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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무는 ‘악수 정치’…온라인 전당대회 시대 열린다

포스트코로나 대변혁이 온다 ⑤ 비대면 정치

비대면 정치

비대면 정치

‘언택트(Untact·비대면)가 아닌 온택트(On-tact).’
 

4·15 총선서 이미 SNS 유세 등장
합당 온라인투표, 공천 화상면접도

돈·조직 기반 낡은 동원정치 약화
소수 정당엔 새 돌파구 열릴 수도

더불어민주당의 8·29 전당대회 슬로건이다. 민주당이 공개한 차기 전당대회 기조엔 코로나19 재확산 속에서 당 대표 선출을 앞둔 여당의 고민이 담겼다. 비대면 상황을 ‘온라인’으로 극복하겠다는 얘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26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전당대회를 종전대로 하면 비말(침방울) 전파를 막을 길이 없다”며 “실시간 유세 중계, 모바일 투표 시스템을 활용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주요 정당이 전당대회를 비대면 방식으로 치른 전례는 없다. 정치권에선 “1987년 민주화 이후 현 외형을 형성·유지해 온 한국 정당정치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새로운 변화의 실험대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성 정당들은 ‘익숙한 것들’과의 결별을 요구받고 있다. 민주당 전대준비위를 이끄는 안규백 위원장은 “전당대회 자체가 오프라인을 전제로 만들어진 시스템이라 이걸 온라인으로 바꾸려니 기존 효과와 기능을 충분히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고 했다. ▶소수 정예 현장 유세 ▶체육관 좌석 2m 간격 배치 등을 검토 중이지만, 결정이 쉽지 않다고 한다.
 
미래통합당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이슈 선점에 나섰다. 지난 23일 ‘사회안전망 4.0 정책토론회’에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원희룡 제주지사는 “코로나19로 대표되는 팬데믹, 기후변화, 디지털 인공지능 등 우리는 이미 완전히 다른 세상 속으로 들어와 있는지도 모른다”며 보수 정당의 가치 변화를 주문했다. 원 지사는 “시장 기능만이 아니라 국가의 역할이 더욱더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면서 시장경제 만능주의 탈피를 제안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3일 통합당 초선의원 공부모임에서 “보수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다. 도대체 보수라는 말이 무엇을 지향하는 것이냐”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다. 최종적으로 자유를 어떻게 달성할 수 있느냐(가 관건)”라고 했다.
 
‘포스트 코로나’ 정치권 ‘언택트’ 사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포스트 코로나’ 정치권 ‘언택트’ 사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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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인한 대중 정치의 변화는 이미 4·15 총선 때 곳곳에서 나타났다. 민주당은 위성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의 창당·합당을 온라인 당원 투표로 정했고, 통합당은 대구·경북(TK) 지역 공천 면접을 화상으로 치렀다. 유세차·선거운동원을 이끌고 현장에 나갔던 후보들은 썰렁한 거리와 손님 없는 식당을 전전하다 사무실로 돌아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선거운동에 몰두했다.
 
전문가들은 ‘악수 정치’의 종말이 앞당겨졌다고 입을 모은다. “4년에 한 번 선거로만 평가받던 기존 정치는 저물고, 매 순간 온라인에서 지지자들에게 질문하는 ‘흐르는 민주주의’가 코로나19로 가속 페달을 밟았다”(이재묵 한국외대 교수)는 분석이 나온다. 엄경영 시대연구소장(정치평론가)은 “돈과 조직, 줄 세우기로 대표되는 정당 동원정치는 그간 정치 비효율로 지적돼 왔다”며 “과거 오프라인 시대에 횡행했던 낡은 방식의 동원정치가 약화되는 건 긍정적 변화”라고 했다.  
 
온라인 전당대회를 준비 중인 민주당 관계자는 “현장 투표에 통상 1억원이 넘게 들었는데 모바일로 투표하면 비용이 종전의 20%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정당이 실질적인 비전과 정책을 제안하는 데 과거보다 더 무게를 둬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김성수 한양대 교수는 “정당의 역할은 대중 동원에서 콘텐트 개발로 중심이 옮겨갈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방향성을 갖고 이슈를 설정해 알맹이 있는 콘텐트를 만드는 게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정당 부설 여론조사기관 정도로 치부됐던 정당 연구소가 최근 주목받는 것도 이런 흐름과 관련이 있다.
 
지금까지는 거대 정당을 운영하려면 전국적 조직과 막대한 자금이 필요했다. 소수 정당에는 진입장벽이었다. 한국의 의회정치는 수십 년간 2~3개의 거대 정당이 의석의 대부분을 분점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포스트 코로나 시대엔 온라인 정치의 비중이 커지면서 소수 정당에 새로운 돌파구가 열릴 전망이다. 엄경영 소장은 “온라인에 적응이 빠른 정치 신인, 청년, 여성 등 소수자에 상대적으로 유리한 선거 지형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청년 세대와의 스마트폰 관계 맺기에 집중해 온라인 창당에 성공했다”는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는 “거대 정당이든 소수 정당이든 온라인상의 문법과 소통 방식을 누가 더 잘 이해하느냐에 따라 향후 10년, 20년의 경쟁력이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는 이제 새로운 소통의 과제를 피할 수 없게 됐다. 손을 붙잡고 표를 호소하는 방식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이재묵 교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치에서 제일 중요한 건 소통과 공감의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말했다. 물리적 스킨십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당이 유권자와 어떻게 유의미한 소통을 해나갈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뜻이다.
 
심새롬·김기정·김홍범 기자 saerom@joongang.co.kr
 
중앙일보·정책기획위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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