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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을지로 안되면 여의도? 민노총 내달4일 집회 중복예약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거리를 가까이 둔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열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우선 입법 촉구 민주노총 결의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거리를 가까이 둔 채 앉아 있다. 연합뉴스

'일단 을지로, 안 되면 여의도'.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내달 4일 개최 예정인 전국 노동자 대회를 앞두고 여의대로에서 5만명이 모이는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한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앞서 신고한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10만명 집회’ 신고를 취소하지는 않았다. 일종의 ‘중복 예약’이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열리는 집회에 대한 우려ㆍ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차선책으로 그나마 덜 복잡한 여의도를 ‘플랜B’로 선택한 모양새다.
 

민주노총, 여의대로에도 집회 신고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역은 지난 3월부터 집합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집회를 할 수 없다. 영등포구청

빨간색으로 표시한 지역은 지난 3월부터 집합금지구역으로 지정돼 집회를 할 수 없다. 영등포구청

경찰·서울시에 따르면 민주노총은 다음 달 4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위해 추가로 여의도 여의대로에 집회 신고를 했다. 마포 쪽에서 마포대로를 건너자마자 여의도공원 왼쪽으로 이어지는 큰 길이다. 여의도에서도 주로 집회가 열리는 국회의사당 앞과 국회의사당부터 여의도공원까지 이어지는 도로 등은 지난 3월부터 집합 금지 명령에 따라 집회가 금지돼 있다. 민주노총이 신고한 여의대로는 집합 금지 구역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미 신고한 을지로입구역 사거리 10만명 집회 신고도 현재까지는 유효하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집회 일정ㆍ장소 등을 조율 중인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집회가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도 “을지로입구역 사거리는 집합 금지 구역은 아니지만 도심이기도 하고 청와대 등과도 인접해 집회 장소로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서울시 "자발적 취소 권유"  

서울시는 여전히 민주노총에 ‘자발적 집회 취소’를 권유하는 중이다.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집회를 연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고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민주노총 지도부는 장소를 바꾸고 규모를 줄여서라도 집회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서울시 관계자는 “여의도는 그나마 우회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그쪽으로 신고해둔 상태지만 집합 제한 명령은 유효한 상태”라며 “계속 일관되게 집회를 취소해줄 것을 얘기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내린 집합제한명령은 집합금지명령과 달라 행사 개최 자체를 막을 수 없다. 되도록 모임을 자제하도록 권고하고, 필요하다면 방역수칙을 철저하게 지키도록 하는 명령이다. 집합제한명령에 따라 민주노총은 출입자명부를 관리하고, 최근 2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거나 유증상자가 있으면 출입을 금지해야 한다. 참가자의 마스크 착용은 의무고 집회 장소와 출입구역에 손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방역 수칙을 준수해야 한다. 해당 수칙을 어길 경우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수만 명 방역수칙 지킬까

지난 24일 오후 대구 동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열린 '2020 대구노동자대회'에 참석한 3000여명의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동대구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

지난 24일 오후 대구 동구 더불어민주당 대구시당 앞에서 열린 '2020 대구노동자대회'에 참석한 3000여명의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동대구로를 가득 메우고 있다. 뉴스1

하지만 전국에서 수만 명이 모이는 집회인 만큼, 방역 수칙을 제대로 지키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 판단이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계속 나오는 와중에 수만 명이 전국에서 모였다 흩어지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며 “집회와 관련한 세부적인 방역 지침도 없는 데다가, 집회 현장에서는 거리 두기와 같은 기본적인 수칙마저 지켜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찰도 비상이 걸렸다. 특히 여의도를 관할하는 영등포경찰서는 “이렇게 될 줄 알았다”는 분위기다. 영등포서 관계자는 “을지로에서 집회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여의도로 장소를 바꾼다는 이야기는 이미 예전부터 나왔고 나름의 준비하던 상황”이라면서도 “그런데 방역적으로 위험하고 현시점에서 서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우려가 큰 집회라면 서울시가 좀 더 적극적인 행정 조치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후연 기자 lee.hoo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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