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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경비원 고용승계 아파트에 보조금…야만적 갑질 없애야”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 서울시]

공기업에서 정년퇴직한 뒤 아파트 경비원 등으로 일한 조정진씨가 쓴 ‘임계장(임시 계약직 노인장) 이야기’ 속 아파트 경비원은 오전 5시 기상해 외등 7개를 끄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음식물 쓰레기통 주변 찌꺼기 청소, 이중 주차 차량 빈 주차장으로 이동 유도, 쓰레기 차량에 쓰레기 싣는 것 돕기, 택배물 접수, 대청소, 재활용품 분리수거, 주차 단속, 순찰 등 업무는 오후 11시까지 이어진다. 식사 중에도 택배물 접수와 불법 주차 단속을 해야 한다. 
 

서울시 ‘경비원 권리구제 종합대책’ 내놔
지난달 목숨 잃은 고 최희석씨 사건 계기
공제조합 설립 지원, 입주민 인식 교육도

전국 아파트 경비노동자 실태조사(2019년 11월) 결과 전국 아파트 경비원 4명 중 1명(24.4%)은 입주민으로부터 욕설, 구타 등 부당한 대우를 받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계약한 휴게시간(평균 8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6.2시간을 쉬며 3명 중 1명(30.4%)은 1년 미만의 단기계약자였다. 입주민 대표회의 3인 이상 또는 아파트 입주민 10인 이상 요청 시 경비원을 해고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을 둔 아파트도 있었다. 
 
지난달 서울 강북구 한 아파트에서는 경비원으로 근무하던 고(故) 최희석씨가 주민의 갑질을 견디다 못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이후 아파트 경비원을 향한 갑질사건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관련 법률제정을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오는 등 갑질 행위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가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경비노동자 노동인권 보호 및 권리구제 종합대책을 내놨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설명회를 열고 “3일 뒤면 고 최희석씨 49재다. 지금도 경비실 변기 위 식기가 놓인 모습을 떠올리면 눈시울이 붉어진다”며 “‘고다자(고르기 쉽고, 다루기 쉽고, 자르기 쉽다는 뜻)’라고 불릴 만큼 불합리한 환경에서 언제 잘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경비원들을 향한 야만적 행위를 더는 용납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고 최희석씨 유족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이 끝난 자리에 '그동안 감사했다'며 음료를 두고 갔다. 박현주 기자

고 최희석씨 유족들이 '고 최희석 경비노동자 추모모임'이 끝난 자리에 '그동안 감사했다'며 음료를 두고 갔다. 박현주 기자

 
우선 서울시는 아파트 관리규약에 경비노동자 고용 승계 규정을 반영한 단지, 고용불안을 야기하는 독소조항이 없는 단지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배려‧상생 공동주택 우수단지 인증제를 시행해 경비노동자의 노동환경 개선, 인권존중, 복지증진에 앞장선 단지를 매년 20개씩 선정한다는 계획이다. 또 경비노동자들이 실업, 질병 같은 위기상황에서 생활안전망을 갖출 수 있게 상호부조 성격의 아파트 경비노동자 공제조합 설립을 지원한다. 
 
억울한 일을 당한 경비노동자들에게 상담, 법률구제, 산재처리 지원, 부당해고 구제 등도 제공한다. 지난 1일 운영을 시작한 원스톱 전담 권리구제 신고센터(070-4610-2806, 02-376-0001)를 통해서다. 경비노동자를 ‘을’로 여기는 일부 입주민의 인식을 바로잡기 위한 입주민 교육도 활성화할 계획이다. 
 
박 시장은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에 부당한 업무 지시와 괴롭힘 금지 규정을 신설해 10일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현재 법에서도 경비노동자에게 부당한 업무 지시를 금지하고 있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면서 “공동주택관리법 상 벌칙규정 신설을 국토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시 공동주택관리규약 준칙은 개별 아파트 단지가 관리규약을 만들 때 반영하는 표준모델이다. 
 
최은경 기자 choi.eunk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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