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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랜D]사람과 거의 똑같이 생긴 로봇,불편함을 넘어 공포까지?

 
 
2019년 11월 개봉 예정이었던 영화 ‘소닉 더 헤지호그’의 예고편이 공개되자 팬들은 패닉에 빠졌습니다. 이 영화는 일본 게임 '소닉'의 주인공 캐릭터를 모티브로 만든 애니메이션인데, 예고편 속 모습이 게임과 너무나 달랐기 때문입니다. 제작사는 사람 같은 눈과 치아, 털에 뒤덮인 손을 구현하며 게임 캐릭터가 마치 사람처럼 보이도록 의도했지만, 완벽히 실패했습니다. 팬들의 비난과 원성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고 제작사는 캐릭터의 모습을 게임과 비슷하게 수정해야 했습니다. 결국 영화는 당초 개봉 시점에서 3개월이 지난 2020년 2월에야 영화관에 걸릴 수 있었습니다.
 
영화 '소닉 더 헤지호그' (출처: CNN)

영화 '소닉 더 헤지호그' (출처: CNN)

사람들은 인간을 닮은 로봇이나 인형을 볼 때 때때로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느낌을 경험합니다. 오히려 인간과 완전히 다르게 생긴 존재에는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강아지 인형이나 태권브이 같은 로봇을 보면 거부감이 없는 반면 영화 ‘사탄의 인형’ 등 인간의 모습과 매우 흡사한 인형이 사람과 같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 불쾌감과 공포감을 느끼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사람들은 인간과 닮을수록 더 호감을 가지긴 하지만, 닮은 정도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때에 따라서는 불쾌감을 넘어 공포감을 느낍니다. 이러한 현상을 ‘불쾌한 골짜기’라고 정의합니다. 불쾌한 골짜기의 이론은 로봇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애니메이션과 게임, VR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적용됩니다.
 

인간과 너무 비슷하면 급격히 불쾌해지는 이유

불쾌한 골짜기 이론은 1970년 일본의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가 소개하면서 알려졌습니다. 인간이 로봇이나 인간이 아닌 존재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대한 이론입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로봇이 점차 인간의 모습과 흡사할수록 호감도가 증가하다가 어느 수준에서는 갑자기 강한 거부감으로 바뀌게 됩니다. 하지만 로봇의 모습과 행동이 인간과 거의 구별이 힘들 정도의 수준이 되면 호감도는 다시 증가합니다.
 
이를 잘 나타낸 그래프가 있습니다. 그래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인간과의 유사성이 낮으면 호감도가 낮습니다. 산업용 로봇 같은 모습에서는 큰 호감도가 없지만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인 휴머노이드 로봇, 동물 봉제 인형 등을 보면 호감도가 상승합니다. 인간과 비슷한 모습을 하지만 기괴한 모습이거나 이상한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그 순간 호감도는 급격하게 하락합니다. 호감도가 불쾌감으로 변화하는 지점이 마치 골짜기 모양 같아 불쾌한 골짜기라는 이름이 붙여졌습니다.  
 
독일의 한 연구팀은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테스트하고 2019년 논문으로 발표했습니다. 실험에서 참가자가 인간과 같은 모습일수록 뇌에 강한 활성화 반응이 일어났습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나 귀여운 인형은 호감도를 느끼는 영역에 강한 활성화가 일어났는데, 인간과 흡사한 모습인 안드로이드 로봇을 보면 오히려 활성화가 억제되는 모습이 나타났습니다. 즉 실험 참가자들은 실험에서 전형적인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보였습니다.
 
과거보다 요즘 불쾌한 골짜기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유는 IT의 발전과 높은 연관성이 있습니다. 불쾌한 골짜기 이론이 등장한 1970년대만 해도 사람과 같은 모습의 로봇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로봇공학이 발달하면서 점차 사람과 같은 모습 형태의 로봇이 등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과거 일본에서 개발된 ‘아시모’, 한국에서 개발된 ‘휴보’와 같은 로봇은 휴머노이드(Humanoid)로 머리와 팔, 다리, 몸통 등 인간과 유사한 신체 구조를 지녔지만, 인간과 다른 모습의 로봇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기는 어려웠습니다.
 
