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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여의도서 자주 눈에 띈다, 인사도 행보도 ‘수상한 원순씨’

“대한민국이 표준 국가를 향해 전진했으면 좋겠다.”

지난 17일 국회 도서관 대강당 연단에 박원순 서울시장이 오르자 좌중의 환호가 터졌다. 박 시장의 제안으로 구성된 ‘포스트코로나 내외포럼’(이하 내외포럼)이라는 연구단체의 출범식이었다. 
 
박 시장은 단체의 고문을 맡았을 뿐이지만 이 자리에는 기동민ㆍ김원이ㆍ진성준(정무부시장), 허영·천준호(비서실장), 최종윤(정무수석),박상혁(정무비서관) 등 서울시 정무라인 출신들과 시민사회운동 시절부터 가까운 박홍근ㆍ남인순ㆍ민병덕 등 ‘박원순계’ 의원이 총출동했다. 단체는 공동 대표를 김상희 국회부의장과 안규백ㆍ서삼석 등 박 시장과 다소 거리가 있는 의원들이 맡아 외연 확장에 신경을 쓴 구조였다. 
 
전날 북한의 개성 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내외포럼 창립은 최근 커지는 박 시장의 보폭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일각에선 최근 박 시장의 행보와 언어에서 행정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하려는 박 시장의 의지가 읽힌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내외포럼 발족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포스트코로나 내외포럼 발족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 의지가 반영된 건 최근 인사였다. 박 시장은 지난 19일 김우영 전 청와대 자치발전비서관을 정무부시장에, 최택용 민주당 부대변인을 정무수석에 내정했다. 기동민 의원 보좌관 출신인 추경민 정무수석이 빠졌지만 그 후임을 당 출신이 맡고, 소비자운동가 출신인 문미란 전 정무부시장 자리를 김 전 비서관이 대신하게 되면서 여의도와의 심리적 거리를 크게 좁혔다는 평가다. 
 
앞서 박 시장은 지난 4월 신임 비서실장에 고한석 전 서울디지털재단 이사장, 소통전략실장에 장훈 전 노무현 청와대 연설비서관실 행정관을 임명했다. 이로써 정무라인 교체 작업을 마무리한 것이다.  
 
김 부시장 내정자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이면서 과거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으로 연결된 이인영ㆍ우원식ㆍ기동민 의원 등과도 두루 가깝다. 재선 은평구청장을 지내 행정 경험도 풍부한 편이다. 


하버드 케네디 스쿨에서 IT 정책을 전공한 고 비서실장은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거치며 정책과 정치를 접목시키는데 능하다는 평가다. 친노성향 인터넷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 대표 출신인 최 정무수석 내정자와 ‘노무현의 필사’로 불리는 장 소통전략실장은 박 시장의 언어와 행보에 정치적 전략을 부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서울시의 새 정무라인. 김우영 정무부시장 내정자, 고한석 비서실장, 최택용 정무수석 내정자. 서울시 제공

서울시의 새 정무라인. 김우영 정무부시장 내정자, 고한석 비서실장, 최택용 정무수석 내정자. 서울시 제공

이슈 파이팅의 주제도 과거보다 넓어졌다. 대표적인 게 기본소득 논쟁이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깔아놓은 판에서 박 시장은 “전국민 고용보험이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롭다”며 전국민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와 맞붙었다.  

 
지난 7일 페이스북에 올린 ‘전국민 고용보험 VS 전국민 기본소득’이라는 글에서 박 시장은 “24조원의 예산이 있다고 가정하면 성인 인구 4000만명, 연간 실직자 200만명임을 생각할 때 전 국민 기본소득은 24조원으로 실직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똑같이 월 5만원씩, 1년 기준 60만원씩 지급하지만 전 국민 고용보험은 같은 돈으로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본소득을 첫해에 연 20만원으로 시작해 매년 조금씩 증액해 수년 내에 연 50만원까지 만들면 연간 재정부담은 10조~25조원에 불과하다”는 이 지사의 주장을 직접 겨냥한 것이다.  
 
박 시장의 한 측근은 “포스트코로나 시대 복지 대안을 두고 기본소득과 전국민 고용보험을 비교 검토하던 중에 논쟁이 벌어져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박 시장은 “서울시정과 직접 관련된 사안이 아니다”며 머뭇거렸지만 새 정무라인이 강하게 푸쉬해 '참전'을 결정했다고 한다. 
 
문재인 정부와의 호흡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박 시장은 2017년 대선 후보 경선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남긴 기본소득에게 대한 부정적 입장을 소개한 뒤 “내 생각도 같다”고 했다. 민주당의 한 전략통 인사는 "경남과 서울에 뿌리를 둔 박 시장은 '호남 후보 필패론'을 고수하는 일부 친문재인 그룹이 택할 수 있는 카드"라며 "당내 기반이 약한 박 시장도 PK·친문의 선택을 받아야 대권을 노릴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원순 서울시장(왼쪽)과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3일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국무회의 및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에서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시장은 지난 4월부터 ‘표준국가론’을 앞세우고 있다. K방역을 필두로 한국의 문화와 산업이 포스트코로나 국제 사회의 새로운 표준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 시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인사는 “‘표준 국가론’은 코로나 이후의 사회를 전망하면서 박 시장이 택한 담론”이라며 “향후 구체적 국가 설계의 뼈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시장의 '변화'는 아직 지지율에 반영되진 않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5월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선 이낙연 의원이 부동의 1위(34.3%)였고, 2위인 이재명 경기지사도 상승세(20.1%)였지만 박 시장은 11위(2.3%)에 머물렀다. 
 
익명을 원한 한 정치평론가는 “박 시장은 어느새 개혁이 아닌 안정의 표상이 돼, 이낙연 의원과 이미지가 겹치는 게 지지율 답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정치 컨설턴트 역시 “개혁·파격의 느낌이 강한 이 지사와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 의원 사이에서 독자적 브랜드와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자전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여섯번째)과 가수 윤도현 등 홍보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따릉이'는 최근 누적 회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23일 오후 서울 시청에서 열린 서울시 자전거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왼쪽 여섯번째)과 가수 윤도현 등 홍보대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박 시장의 대표 상품 중 하나인 '따릉이'는 최근 누적 회원 200만 명을 돌파했다. 연합뉴스

 
임장혁ㆍ박해리 기자 im.janghy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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