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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자 춤 소통’ 꿀벌, 대화 않는 호박벌보다 압도적 번성

자연에서 배우는 생존 이치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일러스트=전유리 jeon.yuri1@joins.com

혹시 이 지구상에 사는 벌들의 종류가 얼마나 될까? 꿀벌·말벌·호박벌·쌍살벌…. 이 정도면 손가락을 더 꼽을 일이 없을 듯하다. 숫자가 많을 뿐 종류는 많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놀랍게도 2만여 종이나 된다. 우리가 모르는 벌들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꿀단지 찾으면 ‘같이 가자’ 알려
엉덩이 춤 1초는 1㎞ 거리 의미

소통 수단 없는 호박벌 협력 뒤져
코끼리는 초저주파로 긴밀 소통

직원 결혼·생일날 통화 한 통이
비싼 케이크보다 효과적일 수도

이 중 가장 성공한 녀석은 단연 꿀벌이다. 꿀벌은 말벌로부터 분화했는데, 지금도 육식을 하고 있는 말벌과 달리 꽃가루와 꿀을 먹는 ‘일종의 채식’으로 전환한 덕분에 번성을 이뤘다. 꽃과 서로 상생하는 공생 전략으로 둘 다 유례 없는 성공을 거둔 것이다. 꽃은 꿀벌 덕분에 저비용으로 짝짓기를 할 수 있었고, 꿀벌은 공짜로 꽃가루와 꿀을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채식’으로 전환한 건 호박벌도 마찬가지인데 왜 꿀벌만 압도적인 번성을 이루었을까?
  
#꿀벌은 호박벌이 갖지 못한 탁월한 경쟁력이 있다. 녀석들은 ‘8자춤’이라는 ‘언어’를 구사한다. 어떤 녀석이 여기저기 날아다니다가 꿀이 많은 곳을 발견하면 집으로 돌아와 숫자 8과 비슷한 모양의 춤을 춘다. 날면서 엉덩이를 흔들고 날개를 부르르 떤다. 여기엔 어디쯤에 꿀이 많이 있으니 다들 같이 가자는 정보가 들어있다. 엉덩이의 각도는 방향을, 엉덩이를 떠는 시간은 거리를 나타낸다. 예를 들어 엉덩이 춤 1초는 1㎞쯤 떨어져 있다는 의미다. 이걸 본 동료들이 춤에 합류해 ‘뜻’을 모은 다음 다들 날아가서 꿀을 채취해 온다. 정보를 공유하는 ‘언어’가 있기에 대규모 협력을 만들어낸다.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갈 때도 마찬가지다. 각자 흩어져 적당한 장소를 물색한 ‘탐색대’가 돌아와 8자춤을 추면 이걸 본 다른 벌들이 ‘현장’을 찾아 확인한 다음, 가장 합당하다고 생각하는 무리의 춤에 합류한다. 우리가 마음에 드는 누군가에게 표를 던지듯 녀석들은 춤으로 그렇게 한다. 가장 많은 ‘춤벌’을 확보한 곳이 새로운 둥지가 된다.
 
배 부위가 호박처럼 커서 호박벌이라는 이름을 얻은 녀석들은 이런 게 없다. 꿀벌보다 덩치가 훨씬 크지만 이런 언어가 없기에 꿀벌만큼 번성하지 못했다. 효과적인 소통 수단이 없다 보니 협력이 신속하지도 않고, 대규모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똑같이 부지런하다 해도 결과는 천양지차다.
 
남다른 소통수단은 자연이 증명하는 탁월한 생존력의 비결이다. 다큐멘터리 한 편에 몇 년 동안 몇 십억원을 투자하는 영국 BBC 다큐멘터리를 보면 가끔 기이한 장면을 볼 수 있다. 끝이 없는 것 같은 황야를 걸어가던 코끼리가(또는 무리가) 갑자기 몸을 홱 틀어 어딘가로 향한다. 희한한 건 이 다음이다. 세상에, 거의 일직선으로 간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황량하고 넓은 벌판이라 일직선으로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어떻게 이럴 수 있을까?
 
녀석들에겐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는 초저주파로 소통하는 녀석들은 그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걸어가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가임기가 된 암컷이 우르릉하고 소리를 내면 10㎞나 떨어진 곳에 있는 수컷이 곧장 그리로 향하는 식이다. 이러니 코끼리 무리가 ‘합창’을 하면 소통 범위는 수백㎞나 된다. 이런 식으로 오랜만에 회포를 풀기도 한다.  
 
덕분에 세상을 아주 넓게 산다. 동물원에 있는 코끼리들은 이럴 일이 없어 과묵 그 자체인 것 같지만 이 역시 우리 시각에서만 그럴 뿐, 녀석들의 언어인 초저주파로 들어보면 하루 종일 아주 시끄럽게 수다를 떤다고 한다.  
 
육지에서 바다로 다시 돌아간 포유류 고래들도 자신들만의 언어인 초음파를 만들어낸 덕분에 비교적 빠른 시간에 번성할 수 있었다. 범고래와 혹등고래 같은 녀석들은 사냥할 때 자기들만의 언어를 통해 집단 협력을 한다. 덕분에 혼자서는 할 수 없는 풍성한 성과를 누린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대기업 사장을 지낸 어떤 분은 현직 시절 생산직 사원들의 결혼식 주례를 도맡아 섰다. 막상 해보니 생각 이상으로 효과가 있어 ‘누구보다 잘 할 수 있다’는 홍보까지 해가며 새로운 삶을 축하해 주었다. 그런데 정작 도움은 그가 받았다. 어려운 결정을 해야 할 때 그들을 찾아가면 현장의 가감 없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주례는 한 번 서지만 그렇게 해서 맺은 인연은 평생 가는 까닭이다. 더구나 가족과 맺는 인연 아닌가. ‘사장’으로 찾아가는 것과 ‘주례 선생님’으로 찾아가는 건 하늘과 땅 차이였다고 한다.
 
탁월한 리더들을 찬찬이 살펴 보면 남들은 모르는 자기만의 소통수단이나 방식이 있다. 한 기업의 부사장은 웬만한 임직원들의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꿰고 있다. 전용수첩까지 있다. 직원 시절부터 주변 사람들이 결혼하고 생일을 맞을 때마다 기록해 둔 덕분이다.  
 
그는 아침마다 수첩을 펴 본 후 오랜만에 통화를 하기도 하고, 바쁘면 카톡이라도 한 줄 보낸다. 몇 만원짜리 케이크를 보내는 것보다 반응이 훨씬 낫다. 요즘 같은 세상에 자신을 기억해주는 게 어디 흔한 일인가. 흔치 않으니 고맙고 잊지 않아 주니 그 역시 잊지 못할 사람이 된다.
 
서광원 인간자연생명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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