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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는 못 해도 공감할 수 있는 선택, 반목·혼란 막는 민주처방전 될 것”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⑦ 가치관의 충돌

이석재 교수

이석재 교수

윤리학자는 가상의 상황을 만들어 윤리적 직관을 실험한다. 실제로 사람을 어려움에 넣을 수 없어 생각 속에서 고민하는 이른바 ‘사고 실험(thought experiment)’ 이다.
 

이석재 교수, 소통과 공감 강조
“자신의 입장 명확히 얘기하고
옆사람 생각 열심히 들어보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사고실험을 현실화시킨다. 백신은 개발됐지만 한정된 수량만 공급 가능하다. 어떤 기준으로 200만 개의 백신을 나누어줄 것인가. 한편에서는 의료진·영유아·임산부·노약자 순을 주장한다. 다른 쪽에선 의료진 접종 이후 전 국민 대상 추첨이 공평하다고 한다.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 우리의 생명을 맡길 윤리 분야 전문가는 누구인가.
 
아쉽게도 윤리는 방역의 영역과 사뭇 다르다. 방역의 경우, 객관적 사실이 권위의 근거다. 사람들의 생각이 다르다고 바이러스에 대한 객관적 사실 자체가 흔들리지 않고, 질병 전문가는 객관적 지식을 어느 누구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어 그의 권고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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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가치는 어떠한가. 궁핍하지만 생명을 유지하는 삶과 생명을 위협받지만 윤택함을 추구하는 삶 중 어떤 삶이 더 좋은가? 내겐 가족의 생존이 중요한데 윤리학자의 주장이라 해서 윤택함을 선호할 것인가? 어떤 윤리학자에 따르면 스스로의 의견을 꺾을 이유조차 없다. 가치는 객관적이지 않고 그 본질상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의 궁극적 가치에 대해 생각을 밝히고 소통해야 한다. 이 점에서 철학자는 모두 동의한다. 왜 이 가치를 중시하는지 설명하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들어보라. 각자의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고 공감대가 가능한지 살피라. 위기가 닥치기 전에 이를 미리 하라.
 
답도 없는 대화가 무슨 소용인가? 소통의 마력을 간과한 질문이다. 잘못을 저지른 이가 있어도 그 이유를 알게 되면 마음이 누그러진다. 다른 사람이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알게 되면 동의는 못해도 공감은 할 수 있다. 공감은 동의가 아니다. 내 의견은 분명 다르지만 당신처럼 생각할 수 있다는 인정이 공감이다. 객관주의나 주관주의에 대한 논란이 끝나지 않은 이유도 생각해보자. 각각 설득력이 강해 결론이 안 난 것이다. 한쪽이 보잘 것 없었다면 애초에 논란이 이렇게 길어지지 않았다. 인생의 중요한 문제는 늘 이렇다. 공감 이상을 기대하겠는가.
 
민주사회의 본질은 공감 가능성에 있다. 다수의 지배는 피상적인 이해다. 자기 의견을 설파하는 기회가 보장된 사회, 설득에는 실패해도 나름 말이 된다는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사회, 이를 통해 진정한 다양성이 확보되는 사회가 민주사회이다. 윤리 문제에 관한 한 단일 의견은 힘들다. 우리가 기댈 언덕은 공감이며 극심한 반목과 혼란을 막아주는 ‘민주 처방전’이다.
 
코로나19에 직면하여 우리는 어려운 선택을 준비해야 한다. 자신의 입장을 이유를 들어 명확하게 얘기하자. 옆 사람의 생각을 열심히 들어보자. 서로를 건전하게 비판하자. 이 과정 속에서 우리는 은연중에 서로가 민주사회의 구성원임을 확인하게 될 것이며, 이러한 공감 속에서 어려운 선택은 그 꽃을 드러낼 것이다.
 
이석재 서울대 철학과 교수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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