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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히 막 내린 개콘…전성기 이끈 서수민PD 생각은?

개그콘서트(이하 개콘)가 지난 26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21년만에 종영했다.
이날 방송에선 ‘봉숭아학당’, ‘시청률의 제왕’, ‘네가지’, ‘분장실의 강선생님’ 등 과거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주요 프로그램을 오랜만에 선보이며 시청자들의 추억을 자극했다. 최종회 시청률은 3%. 최근 2%대까지 떨어진 시청률보다는 나은 성적표지만 한때 20%대 중반의 시청률을 유지하며 ‘일요일밤을 책임진다’는 평을 들었던 국민 예능프로그램으로선 쓸쓸한 퇴장이었다.
 
개콘은 왜 쓸쓸히 막을 내려야 했을까. 2000년대 개콘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서수민 PD에게 26일 종방 직후 물어봤다. 서 PD는 “개콘을 떠난지 이미 8년이 지났다(서 PD는 2013년 하차했다)”며 개콘 폐지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결국은 한국 코미디가 새롭게 발전하는 단계로 본다”며 어렵게 입을 열었다. 마지막 방송에서 개그맨들이 던진 ‘뼈있는’ 대사를 중심으로 개콘 퇴장의 배경을 짚어본다. (괄호안은 코너 제목)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시청률의 제왕' [자료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시청률의 제왕' [자료 KBS]

①“KBS는 손발 다 묶어놓고 어떻게 웃기라고!” (‘시청률의 제왕’)
드라마 제작자로 등장하는 박성광은 ‘너, 거지냐, 거지새끼냐고’라는 여배우의 말이 차단당하자 “왜 안 돼? 다른 코미디에서는 다 하던데…”라며 “KBS는 다 안 된대. 그래서 어떻게 웃기라는 거야”라고 분노한다. 이러한 박성광의 발언에 이를 바라보던 동료 개그맨들은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
서 PD는 “공영방송이다 보니 속어나 비어 사용은 국민의 건전한 언어생활을 막는다며 엄격하게 제한됐다”며 “개그맨들이 그런 점에서 답답함을 느끼거나 어려운 부분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서 PD는 “다만 속어나 비어를 사용한다고 해서 더 재밌고, 사용하지 않는다고 해서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덧붙였다.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분장실의 강선생님' [자료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분장실의 강선생님' [자료 KBS]

②“이제 유튜브가 대세야. 너희 빨리 채널 만들어” (‘분장실의 강선생님’)
이날 '봉숭아학당' 속 소코너로 나온 '분장실의 강선생님'에서 강유미는 개콘 종영에 절망하는 후배들에게 “우리 희극인들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KBS 코미디는 절대 죽지 않아”라고 역설하던 중 유명 유튜버 대도서관으로부터 협업 제안 전화를 받자 후배들을 팽개치고 간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달라진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서 PD는 “과거는 공감의 시대였지만 이젠 개인 취향의 시대다. 과거처럼 온 가족이 모여 웃고 즐기는 개그 프로그램이 존립하기는 어려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앞으로 코미디 프로그램이 어떻게 바뀌어야 할지 모두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유튜브 등을 통해 개그맨 개개인의 개성과 창의성이 보다 부각되는 다양한 실험들이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그런 점에서 ‘개콘의 종영=코미디의 몰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봉숭아 학당' [자료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봉숭아 학당' [자료 KBS]

③“개콘이 재미가 없어졌다는 얘기, 겸허하게 수용합니다. (‘봉숭아학당’)
직설적인 멘트로 인기를 끌었던 ‘왕비호’ 캐릭터로 인기를 끈 윤형빈은 이날 ”시청자들이 요새 개콘이 뭐만 하면 ‘재미없네’ 부정적인 것만 올린다“며 “그런데 그거 다 얘들(후배들)이 그런 거다”라고 악동 같은 대사를 날렸다.  
개콘의 인기 하락 요인 중 하나는 정치적 논란이다. 최근 몇 년간 ‘정치적으로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특정 정당만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이다. 과거 보수정당이 여당일 때는 ‘뿌레땅뿌르국’이나 ‘황현희 PD의 소비자고발’ 등 정부여당의 실정을 신랄하게 풍자해 많은 공감을 샀다. 하지만 정권 교체 이후에도 여전히 보수가 풍자의 대상이 되자 반감이 커졌다. 서 PD는 “코미디의 본질은 약자의 편에서 강자를 풍자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런 점에서 최근 정치적 편향성 논란에 휘말리는 것은 안타깝지만, 그런 불만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도 맞다”고 말했다.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마지막 새코너' [자료 KBS]

개그콘서트 마지막 방송 중 '마지막 새코너' [자료 KBS]

④“21년 살았으면 호상이다” “1등 시청률만 기억하는 더러운 KBS” (‘마지막 새코너’)
이날 방송은 개콘의 장례식이라는 설정으로 시작됐다. 상주로 등장한 김대희는 “다른 프로그램들은 8회다, 12회다, 시즌제다, 뭐다, 천자빼까리인데 이 정도면 됐다”며 개콘의 종영을 아쉬워하는 신봉선을 달랬다. 하지만 한때 KBS 예능프로그램을 견인한 효자 프로그램에 대한 KBS의 태도를 아쉬워하기도 했다. 조문객으로 나온 박성광은 “2020년 예능 시청률 7위가 뭔지 기억하냐. 1등 시청률만 기억하는 더러운 KBS”라고 일갈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서 PD는 “조연출로서 1999년 첫 방송 때부터 참여했는데, 당시엔 이 프로그램이 20년 넘게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없었다”며 “드라마처럼 회차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인기가 떨어질 때까지 계속 돌리는 개그 코너는 박수받으며 끝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너의 인기가 떨어지면 자책하고 힘들어하는 개그맨들을 위로하는 것이 담당 PD로서 참 어려운 일 중 하나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KBS는 MBC나 SBS와 달리 개그콘서트가 장수했기 때문에 코미디 프로그램을 거쳐 간 많은 PD가 있고, 개그맨 발굴 육성 시스템이 쌓아놓은 자산이 있기 때문에 개콘도 이대로 끝나진 않는다고 생각한다. 머지않아 개콘 시즌 2를 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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