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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사람들끼리 하니까…” 당근마을 이웃 벌써 800만명

“아끼던 물건인데, 동네 이웃께 당근합니다.”
 

당근마켓 직원이 말하는 성공비결
공인인증서·카드 등록 필요없어
주변 2~6㎞ 이내로만 거래 제한

중고거래 넘어 지역 커뮤니티로
“당근합니다” 신조어까지 신드롬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엔 매일 이런 글이 30만 개 이상 올라온다. ‘당근하다’는 당근마켓에 중고물건을 내놓는다는 뜻. 당근마켓은 서비스 시작 만 5년 만에 ‘당근 하는 사람들’ 800만 명(6월 월 사용자 기준)이 찾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쇼핑 앱 카테고리에선 쿠팡(1349만 명)에 이어 국내에서 두 번째로 사용자가 많다.
 
당근마켓 방문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당근마켓 방문자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이런 당근마켓을 지켜본 벤처캐피탈업계 관계자는 “‘우리동네 네이버’로 클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약 20조원 규모의 국내 중고거래 시장을 뜨겁게 달군 당근마켓의 성공 디테일은 뭘까.
 
당근마켓이 처음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은 아니었다. 여타 서비스들과 달리 당근마켓은 오히려 사용자들을 기다리게 하고, 거래에 제약도 많이 뒀다. 스마트폰의 위치정보로 사용자가 동네를 인증한 후, 주변 2~6㎞ 이내에서만 거래할 수 있게 제한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동네도 두 곳(주로 집, 회사)뿐이다. 게다가 ‘우리동네에도 마켓을 열어달라’는 사람이 350명이 넘어야 해당 지역에 마켓을 오픈했다. 김재현·김용현 공동대표가 카카오 사내 거래 게시판에서 시작한 당근마켓이 카카오를 넘어 성남시로, 수도권으로, 전국 모든 동(洞) 단위로 확산되기까지는 꼬박 2년 6개월이 걸렸다.
 
사업팀 권순우(31) 매니저는 “서비스 초기엔 다소 불편하다고 보이던 요소들이 나중엔 소비자 신뢰로 돌아오고 ‘우리 동네’라는 끈끈함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근거리에서 손쉽게 직거래할 수 있는 물건들이 올라오자 사람들이 모였고, 이들이 물건을 올리고 수다를 떨며 자연스럽게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부상했다는 것이다.
 
당근마켓 사용자들은 하루 평균 22~24회 앱을 방문한다. 월평균 체류 시간은 3.16시간으로 2위 중고거래 플랫폼들의 2배에 달한다. 소비자들은 왜 당근마켓을 자주 찾고, 또 오래 머무르는 걸까.
 
당근마켓 사용자 성별 연령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당근마켓 사용자 성별 연령별 비율.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고객대응팀(CS) 최현수(32) 매니저는 “많은 사용자들이 분 단위로 추가되는 물건들을 구경하는 데 재미를 느낀다”며 “물건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동네 이웃의 일상을 본다는 점에서 소셜 콘텐트의 속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권순우 매니저는 “지역에서 벼룩시장이 열리면 동네 사람들이 모여들어 물건 구경도 하고, 수다도 떨면서 자연스럽게 이웃이 되는 것처럼 당근마켓이 모바일에서 이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선 샤넬·루이뷔통 검색어 많아
 
당근마켓이 이런 방향을 잡는 데는 지역 기반 여성 온라인 커뮤니티인 ‘맘카페’ 영향도 있었다. 김재현 대표는 “당근 마켓 초기 목표는 맘카페 ‘분따(분당엄마 따라잡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실제 당근마켓 사용자 10명 중 6명이 여성, 특히 핵심 타깃인 30~40대 여성 사용자가 전체 사용자의 38%를 차지한다.
 
최근엔 모바일 앱에 서툰 45세 이상 사용자(5월 기준 전체의 28%)도 늘고 있다. 최현수 매니저는 “당사자 간 직거래가 기본인 당근마켓에선 공인인증서를 깔 필요도 없고, 신용카드를 등록할 필요도 없다”며 “이런 편리함 덕분에 ‘우리 엄마도 쓸 수 있는 당근마켓’이라는 말이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고객대응팀 소속 최 매니저는 김재현 대표와 가장 많이 대화하는 직원 중 하나다. 소비자의 반응을 서비스 개선에 반영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최현수·권순우 매니저는 이런 ‘메이커’(maker) 문화를 당근마켓의 성공 비결로 꼽았다. 실제로 김재현 공동대표를 포함해 당근마켓 직원 65명 중 80%가 개발자다.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서비스를 적용할 때 주저하지 않고 빠르게 만들어 실행에 옮기는 문화가 성장의 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그렇다면 ‘거래 가능 지역이 너무 좁다’는 소비자들의 불만을 당근마켓은 어떻게 해결할까. 최 매니저는 “당근 사용자가 급증해 서울에선 1㎞ 이내에서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있다”며 “거래한 사람들과 동네에서 만나 인사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신뢰가 쌓이는 플랫폼을 지향하기에, 범위는 오히려 조금씩 좁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상품보단, 더 신뢰할만한 사람과 직거래하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는 말이다. 권 매니저도 “강남 3구에선 검색 키워드 상위에 샤넬·루이뷔통 등이 오르고, 제주도에선 캠핑·낚시·오토바이 같은 키워드들이 많다”며 “지역별로 특색 있는 거래가 나오고 있고, 우리는 그런 특색을 커뮤니티로 발전시켜가겠다”고 말했다.
  
전문 판매업자 걸러내는 게 과제
 
최근엔 당근마켓에 개인이 아닌 전문 ‘꾼’(중고물건 판매업자)이 올라와 커뮤니티를 흐린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최현수 매니저는 “개인 간 거래만 허용하는 것이 당근 마켓의 원칙”이라며 “시세차익을 노린 사재기나 되팔기 등은 인공지능(AI)을 적용해 1차로 걸러내고 수작업으로 이용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꿈을 좇는다는 스타트업의 현실적인 일상과 모순을 그려 인기를 끈 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장류진 작가)에 대한 얘기도 나왔다. 당근마켓이 소설의 일부 모티브가 됐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권 매니저는 “당근마켓은 ‘따뜻한’이라는 키워드를 빼고는 생각할 수 없다”며 “현실의 당근마켓이 훨씬 인간적이고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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