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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3 구제하며, 등록금 환불 왜 안되나” 코로나 천재지변 논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등교수업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4일 충북 청주시 오송고등학교 방문해 학생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등교수업 상황 등을 점검하기 위해 4일 충북 청주시 오송고등학교 방문해 학생 및 교직원들과 간담회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천재지변’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고 있다. 최근 교육부가 ‘천재지변 등’에 근거한 규정으로 대입 전형 변경을 승인하면서다. 반면 유사 조항이 있는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는 대학과 학생 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소극적 입장을 되풀이해 논란이 예상된다.
 

“코로나19 천재지변과 유사”

최근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를 천재지변과 유사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코로나19 여파로 고3이 입시에 불리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각 대학이 내놓은 ‘고3 대입 구제책’을 통해서다. 지난 9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대학마다 고3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도록 조치해달라고 협조 요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대학들은 앞다퉈 비교과 활동 미반영, 최저학력기준 완화 등의 내용을 담아 기존에 발표한 대입 전형을 변경했다.
 
교육부는 대학들의 입시 전형 변경에 대해 ‘천재지변 등’에 근거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고등교육법에 따르면 이미 발표한 대입 모집 요강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예외적 사유가 인정되어야 한다. 교육부 관계자는 “고등교육법 시행령에 있는 ‘천재지변 등 교육부 장관이 인정하는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학생에게 귀책사유가 없고 학사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 대학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승인을 받아 변경했다”고 설명했다.
 

자연재난 vs 사회재난

정부는 그동안 코로나19가 천재지변이 아닌 사회적 재난이라는 해석을 유지해왔다. 현행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은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을 ‘사회재난’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태풍·홍수·한파·지진 등과 같은 자연 현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해에 대해서만 ‘자연재난’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과거 메르스와 사스 등 감염병 사태가 발생할 때마다 해외여행이나 항공, 예식업 분야에서 위약금 분쟁 논란이 지속됐다. 공정위 표준약관은 천재지변의 사유가 인정될 경우 위약금을 면책하는 규정을 뒀지만 감염병은 천재지변에 해당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코로나19 확진자가 확산하던 지난 3월에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위약금 관련 상담은 전년 동기보다 8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계약 해지 관련 상담이 빗발치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 피해 집중 대응반’을 구성해 대응하기도 했다.
 

법적 분쟁 벌어지기도

코로나19의 천재지변 인정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영화 ‘사냥의 시간’은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개봉할 계획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무기한 연장됐다. 결국 국내 배급사는 극장 개봉 없이 넷플릭스 독점 공개를 선택했고 해외 판매사가 ‘이중계약’을 문제 삼으며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국내 배급사는 “‘천재지변 등의 경우 쌍방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계약서에 명시돼 있다”고 반박했다.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인용되며 이어지던 법정 공방은 두 회사가 합의하며 일단락됐다.
 

등록금 반환은 예외?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대학생들이 '대학교 등록금 반환을 위한 교육부-국회 대학생 릴레이 행진 선포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뉴스1

교육부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천재지변 등’을 대입 전형 변경 사유로 판단했지만 유사한 조항이 있는 등록금 반환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18일 대학생들의 등록금 환불 요구와 관련해 교육부가 직접 현금을 지원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교육부 고위 관계자는 “등록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들과 소통하며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대학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재정지원과 학사운영지원 등을 모색하겠지만 대학 측의 자구 노력도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등록금 반환을 요구하는 학생들 사이에서는 교육부가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학 등록금에 관한 규칙 제3조(등록금의 면제·감액)는 ‘천재지변 등으로 인하여 등록금의 납입이 곤란하다고 인정할 때에는 등록금을 면제하거나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인성 경희대 총학생회장은 “대입 전형이 천재지변의 사유로 바뀐 것처럼 규정에 따라 등록금 반환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며 “코로나19로 인해 수업의 질이 낮아지고 대학생들도 고3 학생들처럼 수업도 제대로 못 듣는 비슷한 처지”라고 강조했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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