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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국 칼럼] 누가 20대를 국외자로 만드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 칼럼니스트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를 알아보려고 20대를 만났다가 핀잔만 들었다. “나이 든 사람들은 자기가 다 옳다고만 생각해요.” 정규직화로 경영이 어려워지지 않느냐는 걱정도, 급여가 올라가는 문제도, ‘나이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라고 했다. 자신들은 정규직화를 반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오히려 찬성했다. 불만은 ‘불공정’으로 모아졌다.
 

젊은이들의 관심은 공정한 사회
‘정규직화 반대’로 모는 건 불만
자기는 다 옳다는 나이 든 사람
말과 행동이 달라 믿을 수 없어

청와대는 ‘보안검색 요원’을 자처하는 사람의 ‘가짜뉴스’가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주장했다. 그 지적은 맞는 말 같다. 젊은이들은 “그 사람의 태도가 정말 화가 난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보안검색 요원의 대화라며 자극적인 표현들이 나돌았다. 젊은이들을 자극하기 위해 누군가 만들어 올린 가짜일 수 있지 않으냐고 물었다. 젊은이들도 인정했다. 그렇지만 “불공정하다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준비생들은 공평한 기회를 요구한다. 정규직화해도 기회를 열어줄 수 있다. 기존 직원에게 적절한 가점을 주는 방법도 가능하다. 숫자가 많은 이들이 정규직이 되면 본사 노조를 장악해 결국 직군 이동이 가능해지지 않겠느냐는 의심도 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이 기준이 된 것은 불공정이라고 분개해했다.
 
인국공을 제외한 전국 14개 공항의 보안검색 요원 1696명은 지난 1월까지 모두 자회사 정규직으로 바뀌었다. 인천만 유독 본사 정규직으로 전환한 건 문재인 대통령 때문이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취임 사흘 만에 이곳을 방문해 정규직화를 약속했다. 정규직 전환 절차를 문 대통령 방문 이전과 이후의 입사일을 기준으로 나누는 것도 불공정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생색 내주기 위해 무리하게 밀어붙인다는 생각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김두관 민주당 의원의 페이스북 글이다. 정규직 전환을 반대하지 않는데 왜 우리 말은 듣지 않고 자기 생각만 말하느냐고 한다.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에 합격했다고 월급을 2배 받는 게 불공정’이라는 말은 땀 흘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 가슴에 못을 박는다. 노력을 한 사람과 하지 않은 사람이 같은 대우를 받는 게 어떻게 공정인가. “공부 조금 더 했다고 학점 잘 받는 것도 불공정”이라는 비아냥이 나온다. 공정한 기회를 보장하지 않으면 서울 명문대생만 피해를 보는 게 아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조건에서 준비해온 지방대생의 기회도 날아간다.
 
지난 26일 한국갤럽이 발표한 18~29세의 대통령 지지율은 41%로 지난 5월 첫째 주(66%)보다 무려 25%포인트가 떨어졌다.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여권 인사들은 이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왜 불만인지 성찰하기보다 논점을 바꾸어 공세를 벌였다. 심지어 일부 ‘문팬’은 자극적으로 공격 글을 올렸다. 여기에 더 화가 나는 듯했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은 3년 만에 공공부문 비정규직 3명 중 2명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취임할 당시 공공부문 비정규직 31만 1888명 가운데 지난해 말까지 19만3000명을 정규직으로 만들었다. 그는 임기 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누가 이런 성과에 재를 뿌리는 걸까. 젊은이들을 적폐로 모는 바로 그들이 아닌가.
 
문재인 대통령은 시대의 과제를 제대로 읽었다. 공정이다. 선거 유세 과정에 수없이 반복해 약속했다. “청년들이 똑같은 출발선에서 오직 실력과 능력으로 공평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하겠습니다. 기회는 평등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롭게! 맞습니까?”
 
불공정은 박근혜 대통령을 무너뜨린 힘이다. 특히 최순실 씨 딸의 이화여대 입학은 젊은이들의 분노에 불을 질렀다. 촛불 정신은 공정이다. 그러나 이 정부 들어 공정의 가치가 계속 흔들리고 있다. 젊은이들의 생각이 처음으로 드러난 건 평창 올림픽 때다. 여자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에 20대, 30대가 반발했다. 문 대통령 국정 지지도까지 흔들었다. 청와대는 공정 가치에 민감한 2030의 반발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런 일이 반복됐다. 조국 사태는 최순실 사태의 판박이였다.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집값은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이 올랐다. 청년들이 집을 살 기회는 사라졌는데, 청와대와 정부에는 다주택자가 가득하다. 교육 개혁을 외치지만 자기 자녀는 특목고와 해외 유학을 보낸다. 권력자와 업자가 유착해도 수사를 가로막는 특권의식을 보인다. 탕평이란 말이 무색하게 자기 진영 인사만 쓴다. 윤미향 사태는 그들의 배타적 동지 의식이 얼마나 강력한지 또 한 번 확인됐다.
 
이 정부는 말과 행동이 다르다고 했다. 더는 기대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런데도 보수 정당은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갤럽조사에서도 18~29세의 미래통합당 지지도는 13%였다. 더불어민주당(27%)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우리는 표가 적잖아요.” 언제 그것이 행동으로 바뀔지 모른다. 이념에서 자유롭다. 보이는 대로 올바름을 던진다. 그런데 왜 이들을 우리 사회의 이방인으로 만들고 있나.
 
김진국 중앙일보 대기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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