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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거저 얻었어요" 어르신에게 선물할 땐 이렇게…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47)

동호회 모임을 가니 한 지인이 필요한 사람에게 드리라며 어르신용 보행보조기(유아차) 한 대를 줬다. 신품이라 반짝반짝 광이 나고 멋있었다. 갖고 와서 조립해 동네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 드렸다. 단옷날 마을회관에 오라길래 들어가니 어르신들이 당신들 모두 유아차 선물을 받은 듯이 정말 고맙다며 손뼉을 쳐주었다. 나도 거저 얻은 건데 부끄럽게끔….
 
90세가 넘은 그 어르신은 비가 오나, 바람 부나 먼동이 트기 시작하면 언덕 너머 산밭으로 출근하신다.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다. 연세가 들어도 부지런히 움직이고 건강만 잘 지키며 산다면, 150세를 산들 눈치 볼일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든다.
 
동호회 모임 지인이 필요한 분에게 드리라며 어르신용 보행보조기(유아차) 한대를 주었다. 신품이라 반짝반짝 광이 나고 멋있었다. 갖고 와서 조립하여 동네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 드렸다. [사진 티몬]

동호회 모임 지인이 필요한 분에게 드리라며 어르신용 보행보조기(유아차) 한대를 주었다. 신품이라 반짝반짝 광이 나고 멋있었다. 갖고 와서 조립하여 동네에서 가장 연세가 많으신 어르신께 드렸다. [사진 티몬]

 
그러나 가끔 그 어르신과 마주칠 때면 차가 다니는 위험한 길가 한쪽에 앉아 쉬어 가는 모습에 늘 염려가 되었다. 쓰레기를 버리고 오는 길에 마주쳐 인사를 하니 굽었던 허리가 펴지신 듯 표정도 밝고 씩씩하시다. 당신의 이름표가 새겨진 전용 자가용이 기운 나게 한단다(유아차 한 귀퉁이에 굵은 사인펜으로 어르신 성함을 적어드렸다).
 
오늘도 들깨 모종 한 움큼 비닐봉지에 묶어 넣고 두유 한 개, 모자, 호미 등 이것저것 챙겨 보행기에 딸린 가방에 넣고 새벽부터 자가용을 끌고 나가신다. 정지하는 방법, 컴컴하면 켜는 등 센서까지 일일이 작동방법을 알려주신다. 나이만 드셨지 맑은 정신으로 늘 움직이고, 일하는 모습에 울컥 감동이 인다. 쉬고 싶을 땐 갓길 한쪽에 주차해놓고 가방 위 편안한 좌석에 앉아 쉬다가 어디든 한 번에 거뜬하게 가신다며 소녀같이 웃으신다.
 
 
동네에는 80~90세 어르신이 많이 계신다. 그중 3명은 장애도 없고 정신도 맑아 웬만한 노인들은 다 갖고 있는 보행 보조 자가용이 없다. 허리가 아플 때 많은 도움이 될 거라며, 보행기를 끌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나 장만하라 해도 당신은 괜찮다고 하셨다. 그도 그럴 것이 그것을 생짜 배기로 사려면 장애인 등급 없이는 가격이 생각보다 높다. 그리 많이 비싼 것도 아니지만 형편이 좋아도 안 산다. 허리가 굽도록 평생을 애쓰며 살아온 당신을 위해서는 돈 한 푼 못 쓴다. 초근목피를 양식 삼아 굶주림을 이겨낸 시대에 살던 분이라 형편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당신에게는 사치품이다. 죽는 날까지 당신을 위해서는 절약 또 절약이다.
 
언젠가 히말라야 16좌를 등정한 한 산악인이 TV에 나와서 근교 둘레길을 걸으며 지팡이의 효능을 말했다. 지팡이는 높은 곳을 오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도 활용하면 무릎이 보호된다고 말이다, 하나를 짚는 것보다 두 개를 짚고 걸으면 무릎이 더 보호되고 균형이 잡힌다 했다. 허리 수술 후 또는 무릎이 안 좋을 때, 걷기 운동을 가거나 오르막을 오를 땐 지팡이를 들고 다니면 부담이 덜하다.
 
그러나 평지를 걸으며 지팡이를 짚기엔 어딘가 늙음을 보여주는 것 같고 자존심도 상해서 힘들어도 무리수를 두고 걷는다. 내 나이가 어느새 먼 길을 갈 때면 세발로 걷는 나이가 되고, 머지않아 나도 보행보조기가 필요한 네발로 걸어 다닐 때가 올 것이다. 90세가 넘은 세분 어르신 모두 전용 자가용이 생겨서 허리가 펴지기를 바라본다.
 
지팡이는 높은 곳을 오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도 활용하면 무릎이 보호되며, 하나를 짚는 것보다 두 개를 짚고 걸으면 무릎이 더 보호되고 균형이 잡힌다 했다. [사진 Pixabay]

지팡이는 높은 곳을 오를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걸으면서도 활용하면 무릎이 보호되며, 하나를 짚는 것보다 두 개를 짚고 걸으면 무릎이 더 보호되고 균형이 잡힌다 했다. [사진 Pixabay]

 
딸아이가 쇼핑 북으로 유아차를 보고 있다. 6개월 후 태어날 사촌 조카를 생각하며….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는데 자가용부터 장만하는 꼴이라며 핀잔을 주니 아기에겐 필수품이라 문제없단다. 또한 내 돈으로는 절대 비싸서 못 사는 거라 선물 받는 기쁨이 더 크단다.
 
어르신들도 똑같다. 연세가 많이 들면 거의 허리가 아프니 어르신에겐 그것이 필수품이다. 우리 자식들이 부모님의 상태를 잘 살펴보고 보행보조기 하나씩은 선물로 안겨 드리면 좋겠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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