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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부동산 조울증' 치료할 편작은?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중국 전국시대 때 편작은 명의로 칭송이 높았습니다. 그에게는 형이 두 명 있었는데 모두 의원(의사)이었습니다. 위나라 문왕이 편작에게 물었습니다. “삼 형제 중 누가 병을 가장 잘 고치는가?” 편작이 답했습니다. “둘째 형님은 환자의 병세가 미미할 때 병을 알아보시고 치료에 들어갑니다. 환자가 큰 병에 이르기 전에 병이 낫게 됩니다.” 
18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모습. 정부는 잠실 MICE 개발사업 등의 영향권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6·17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18일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의 부동산 모습. 정부는 잠실 MICE 개발사업 등의 영향권인 강남구 청담·삼성·대치동, 송파구 잠실동 전역을 1년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등의 6·17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다음은 큰 형 차례. “큰 형님은 환자가 아픔을 느끼지 전에 얼굴빛으로 환자에게 생길  병을 압니다. 환자가 병이 나기도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해 주지요.” 편작은 자신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하며 결론을 냈습니다. “저는 환자가 고통에 신음할 때에야 병을 치료할 줄 압니다. 제가 유명해진 이유입니다만 저는 하수입니다. 저보다 작은 형님이 한 수 위이고, 큰 형님이 병을 가장 잘 치료하는 분이십니다.”
 
편작의 이야기를 소환한 건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는 문재인 정부의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서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 부동산 정책만 21번 나왔습니다. 평균 한 달 반에 한 번꼴로 대책을 쏟아 냈습니다. 병세가 나타나기 전에, 혹은 병세가 미미했을 때 병을 알아보고 치료에 들어가는 건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백번 양보해서 환자가 고통에 신음할 때라도 병을 치료해야 하는데 이 또한 기대하기 힘듭니다. 이미 20차례나 치료법을 썼는데 효과가 신통치 않은 이유가 무엇일까요. 21번째 대책은 효과가 있을까요.  
 
아파트도 상품입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시장에서 가격이 결정되지요. 물론 이 과정에 투기(또는 투자)가 발생합니다. 한국에서 지금껏 아파트만큼 수익성이 보장된 상품은 없었습니다. 주택보급률이 110% 정도는 돼야 수급이 안정되는데 수도권은 아직 주택이 충분치 않습니다. 그동안 수도권 집값이 올랐던 건 당연했습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갭투자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한 문재인 정부 21번째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이어질 겁니다. 금리는 바닥에서 벗어나질 못할 겁니다. 시중에는 대략 1100조원이나 되는 돈이 풀려 있다고 합니다. 당분간 금융 완화는 불가피합니다. 넘치는 돈은 마땅한 투자 상품을 찾기 힘든 금융시장을 거들떠보지 않습니다. 증시도 변동성이 커 투자하기 꺼려지지요. 정부는 벤처투자 등으로 돈의 물꼬를 돌리려 하지만 역부족입니다. 돈이 어디로 향하겠습니까. 불패신화 부동산으로 몰리는 건 자연법칙 같은 것입니다.  
 
정부는 최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이 투기 세력 때문이라고 강변하지만, 꿀을 찾아 몰리는 벌처럼 스마트한 돈은 정부가 쌓아 놓은 이런저런 장벽을 뚫고 부동산 꿀단지를 찾아갈 겁니다. 돈은 넘쳐나는데 부동산 투기하지 말라고 윽박질러 봤자 투자자들(정부는 투기꾼이라고 부르고 싶어 하겠지만) 쫄지 않습니다.  
  
정부가 조준해야 할 과녁은 무엇일까요. ‘가격’이 아니라 ‘주거복지 안정’이 돼야 합니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가격에 맞춰져 있는 한 조급해지면서 억지 수단을 동원해 시장만 난장판으로 만들 뿐입니다. 가격 오르내림에 일희일비하니 선무당식 대증요법을 남발하는 거 아닙니까. 이 사회가 부동산 시장이 출렁일 때마다 조증과 울증이 교차하는 집단 조울증을 앓는 이유입니다.  
  
집 없는 서민ㆍ중산층을 위해 양질의 주택을 꾸준히 공급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입니다. 필요하다면 수도권의 그린벨트까지 해제해 질 좋은 임대주택을 대거 공급하겠다는 획기적인 계획을 꺼내세요. 양질의 주택 공급을 꾸준히 해 서민·중산층이 걱정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확실한 신호를 시장에 보내는 건 환자가 병이 나기 전에 병의 원인을 제거해 주는 것과 같은 처방입니다. 이 정부에는 편작의 형들은 고사하고 편작 근처에라도 갈 수 있는 인물이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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