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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비공개 인사청문회? 차라리 '우리도 잡놈' 고백해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비공개 인사청문회’ 법안을 두고 문재인 정권이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여권 인사들이 인사검증 원칙을 잇따라 위반하며 검증 기준 자체를 포기하게 됐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與 도덕적 허무주의 빠져"

진 전 교수는 25일 오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집권 직후 (청와대가) 의기양양하게 ‘공직 임명 ’5대 원칙‘을 만들었던 것, 기억나실 거다. 그때만 해도 나름대로 자신이 있었던 것”이라면서 “문제는 그 기준에 맞는 사람이 그 진영에 하나도 없었던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래서 그걸 이리저리 완화해 새 기준인 (인사검증) 7대 기준을 만드는 소동을 벌였다. 하지만 기준을 아무리 느슨하게 해도 사람을 찾을 수 없었고, 그래서 결국 ’기준‘ 자체를 포기하게 됐다”고 적었다. 기준 없는 인사의 첫 사례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었고, 두 번째 사례는 윤미향 민주당 의원이라고도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정부의 인사를 비판하며 5대 원칙(위장 전입·논문 표절·탈세·병역 면탈·부동산 투기)을 내걸었다. 하지만 이낙연 전 총리 임명 당시 위장 전입 문제가 불거지는 등 공직 후보 추천자들의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5대 원칙을 포기하고 2017년 11월 ’고위공직 후보자 7대 기준‘을 새로 발표한다. 5대 기준에 음주운전·성 관련 범죄가 추가됐지만 ’법적으로 처벌을 받은 경우‘만 인사에서 배제하도록 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진 전 교수는 “평등·공정·정의를 표방하던 정권이 결국 공직 임명에서 도덕적 허무주의에 빠져버린 것”이라며 “그 도덕적 허무주의를 아예 제도화하려는 시도가 홍 의원이 발의한 ’인사청문회 비공개 법안‘”이라고 적었다.  
 
인사청문회 제도의 개선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한국은 사정 기관에서 인사 검증을 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미국은 연방수사국(FBI)을 비롯한 사정 기관들이 독립성을 갖고 있어 신뢰할 만하지만, 한국은 일선 경찰청장이 선거개입의 대가로 공천을 받는 나라다. 결과야 안 봐도 뻔할 것”이라고 적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그냥 '인사청문회 폐지' 법안 내라" 

진 전 교수가 언급한 ‘일선 경찰청장’은 2018년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을 받는 황운하(57) 전 대전지방경찰청장을 뜻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황 전 청장은 지난 총선에 민주당에서 공천을 받은 뒤 대전 중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진 전 교수는 검찰에서 조 전 장관(당시 후보자)을 기소했는데도 임명을 강행한 것을 거론하며 “그때 이들이 내세웠던 논리가 뭐였냐.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검찰이 개입하려 하냐’는 거였다”면서 “만인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이렇게 뻔뻔하게 나오는데, 대한민국의 어느 사정 기관이 감히 ‘대통령의 인사권에 도전’하는 보고서를 내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검찰총장 사단이 좌천된 것을 거론하며 “검찰이든 경찰이든 정권의 코드에 맞출 준비가 된 출세주의자들이 득실득실하다. 인사청문 자체가 의미 없어지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결국 남은 건 언론인데, 인사청문회를 비공개로 하면 언론에 의한 검증도 못 하게 된다”면서 “그냥 ‘인사청문회 폐지’ 법을 내라. 그러면 최소한 정직하다는 소리는 들을 것”이라고 조소했다. “‘우리도 실은 잡놈이다’고 정직하게 고백하고 얼굴에 철판을 깔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도덕적 허무주의의 배경에는 586세대(50대·80년대 학번·60년대 출생)가 가지고 있던 도덕적 우월감이 있다고 분석했다. 진 전 교수는 “청와대에 들어간 586세대는 자신들이 최소한 이명박-박근혜 정권 사람들보다는 깨끗하다고 확신했을 거다. 이 근거 없는 자신감이 문제”라며 “자신들을 개혁의 주체로만 생각했지, 자신들이 이미 오래전에 개혁의 대상이자 청산해야 할 적폐로 변했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던 거다. 그래서 그 개혁의 형식에 발목이 잡혀버린 상황이 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한편 홍 의원은 지난 22일 인사청문회를 공직윤리청문회와 공직역량청문회로 분리하고 윤리청문회는 비공개로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홍 의원은 "인사청문회는 정쟁 도구로 변질됐으며 국회 파행·공직 기피·정치불신 조장 등 부작용도 크다"며 "인사청문회 정상화는 최우선적인 정치개혁 과제이자 일하는 국회의 첫걸음"이라고 밝혔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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