운지 영 힘들다는 얘기다. 골프는 이제 어느 정도 스코어를 낮춰 놓았나 싶으면 다시 엉망이 되니 이 세 가지는 영 자기 마음대로 안 된다는 얘기다.
 
사실이 그렇다. 이 세 가지는 정말 어렵다. 프로라고 하는 사람들도 어려워한다. 그런데 그렇게 어려운 이 문제는 예상외로 풀기 쉽고, 일단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면 재미있고 자신 있어진다. 이 세 가지가 맘대로 안 되는 공통된 이유는 욕심에 있다. 와인이나 골프나 자식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과시하고 남들보다 나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이들을 소위, 망치게 하고 재미없게 만든다. 욕심을 버리고 남들과의 비교우위를 잊으면 이 세 가지처럼 쉽고 재미있는 것은 없다.
 
골프와 와인과 자식으로 우쭐대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얽매인 마음, 남과 비교해서 내가 경쟁우위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골프와 와인과 자식으로 우쭐대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얽매인 마음, 남과 비교해서 내가 경쟁우위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사진 Pixabay]

 
골프도 즐겨야겠다 마음먹고 남들보다 스코어가 좋아야 한다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이것처럼 재미있는 스포츠도 없다. 와인도 자신이 다 알려고 하지 않고 상황에 맞는 와인을 전문가에게 도움을 청해 즐기면 되는데, 괜한 지식을 들먹이며 그 지식을 외워서 우쭐거리고 싶은 마음이 어렵게 만든다. 내 지론에 의하면 자신의 입맛에 맞는 와인이 제일 좋은 와인이다. 자식이 장성하면 자기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게 자식의 의사를 존중해 주면 되는데, 자식이 마치 영원한 자신의 소유인양 자신의 욕심에 맞추려 하다 보니 갈등이 생기고 관계가 소원해진다. 결국 이 세 가지를 잘하고 즐기려면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는 것이다. 욕심을 내려놓으면 갈등이 사라지고 그 일이 즐거워진다.
 
문득 1995년 발표된 라디오 헤드의 곡 High And Dry가 생각난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 자신을 망치지 말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곡이다. 일찍이 골프 클럽을 후배에게 주며 골프에서 은퇴(?)했고, 와인의 세계에서 조금 자유로워진 것이나, 자식 문제는 스스로 하도록 배려한 것도 결국은 내 욕심을 내려놓은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니 이 세 가지가 나를 괴롭힐 일도, 이 일로 갈등을 겪을 일도 없다. 욕심을 내려놓는다는 것은 즐길 수 있는 상황을 만든다는 것이고, 즐기면 잘 될 수밖에 없다.
 
골프도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내려놓으면 성적이 더 좋다는 것을 증명한 일이 얼마 전 있었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유소연 선수는 우승을 차지하고 난 후 인터뷰에서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 전액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성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혀 세계를 감동시킨 바 있다.
 
내 생각엔 우승의 동인이 욕심을 버리고 편안한 마음으로 경기 자체를 즐긴 데 있지 않나 한다. 사실이다. 유소연 선수는 자신의 우승 동기 중 하나가 ‘기부’에 있다고 밝힌다. “이제야 밝히지만 그동안 많은 기부를 해 왔어요. 좋은 일은 남모르게 해야 한다고 여겼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내가 좋은 일을 한다는 것을 자랑하는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도 지속적인 기부를 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기부는 주는 행위이니 욕심이 생길 수가 없고 욕심이 없으니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유소연 선수.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 전액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성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혀 세계를 감동시킨 바 있다. [사진 뉴스1]

한국여자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한 세계랭킹 1위 유소연 선수. 우승 상금 2억 5000만 원 전액을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퇴치 성금으로 기부한다고 밝혀 세계를 감동시킨 바 있다. [사진 뉴스1]

 
논어에 ‘지지자불여호지자, 호지자불여락지자’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 즐기는 사람에게는 배겨나지 못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는 말이다. 즐기는 사람이 곧 최고의 프로가 되는 것이다. 예전에 어느 그룹의 총수가 리더나 프로의 자질을 ‘알고, 잘할 줄 알고, 잘 가르칠 줄 알고, 잘 시킬 줄 알고, 잘 평가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는데 나는 여기에 하나 더 붙이고 싶다. 바로 잘 즐길 줄 아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3차산업혁명 시대까지는 ‘아는 것이 힘이다’라는 말과 같이 개인의 지식이 경쟁력인 세상이었다. 남보다 지혜롭고 똑똑한 사람이 경쟁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4차산업 혁명기라 불리는 오늘날 지식은 사실 큰 영향력을 끼치기 힘들다. 지식은 컴퓨터나 휴대폰상에 다 들어 있어서 누구든지 즉시 활용하게 됐으니 이 시대 최고의 ‘지자’는 컴퓨터이다. 그러니 어떻게 싸워서 이길 수(?) 있겠는가? 이제 최고라는 것은 즐기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경쟁력이 되었는데, 즐기려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내려놓은 일이다.
 
골프와 와인과 자식으로 우쭐대고 싶다면 역설적으로 얽매인 마음, 남과 비교해서 내가 경쟁우위에 서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주고, 나누고, 베풀고, 함께 하는 것이 더 큰 것을 갖게 한다는 지혜를 깨닫는 순간, 주는 것이 가지는 것이라는 아이러니를 푸는 순간, 와인이나 골프나 자식 문제에 얽힌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타인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자신을 망치지 마세요” 그룹 라디오 헤드의 노래가 주는 메시지처럼.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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