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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재의 시시각각] 부동산은 끝났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문재인 정부에 기대한 게 있다면 경제 쪽에선 딱 하나, 부동산 정책이었다. 강남 아파트 때문에 더는 배 아파하지 않아도 되겠다,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럴 만했다. 김수현(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키를 쥐었다. 노무현 청와대에서 강남 불패와 피 터지게 싸웠던 그 김수현이다. 정권 초 내로라하는 강호의 부동산 고수들이 내게 “김수현을 지켜보라”고 했다. 그의 2011년 저서 『부동산은 끝났다』 일독을 권했다.
 

부동산 정책이 겸손하지 않으면
시장과 소통 못하고 반발만 불러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돌아가야

김수현은 왜 실패했는지, 왜 두 번 실패하면 안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책은 그런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다. 왜 실패했나부터 따졌다. 그는 보수 세력의 반발, 고삐 풀린 유동성을 간과했다고 했다. 절치부심, 해법도 마련했다. 공공·민간임대 확대, 보유세 강화, 지속가능한 정책, 완급 조절과 진영을 넘나드는 대안이 담겨 있었다. 여기에 더해 지지율 80% 대통령의 절대적 지원까지. 2017년 8월 초, 김수현은 주무 장관을 제쳐놓고 직접 청와대에서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의 철학과 좌표를 설명할 정도로 자신에 차 있었다. 내게 그날 청와대의 브리핑은 “부동산(강남 불패)은 끝났다”는 선언으로 들렸다. 김수현은 그날 40년간 한국 사회를 옭아맨 집값 상승 신화의 몰락, ‘부동산 인질 사회의 종언’을 말하고 있었다.
 
그 후 3년. 결과는 참혹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3일 문재인 정부 3년 새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이 6억600만원에서 9억2000만원으로 3억1400만원 뛰었다고 밝혔다. 상승률은 52%. 이명박(-3%) 박근혜(29%) 정부 때를 크게 웃돈다. 이렇게 늘어난 불로소득만 약 493조원, 155조원이 늘어난 박근혜 정부는 물론 35조원이 줄어든 이명박 정부와는 비교 불가다. 꼭 바로잡겠다던 양극화도 해소는커녕 심화했다. 현재 소득 5분위 가구가 서울 아파트를 사는 데는 10년, 1분위 가구는 72년이 걸린다. 이명박 정부 때 각각 6년·35년은 물론 박근혜 정부 말(7년·41년)보다 크게 후퇴했다.
 
왜 이렇게 됐을까. ①실패에서 배우지 못했다. 정책은 없고, 대책만 내놨다. 정책이 시장과 교감한다면 대책은 시장과 맞서는 대증요법이다. ②기다릴 줄 몰랐다. 정책이 시장에 교감하려면 최소 6개월은 걸린다. 평균 한 달 반, 21번의 대책은 담당자도 헷갈릴 정도다. 사람·지역·가격 따라 세금·규제가 제각각이다. 일관성이 무너지니 정부 신뢰도 땅에 떨어졌다. ③교만했다. 겸손의 결핍이야말로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진짜 문제점이다. 정의를 독점하고 시장은 통제 대상으로 본다. 제집은 안 팔면서 남의 집은 팔라고 하고, 부처 재량으로 세금을 더 걷고, 주거 이전의 자유를 제한했다. 겸손이 없는 정책은 저항을 부른다.
 
해법은 없나. 지적은 쉽지만 대안을 내놓기는 어렵다. 최근 아파트값 상승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석 달 새 100조원 넘는 돈이 풀렸다. 떠도는 부동자금만 1130조원, 사상 최대다. 한국의 아파트는 우량주와 같다. 규격화·표준화가 잘 돼 있고, 환금성·수익성도 높다. 갈 곳 없는 돈이 딱 노리기 좋은 먹잇감이다. 당장 수급 규제를 푼다고 될 일도 아니다. 단기적으론 집값 상승을 더 부추길 수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그럴수록 책대로,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하지만 이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거꾸로다. 이미 거여(巨與)의 힘을 믿고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를 밀어붙인 정부다. 평생 임대 보장법에 전면 주택거래허가제 같은 ‘사회주의 완력’을 쓰지 않으란 법이 없다.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면야 어찌 막겠나. 대신 더는 자화자찬, 희망고문은 안 했으면 좋겠다. 대통령은 늘 “부동산 문제는 자신 있다”고 했다. 재수, 삼수도 아니고 21수까지 했으면 이제 그만 “자신 있다”는 말만은 접어달라는 얘기다. 잘못했다, 죄송하다 머리를 조아려도 시원찮을 터에 이 더운 날 국민은 무슨 죄로 대통령의 정신 승리를 듣고 있어야 하나. 더는 볼 것도 없다. 이 정부의 ‘부동산은 끝났다’.
 
이정재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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