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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122609번…2주새 12만명 가슴에 ‘태극 배지’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122609’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70주년 행사에서 국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봉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과 국무회의에 참석한 분들만 다는 배지, TV에 나오는 앵커들은 달고 있는데 일상 속에서는 목격하기 어려운 배지, 어르신의 모자나 옷에는 달려있는데 젊은이에게 달라고 하면 왠지 부담스럽다는 배지”
 

전사자 유골 감싼 태극기 디자인
스토리 담긴 보훈 상징으로 공감
SNS 공유 통해 젊은층 동참 많아

국민 제안, 정부 수용, 기업 협력
이상적인 캠페인 선순환 만들어
세대·이념 초월 범국민 운동 추진

6·25전쟁 70주년을 앞둔 지난해 말 광운대 공공소통연구소가 실시했던 보훈 상징 ‘나라 사랑 큰 나무’ 배지에 관한 심층 인터뷰 내용 중 일부다. ‘내 가슴에 달린 또 하나의 태극기’로 명명된 ‘나라사랑 큰나무’배지는 잘 디자인된 상징이다. 하지만 국민과의 공감 요소는 부족했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일까? 다시 질문을 던져보았다.
 
“어떤 보훈 상징이 공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당시 응답자들은 잘 디자인된 상징보다 단순해도 그 안에 스토리가 담겨 있어야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보훈 상징에 필요한 공감 스토리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영연방 국가들의 포피(양귀비)캠페인도 참혹했던 전투 현장에 핀 양귀비꽃 한 송이를 소재로 작성한 참전 군인의 시 한 편에서 시작됐다. 100여 년을 이어온 이 보훈 캠페인 속에는 두 가지 교훈이 담겨 있다. 하나는 한 자리 숫자까지 전사자를 정확하게 기억하고 추모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전쟁 속 크고 작은 전투 현장의 기록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전쟁 기억 속 전투의 기록 세밀 복기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히캄 공군기지에서 인수해 태극기로 관포한 한국군 유해가 KC-330 공중급유기 좌석에 안치돼 있다. [사진 국방일보]

지난 22일(현지시간) 미국 히캄 공군기지에서 인수해 태극기로 관포한 한국군 유해가 KC-330 공중급유기 좌석에 안치돼 있다. [사진 국방일보]

예를 들어 1951년 4월 23일부터 25일까지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 연합군 제27여단은 가평에서 벌어진 3일간의 전투에서 병력이 다섯 배가 넘는 중공군을 상대로 대승을 거뒀다. 가평전투(battele of Kapyong)는 우리 국군 6사단을 지원함과 동시에 연합군이 새로운 방어선을 구축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캐나다와 호주 등 참전국에서는 매년 가평전투를 추모하는 행사가 열린다. 당시 참전 부대를 ‘가평 부대’라 부르고 전투 개시일인 4월 23일을 ‘가평의 날’로 지정하는 등 ‘가평’은 그들에게 고귀한 희생과 명예를 상징하는 어휘로 기억된다.
 
캐나다의 경우 가평전투에서 참전용사 10명이 사망하고 23명이 다쳤다. 이들을 추모하는 행사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캐나다의 연아 마틴 상원의원, 한국전추모위원회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 한국전추모연합회가 중심이 되어 ‘가평을 기억하자(#Remembering Kapyong)’라는 해시태그 캠페인도 시작했다. 6·25전쟁 70주년을 계기로  2023년 정전협정 체결일인 7월 27일까지 3년간 캠페인을 지속해 간다는 계획이다.
 
이렇듯 전쟁 기억 속 전투 기록을 세밀하게 복기하는 보훈 캠페인이 필요한 때다. 단 하루의 이벤트가 아니라 기억을 이어갈 수 있도록 연속성도 갖춰야 한다. 참전국의 작은 캠페인 사례를 언급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과연 우리 국민은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어떤 전투와 숫자를 기억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6·25전쟁 속 희생된 한 분 한 분의 숫자를 되새길 수 있는 수많은 전투 현장 기록과 생존자의 기억이 공존하는 곳에 주목했다. 그곳이 바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이 임무를 수행하는 유해발굴 현장이었다.
 
