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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다른나라 얘기인가

기자
강정영 사진 강정영

[더,오래] 강정영의 이웃집 부자이야기(54)

2018년 3월 어느 봄날, 영국 왕세손 해리와 미국 여배우 메간 마크리가 윈저궁에서 화려하게 결혼식을 올린다. 메간은 흑백 혼혈에 이혼 경력까지 있었는데 왕실 멤버가 됐다. 그리고 지난 1월 두 사람은 왕실을 떠나 독립적인 인생을 살아가겠다고 선언, 또 한 번 화제가 되었다.
 
찰스 황태자와 다이애나비 사이에서 둘째로 태어난 해리. 군 경력만 10년에 무늬만 군인이 아닌, 44주간 정신적 육체적으로 터프한 훈련을 통과한 후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전투에 투입됐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의 치열한 격전이 벌어지던 곳의 정찰과 공습 임무를 맡은 것이었다. 그 사실이 언론을 통해 노출되면서 부대 전체가 탈레반의 집중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다. 영국 왕실 남자는 군 복무를 철저하게 한다. 그의 아버지는 전투기 조종사, 삼촌 앤드루는 헬기 조종사로 포틀랜드 전투에 참여했다.
 
영국 왕세손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 여배우 메간 마크리. [AFP=연합뉴스]

영국 왕세손 해리 왕자(왼쪽)와 미국 여배우 메간 마크리. [AFP=연합뉴스]

 
미국의 1%는 어떨까. 케네디는 인권 보호에 앞장섰고, 인류 공동의 적인 압제 빈곤 질병을 함께 이겨내자며 세계의 리더 역할을 했다. 그는 젊은 시절 2차대전에 참전, 부상을 당한 바 있다. 하버드 법과대학생이던 시절 육군 장교 후보 시험에 응시하였다가 낙방한다. 방향을 바꾸어 다시 해군 장교 후보에 지원하였으나 또 부적격 판정을 받는다. 어릴 때부터 앓아왔던 척추질환과 신부전증 탓이었다. 그러자 그는 영국대사를 지낸 아버지에게 입대를 강하게 호소했다. 권력가인 아버지는 군인맥을 동원, 아들의 해군 입대를 도왔다.
 
케네디 아버지는 “인간 성공의 척도는 돈이 아니고, 그가 만드는 가문(가정)의 종류다”고 말하며, 집안에 대통령 하나쯤은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다. 어쨌거나 한국 1%는 군대 안 가려고 갖은 수를 쓰는 판에 그는 입대를 위해 거꾸로 아버지를 동원한 것이다. 그리고 2차대전이 발발하자 해군성 정보국에 배속받았으나 최전선에서 근무하기를 자청, 어뢰정 지휘관으로 승선한다. 6개월 후 일본군에 피격당해 배가 두 쪽으로 갈라지면서 침몰한다. 두 명의 부하가 사망하고 다수의 부하가 다쳤으나 결연한 의지로 사태를 잘 수습한다. 그 공을 인정받아 무공훈장을 받았으나 당시 부상 후유증으로 두 번의 큰 척추 수술을 받아야 했다.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26대 대통령의 아들 손자 10명 모두 1, 2차세계 대전에 참전했다. 그의 장남은 준장으로 2차대전에 최고령자로 다시 참전,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선두에서 지휘하다가 전사했다. 그는 노르망디 미국인 참전 묘지에 묻혀있고 그곳을 찾는 미국인이 빠짐없이 참배한다. 노르망디는 2차대전의 비극을 기억하듯 프랑스에서도 비와 구름이 유독 많은 지역이다.
 
미국 32대 대통령으로 4선까지 한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의 네 아들도 모두 2차대전에 참전했다. 그것도 후방이 아닌, 전선의 최전방에 배속되어 전투에 참여했다. 큰아들은 해병대, 둘째는 공군, 셋째와 넷째는 집안의 전통인 해군에 복무했다. 네 아들이 받은 무공 훈장만 20여 개나 된다. 퍼스트 패밀리임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에 참전한 용감한 용사로 미국 역사는 기록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한국의 상위 1%는 어떨까. 말로는 혼자 애국을 다 하고, 말끝마다 약자를 위하고 국가와 민족을 들먹이는 그들. 젊은 날로 돌아가면 군 복무를 제대로 한 사람이 드물다. 이유는 몸이 안 좋았다, 고시 공부를 한다고 입대 연기를 하다가 나이가 차서 어쩌고저쩌고, 변명이 가지각색이다.
 
이런 자들이 각 분야의 리더로 운전대를 잡고 있다면 국가 위기를 잘 극복해 나갈 수 있겠는가. 그들을 믿고 따를 수 있을까. 코로나에 잘 대처했다고 금세 일류 선진국이 된 듯 우쭐해 하고 있다. 그러나 국민 다수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고 특히 지도층이 국가 위기에 서슴잖고 나서 목숨을 바치는 저런 나라와 비교해 어떨까. 일류국가라 할 수 있겠는가? 정신 자세 면에서 그들과 결이 아주 다르다. 방역시스템 하나 잘 돌아간다고 일류국가가 되지는 않는다.
 
일류국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국민들 맘속에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 [중앙포토]

일류국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국민들 맘속에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 [중앙포토]

 
입만 열면 정의의 사도나 된 듯 미사여구를 나열하면서 떠들어대던 어떤 단명 장관. 위안부 할머니를 위한다고 인생을 다 바친 것처럼 행동했던 어느 여성운동가의 실상. 그런 사람이 정치인으로 장관으로 버젓이 임명된다면 뭔가 잘못된 나라이다.
 
일류국가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질적인 부가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국민 맘속에 확고히 뿌리내려야 한다. 세계를 리더하는 국가는 그게 기본이다. 얼마 전 주미 대사가 공개 석상에서 ‘한국은 이제 미국과 중국 중에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고 으스댔다. 코로나 선방으로 하루아침에 강대국이 된 것일까. 외교관의 발언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오만하다. 미국과 중국이 한국의 선택을 바랄 정도로 나약한 나라인가?
 
위기 시에 국가를 위해 너도나도 먼저 나서 헌신하겠다는 사람이 많아야 일류국가이다. 한국에 그런 1%가 얼마나 되는가. 이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적극적으로 가르치고 실천할 때가 왔다. 우리는 그런 교육이 거의 없다. 상명하복, 눈치, 잔재주, 처세술이 자주 등장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 겉만 살살 바르고 말로만 정의를 외치고 실제로는 불의한 자들, 그런 자들이 리더가 되면 나라가 허물어진다. 한국, 물질적인 부는 어느 정도 이루었다. 이제는 ‘정정당당한 스피릿’이 살아있는 나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청강투자자문 대표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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