불쾌한 골짜기가 급격하게 나타나게 된 건 인간의 모습을 하는 안드로이드(Android)가 개발되기 시작한 이후입니다. 대표적인 안드로이드가 소피아(Sophia)입니다. 홍콩 로봇 제조기업인 핸슨 로보틱스에서 개발된 소피아는 인간의 피부와 거의 흡사하고 60가지 이상의 감정을 표정으로 나타냅니다. 소피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누군가는 신기하다는 감정을 받지만, 한편으로는 왠지 모를 기괴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로봇이 가진 불완전성이 인식되면서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소피아, 개발자 데이비드 핸슨 (출처: 핸슨로보틱스)

안드로이드 소피아, 개발자 데이비드 핸슨 (출처: 핸슨로보틱스)

 

외모뿐 아니라 행동도 불쾌감에 영향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분야는 로봇입니다. 소피아와 같은 로봇은 물론 인간의 모습을 한 로봇이 속속 등장했는데 인간과 어설프게 닮은 모습과 행동으로 불쾌한 감정을 느끼는 경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외모 뿐 아니라 행동에 의해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로봇 제조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은 사람처럼 계단을 뛰어 올라가거나 장애물을 넘고 심지어 잠긴 문의 손잡이를 돌려 문을 열고 나가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외형적으로는 인간과 확연히 다르기에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로봇이 보여주는 행동이 사람과 흡사하기 때문에 공포감이 밀려와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출처: 보스턴다이내믹스

또다른 분야는 게임입니다. 최근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가 등장하는 게임이 많습니다. 축구 선수나 야구 선수를 모델링해 만든 스포츠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그래픽을 자랑하는 RPG 게임에서 주로 등장합니다. 한 액션 게임에는 3D 모델링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입술만 움직이고 눈에 초점이 없어 게임을 접한 사용자들이 불쾌한 골짜기 현상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게임 매스 이펙트:안드로메다 (출처: 바이오웨어 몬트리올)

게임 매스 이펙트:안드로메다 (출처: 바이오웨어 몬트리올)

어린 아이들은 다르다?

영화를 보거나 게임을 하다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한 사람들은 불쾌감에 해당 콘텐츠를 떠나는 일도 생깁니다. 그렇기에 로봇 개발사와 영화사, 게임 개발사 등은 불쾌한 골짜기를 피하기 위해 로봇이나 캐릭터를 보다 사실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캐릭터의 표정이나 음성이 감정적 상태와 일치하고 신체적인 움직임이 감정적 상태를 반영하도록 만들려고 애씁니다.
 
가장 주의를 기울이는 건 얼굴 표정입니다. 감정과 생각의 복잡성을 표현하는 이마, 눈, 입과 같은 얼굴 각 요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행복한 순간을 표현해야 하는데, 눈과 입이 다른 감정의 표정이 나오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얼굴 표정 뿐만 아니라 행동 역시 고려해야 합니다. 로봇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이면 위협적이고 비정상적으로 느껴집니다. 디즈니는 디즈니 테마파크를 운영하면서 수십 년 동안 로봇 공학에 관심을 보여왔습니다. 디즈니의 과학, 기술 연구 조직인 디즈니 리서치는 로봇 팔이 느리게 움직일수록 ‘인간적인’ 느낌을 받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로봇 팔이 빠르게 움직이면 인간은 불편함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로봇이 빠르게 움직일수록 일종의 비정상적이고 위협적인 느낌을 받는 것입니다.
 
출처: 디즈니 리서치

출처: 디즈니 리서치

미시간 대학교는 아이들이 불쾌한 골짜기를 경험하는지에 대해 연구했습니다. 성인에게 보여준 인간과 흡사한 로봇을 3살에서 18살 사이의 아이들 240명에게 보여줬습니다. 놀랍게도 9살까지의 아이들은 어른이 불쾌한 골짜기를 느낀 로봇에 대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이러한 결과는 아이들을 위한 영상 콘텐츠와 게임을 개발할 때 참고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로봇 소피아를 만든 핸슨 로보틱스의 창업자 데이비드 핸슨은 2005년 발표한 ‘불쾌한 골짜기 뒤집기’라는 논문을 통해 새로운 세대가 로봇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사라질 세대적인 현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현재 우리는 인간과 닮은 로봇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기 위한 많은 이들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인간과 로봇, 혹은 화면 속 캐릭터를 인간과 완전히 구분할 수 없는 시대가 찾아온다면 어떨까요? 불쾌한 골짜기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를 구분할 수 없어서 오는 불안감과 공포감이 새롭게 생겨나지는 않을까요.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SK플래닛, 한국IBM 등에서 근무했다. 뉴욕대학교에서 기술경영 석사를 취득했다. 1인 컨설팅 기업인 에이블랩스의 대표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블록체인 등에 관심이 많고, 디지털 경제와 산업에 대한 3권의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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