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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기업 부채 GDP 2배 첫 돌파… 코로나 장기화에 적자가구 급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가계와 기업이 진 빚이 역대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대응 차원에서 대규모 민간신용 지원이 이뤄진 여파다. 빚은 늘었는데 가계의 채무상환능력엔 경고음이 켜졌다. 실직이나 매출 부진 등으로 가계 소득이 감소하면서 벌이보다 씀씀이가 큰 적자 가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뉴스1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뉴스1

한국은행이 24일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명목 GDP 대비 민간(가계·기업) 신용(대출·채권 등) 비율은 201.1%로 처음으로 200%를 넘어섰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4.1%포인트 상승했다.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0년 이후 분기별 최대 증가 폭이다.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이 96.8%, 기업신용 비율이 104.3%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신용공급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민좌홍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가계의 대출이 증가했고, 기업의 자금확보 등으로 민간신용이 큰 폭 확대됐다”며 “향후 가계와 기업 채무상환능력 저하가 불가피하겠지만 양호한 복원력을 고려할 때 안정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규모 자금 공급이 당장의 위기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다만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 늘어난 대출이 금융시스템에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작지 않다.
한국은행

한국은행

실제로 이날 보고서엔 경기 충격에 따라 가계 부문의 부실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담겼다. 임금근로자의 실직 및 자영업 매출 부진이 상당 기간 지속할 경우 버틸 수 있는 가계의 체력이 어느 정도인지 분석한 결과다. 이 분석은 가계금융·복지조사의 전체 가구(1992만 가구) 중 금융부채 보유 가구(1145만 가구)를 대상으로 했다. 이중 벌이보다 씀씀이가 큰 경우를 ‘적자 가구’로 보고, 이들이 저축이나 펀드, 보험 등 금융자산과 기타소득(재산·이전소득 등)으로 적자를 메운다고 가정했다. 누적 적자액이 금융자산 등 재원을 초과해 유동성 부족(추가로 대출을 받지 않으면 쓸 돈이 없는 상황)에 처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 지(감내기간) 측정했다.
 
테스트 결과 임금근로 가구 중 감내기간이 1년 미만인 적자 가구가 45만8000가구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부채를 보유한 전체 임금근로 가구 중 5.8%에 해당한다. 쉽게 말해 가진 재산으로 적자를 버텨낼 수 있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다는 의미다. 이들이 보유한 부채는 52조2000억원이었다. 상대적으로 금융자산을 적게 보유한 임시일용직 가구의 경우 상용직보다 짧은 기간 내에 유동성 부족 상황에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정규일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24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안정보고서(2020년 6월) 설명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자영업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인한 매출 감소 기간 중 전체 자영업 가구의 29.9%인 90만2000가구가 적자로 전환하거나 적자가 심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적자 가구가 보유한 금융부채 규모만 162조9000억원에 달한다. 이들 중 금융자산만으로 버틸 수 있는 기간이 1년에 못 미치는 가구가 30만1000가구, 이들이 보유한 부채 규모는 59조1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부동산업·운수업·기타서비스업 순으로 감내기간 1년 미만 적자 가구 비중이 높았다.
 
한은 관계자는 “고용 충격에 취약하고 단기간 내 부실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큰 임시일용직에 대한 지원 대책을 더욱 정교하게 집행할 필요가 있다”며 “자영업 가구의 경우 임금근로 가구보다 충격 대응능력이 취약하다는 점을 고려해 원리금 상환 유예 등 각종 지원 조치의 연장·확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석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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