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한국판 웜비어 소송…납북 피해자 '피고 김정은' 상대 손배소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6.25 납북 피해자들을 대리해 북한 정부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25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 앞에서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이 6.25 납북 피해자들을 대리해 북한 정부 및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시스]

 

한국에 있는 북한 재산을 몰수해 북한의 인권범죄 피해자에게 배상해 줄 수 있을까?

 

6.25 납북피해자, 北 김정은과 정부 상대 손배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피고'로 하는 손해배상 청구소송이 25일 제기됐다. 북한에 장기간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1994~2017)의 가족이 미국 법원에 김 위원장과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5억 달러(약 5800억원)의 배상 판결을 받은 뒤라 '한국판 웜비어 소송'으로 평가받고 있다.
 
관건은 승소 판결을 받은 뒤 한국에서도 웜비어 사례처럼 북한의 재산을 추적해 압류한 뒤 피해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할 수 있을지다.  
 

◇미국-일본 이어 한국서도 "김정은 배상하라"

6.25 발발 70주년에 맞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접수된 북한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액은 약 3억4000만원이다. 6.25 전쟁 납북 피해자와 후손 13명으로 구성된 원고는 북한의 침략과 납치로 인한 고통을 주장하며, 그 배상을 북한 정부와 김일성의 상속자인 김정은 위원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지난해 6월 국군포로 2명이 김 위원장을 상대로 3억대 손배소를 제기한 데 이어 두 번째다.  
 
북한 인권범죄의 대표적 피해자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 웜비어(왼쪽)와 프레드 웜비어(오른쪽) 부부가 지난해 12월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대북 은행거래를 제한하는 일명 ‘웜비어 법’이 통과된 뒤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미 의회는 북한에 여행 갔다 장기간 억류된 뒤 사망한 웜비어를 추모하며, 불법 대북 금융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AFP=연합뉴스]

북한 인권범죄의 대표적 피해자인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 웜비어(왼쪽)와 프레드 웜비어(오른쪽) 부부가 지난해 12월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에서 대북 은행거래를 제한하는 일명 ‘웜비어 법’이 통과된 뒤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미 의회는 북한에 여행 갔다 장기간 억류된 뒤 사망한 웜비어를 추모하며, 불법 대북 금융거래를 돕는 해외 금융기관에 대한 제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이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AFP=연합뉴스]

 
이번 소송이 특히 주목받는 이유는 미국에서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승소해 5억 달러의 배상판결을 받은 뒤 북한 재산을 추적해 압류 절차를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국내 6.25 전쟁 납북 피해자들도 이와 같은 방식으로 김 위원장과 북한 정부에 책임을 묻고, 피해 배상을 받아내겠다는 취지다.
 
이미 일본에서도 유사 소송이 진행 중이다. 1960년대 북송사업으로 북한에 갔다 탈북한 가와사키 에이코(川崎栄子·77) 씨 등 탈북자 5명은 지난 2018년 웜비어 소송에 자극을 받아 북한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을 도쿄지방재판소에 제기했다. 다음 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한국 내 北 자산?…"조선중앙TV 등 저작권료 21억"  

북한 조선중앙TV의 지난 9일 방송 모습. 국내 지상파 및 종편 등 방송사는 조선중앙TV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사용하며 매년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저작권료는 통일부 등록 민간단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걷어 북한 저작권사무국에 지급해왔으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대북 송금이 금지되자 법원에 공탁해왔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북한 조선중앙TV의 지난 9일 방송 모습. 국내 지상파 및 종편 등 방송사는 조선중앙TV에서 송출하는 영상을 사용하며 매년 저작권료를 지급하고 있다. 이 저작권료는 통일부 등록 민간단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걷어 북한 저작권사무국에 지급해왔으나, 대북 제재가 강화되면서 대북 송금이 금지되자 법원에 공탁해왔다. [조선중앙TV 화면 캡처]

 
김정은과 북한 정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 상징적 차원이 아니라 실익이 있으려면 웜비어 사례처럼 북한 자산에 대한 압류 절차를 통해 납북 피해자에 실제로 배상금이 지급돼야 한다.
 
