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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커진 청년 분노, 노노갈등…무원칙이 키운 ‘인국공 파문’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 모여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 노동 조합원들이 25일 서울 청와대 인근에 모여 비정규직 보안검색 요원들의 정규직 전환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연합뉴스]

인천국제공항공사(인국공)의 정규직 전환을 둘러싼 갈등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정치권이 불길을 키운 탓이다.
 

‘정규직 임금 더 받는 게 불공정’에
“좀 더 득표했다고 당선도 불공정”
“돈 수백배 호날두, 불공정 끝판왕?”

안철수 “아파트도 정규직도 로또”
여권 “오해” “가짜뉴스 탓” 주장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조금 더 배우고 필기시험 합격해서 정규직이 됐다고 비정규직보다 2배가량 임금을 더 받는 것이 오히려 불공정”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청원경찰은 정년까지 보안검색 업무만 하기 때문에 사무직 위주인 정규직 자리를 빼앗는 것이 아니다”며 “사정이 이런데도 20만 명이 넘는 분들이 국민청원에 서명한 것은 정부의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을 공격하려는 조중동의 가짜뉴스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와 진보정당에서도 “인국공 정규직 전환은 잘한 일, 공정성과 다른 문제”(심상정 정의당 대표), “현재 논란은 오해로 벌어진 일이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뺏는 게 아니다”(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며 비슷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의원의 발언은 오히려 취업준비생들의 분노를 부채질했다. 인터넷에는 “조금 더 득표했다고 당선도 되고 억대 연봉을 받는 것도 불공정하다” “90분 똑같이 뛰고, 돈은 수백 배로 받는 호날두는 불공정 ‘끝판왕’인가” 같은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반면 “인국공 사태와 김 의원의 발언을 왜곡하는 가짜뉴스가 문제” “토착왜구 세력이 김 의원을 음해하고 있다”며 김 의원을 두둔하는 글도 일부 눈에 띄었다.
 
이같은 비판과는 별개로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문제 삼는 부분은 임금차별이 아니라 불공정한 채용이다. 공기업 시험을 준비 중인 정성욱(27)씨는 “자격증 따고 자기소개서 써가며 취업을 준비하던 사람들에게는 기회도 주지 않고 갑자기 정년보장되는 정규직으로 수천 명을 전환하는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규 채용에 문제가 없다지만 한정된 예산에서 사람을 예전만큼 뽑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청년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반대’가 아니라 ‘공정한 정규직화’를 외쳤을 뿐”이라며 “공정한 정규직화는 일부만 기회를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청년, 국민 모두에게 동등한 경쟁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9월 발표된 감사원 감사 결과를 인용해 인천국제공항공사 협력사가 비정규직으로 채용한 3604명에 대해 채용 과정이 공정했는지 확인도 하지 않고 정규직 전환 대상에 포함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채용 관련 서류가 없어 채용 방식 확인 자체가 불가능한 인원이 773명, 공개경쟁 없이 비공개로 채용된 인원이 40명으로 조사됐다. 또 38개 협력사가 채용한 2358명은 서류·면접 심사표나 서류심사 계획 및 결과 문서 등을 작성하지 않았거나 폐기해 서류 심사 과정이 적정한지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 의원은 “이들 가운데 중복사례가 있지만, 이를 고려하더라도 신규채용 3604명의 약 65%에 해당하는 2358명이 불공정 채용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인국공 사태는 노노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이번에 정규직화하는 1900명도 문재인 대통령의 방문일(2017년 5월 12일)을 기준으로 채용 절차가 다르기 때문이다. 방문일 전 입사자는 서류·인성검사 등을 거쳐 정규직으로 전환되지만 절반 정도인 방문일 이후 입사자는 탈락자가 나올 수 있는 공개채용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인천공항 보안요원 노조 일부가 “실업자로 내모는 정규직 전환 반대”를 앞세우고 시위에 나서는 이유다. 한 노조원은 “전원 자회사 정규직으로 가는 방법도 있는데 대통령 방문일을 기준으로 함께 일하던 동료들을 갈라치기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같이 상황이 꼬인 데 대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문 대통령이 다녀가고, 직접 지시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옛날 군대에서 사단장이 방문하는 내무반은 최신식으로 꾸미고, 다른 낙후된 시설은 나 몰라라 방치하는 것과 조금도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결국 이 정권에선 아파트 사는 것도 로또, 정규직 전환되는 것도 로또가 됐다”며 “모든 게 운에 좌우된다면 성실하게 노력하는 수백만 청년 세대가 느끼는 절망감을 무엇으로 보상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원칙과 기준이 애매하기 때문에 생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격 조건 등이 다른 정규직과 비정규직 군을 억지로 똑같이 대접하려다 보니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존 정규직은 현재 인원(1400명)보다 더 많은 1900명이 한꺼번에 들어올 경우 노사협상에서 뒷전에 밀릴 것을 우려한다. 이미 정규직 전환 과정을 경험한 한국전력공사의 한 직원은 이날 “기존 직원의 급여와 복지수준은 하향평준화, 정규직 전환된 1900명은 상향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은 최근 3년간 8200명의 비정규직과 하도급 직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취업준비생은 일자리가 줄어들까, 다른 기업의 비정규직은 같은 조건을 얻어내지 못할까 걱정이다. 직접고용 당사자인 보안검색 요원 중에서도 처한 상황에 따라 입장이 갈린다. 문 대통령 방문일 이전 입사자들만 만족하는 결과다. 김 원장은 “전국의 비정규직들이 ‘우리도 똑같이 해달라’고 할 경우 기업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납득할 만한 원칙과 기준부터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창우·손국희 기자 changwoo.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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