1951년 가평전투에 참전한 캐나다 군인들. [사진 캐나다 기록보존소·사진 왼쪽], 캐나다 연아 마틴 상원의원이 가평을 기억하자는 캠페인에 나선 모습. [사진 연아 마틴·사진 오른쪽]

1951년 가평전투에 참전한 캐나다 군인들. [사진 캐나다 기록보존소·사진 왼쪽], 캐나다 연아 마틴 상원의원이 가평을 기억하자는 캠페인에 나선 모습. [사진 연아 마틴·사진 오른쪽]

조국을 위해 희생한 호국 영웅의 유해를 발굴하고 그 숫자를 기록하는 전투의 현장에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보훈 상징과 스토리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그 현장에서 상징을 찾자.
 
유해발굴 현장에서 태극기로 감싼 전사자 유골함의 모습은 보훈 상징의 조건을 갖추었다. 이 상징으로 배지를 제작하고 500개의 배지를 배포하는 작은 캠페인에 대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제작한 배지는 일주일도 안 돼 모두 소진됐다. 특히 젊은이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국가 보훈처에 국민제안 차원에서 캠페인 아이디어를 전달했다. 정부는 일주일 만에 공공소통연구소의 제안을 수용했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12만2609라는 미수습된 전사자의 숫자를 확인해 주었다. 현장에서 발견된 태극기의 모습과 기록된 숫자가 조합되어 보훈 캠페인 ‘122609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가 만들어졌다. 〈중앙SUNDAY 6월 6~7일 자 1, 5면. 6월 13~14일 자 1, 8면〉
 
괄호안 숫자 ‘0’이 되는 날 기다려
 
태극 배지를 가슴에 단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태극 배지를 가슴에 단 문재인 대통령. [뉴시스]

NH농협은 배지 제작을 지원했고 전국 1만4000개 GS25 매장이 공익적 플랫폼 역할을 했다. 그 결과 국가보훈처와 6·25전쟁 70주년 사업추진위원회는 단기간 내에 ‘122609 끝까지 찾아야 할 태극기’ 배지를 원하는 국민에게 전달했다. 어르신에서부터 어린이·청소년에 이르기까지 모든 세대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새로운 보훈 상징 배지를 얻기 위한 국민의 신청이 폭주(동시접속 20만)해 온라인 서버가 두 번 이상 다운되고 접속 대기시간이 1시간 이상 소요될 정도였다.
 
2주 만에 국민 12만여 명이 일상에서 착용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 공유한 최초의 보훈 상징 캠페인이 실현됐다. 지난 25일 6·25전쟁 제70주년 행사 ‘영웅에게’에 참석한 참전 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 인사 등 300여 명의 가슴에도 똑같은 122609 태극기가 달렸다. 문재인 대통령도 마지막 일련번호 122609번 배지를 달았다. 마지막 한 명을 찾는 그 날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약속이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이제 세대와 이념을 초월해 모든 국민이 함께 공감하는 보훈 캠페인의 시작일 뿐이다.
 
국가보훈처도 이번 6·25전쟁 70주년 기념식 이후 122609 태극기에 대한 국민 수용도 조사 등 분석을 통해 향후 영국의 포피와 같이 이념·세대를 초월하고 국민의 사랑을 받는 보훈 상징으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일이 아닌 6월 6일 현충일에서부터 6·25전쟁 유엔군 참전의 날인 7월 27일까지 매년 보훈의 상징을 달고 다니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 보훈 캠페인의 주체도 우리 국민과 해외 동포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적 캠페인으로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다시는 한반도에 전쟁은 없어야 한다. 전쟁을 막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 중 하나가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다. 이 용기는 과거 전쟁의 희생을 기억하는 것에서 나온다. 그것이 보훈의식이다. 국가가 보훈의식을 유지하고 고취할 수 있는 국민 중심 캠페인이 있어야 하는 이유다. 보훈의식은 평화와 자유를 지키는 보루이다.
 
이제 122609 숫자에 괄호( )를 추가해야 할 때다. (122609) 태극기. 매년 이 괄호 속 숫자는 줄어들 것이고 우리는 올해처럼 그 숫자를 기억할 것이다. 6·25 100주년을 맞이할 때 이 괄호 속 숫자는 무엇일까? 이 숫자는 몇 년도에 0이 될 수 있을까?
 
이종혁 광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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