가와사키 씨는 승소하면 일본 내 조총련(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자산에 대한 압류를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한국 변호인단은 승소할 경우 북한 조선중앙TV 등에 한국 방송사들이 지불한 저작권료에 대해 압류를 시도할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04년 설립된 통일부 등록 민간단체인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은 북한 내 저작권사무국과 계약을 맺고 국내 방송사가 사용하는 조선중앙TV 영상과 국내 출판사가 사용한 북한 작가의 작품 등에 대한 저작권료를 북한을 대신해 걷어왔다. 경문협은 현재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경문협은 지난 2008년까지 약 7억9000만원의 저작권료를 북한에 송금했다. 그러나 2008년 '박왕자씨 금강산 피격 사건'으로 정부가 그해 10월부터 저작권료 송금을 금지하면서 받은 저작권료를 법원에 공탁해오고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법원에 공탁된 북한 저작권료 총액은 약 20억9200만원이다.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9기 이사회 1차 회의가 열렸다. 현재 경문협 이사장은 임종석(가운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뉴시스]

지난 6월 1일 오후 서울 성동구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에서 9기 이사회 1차 회의가 열렸다. 현재 경문협 이사장은 임종석(가운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뉴시스]

 
이번 소송을 맡은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한변)측은 이 21억원을 국내에 있는 북한 자산으로 보고, 승소할 경우 이를 압류해 납북 피해자에게 배상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작권료에 북한 관영언론인 조선중앙TV뿐만 아니라 북한 개별 작가들의 몫이 있어 압류가 어렵다고 보기도 한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이는 온전히 법원이 판단할 문제"라고 입장을 밝혔다. 
 
한변 소속 김태훈 변호사는 "북한의 저작권료 외에도 국내에 있는 북한 자산을 샅샅이 찾고, 이후 해외에 있는 북한 재산에 대한 압류 방식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엔도 '납북' 관심 갖기 시작…한·미·일 3국 민간 공조 모색  

특히 최근 유엔이 납북자 문제에 적극 관심을 갖기 시작하면서 한·미·일 내 이같은 움직임에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앞서 2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43차 유엔 인권이사회(HRC)는 18년 연속으로 북한인권결의안을 채택하며,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납북자의 즉각 송환을 촉구하는 내용을 넣었다. 그동안 HRC의 북한인권결의안에는 일본인 납북자 문제만이 명시됐었다.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지난해 12월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대북인권결의안에도 사상 처음으로 한국인 납북자의 즉각 송환이 명시됐다"며 "유엔과 국제사회가 납북피해자 가족과 단체들의 목소리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찾은 일본 북송사업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왼쪽)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 웜비어(가운데)와 프레드 웜비어(오른쪽) 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6.25 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주최로 열린 '납북·억류 피해자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찾은 일본 북송사업 피해자 가와사키 에이코(왼쪽) 씨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그의 옆에는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 신디 웜비어(가운데)와 프레드 웜비어(오른쪽) 부부가 나란히 앉아있다. [연합뉴스]

 
납북문제 해결을 위한 국제사회의 전방위적 압박이 예상됨에 따라 한변은 미국·일본 변호인단과 3국 공조를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가와사키씨를 직접 만나 향후 소송에서 서로 돕기로 이야기했다"며 "특히 북한 재산 압류 절차에서는 웜비어 소송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만큼 적극적인 정보 교환 등을 통해 공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웜비어 사건 이전부터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지급 소송이 진행, 승소한 판례가 있다. 지난 2015년 김동식 목사 납치 사건으로 북한에 대한 거액의 손해배상금 지급 판결을 받아낸 로버트 톨친 변호사는 25일 VOA와의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의 은닉 자산을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북한 자금이 피해자 배상금으로 돌아가는 것은) 시간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