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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폭염 덮친 쪽방촌 “무더위쉼터도 닫아 앞이 깜깜”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쪽방촌. 더위를 식히려는 듯 한집의 문이 열려있다. 채혜선 기자

18일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에 있는 쪽방촌. 더위를 식히려는 듯 한집의 문이 열려있다. 채혜선 기자

18일 오전 경기도 수원 평동 쪽방촌에 사는 일용직 A씨(62)의 집. 덮개를 잃고 날개에 먼지가 쌓여있는 선풍기가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었다. A씨는 여름이면 방이 내뿜는 열기를 식히기 위해 문을 활짝 열어두고 지낸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일을 몇 달째 쉬고 있다”고 말했다.
 

지자체 취약계층 폭염 대책 비상
실내시설 대신 실외 중심 운영
야외쉼터·그늘막·그늘나무 확충
캠핑카 개조 이동 응급쉼터 배치

방 27개와 공동화장실 2개로 이뤄진 이 쪽방촌에 여름이 찾아오면서 주민 속앓이도 깊어지고 있다. 쪽방에 딸린 주방에는 쭈그려 앉아 쓸 수 있는 수도꼭지 2개가 있다. 욕실을 대체할 수 있는 시설은 이뿐이다. 쪽방촌 주민들은 올여름이 더욱 가혹하다고 인상을 찌푸렸다. 코로나19가 덮쳐 생계가 막막한 집이 대부분인 데다 무더위라는 이중고를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일용직 윤모(60)씨는 “돈 없으면 더위고 뭐고 그냥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코로나19로 일이 끊겨 쪽방촌 월세가 여섯 달 넘게 밀렸다는 윤씨는 곧 전기가 끊긴다는 안내서를 보여주기도 했다.
 
쪽방촌 주민 일용직 B씨(50)는 “코로나19로 무더위 쉼터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접했는데 한창 더운 7~8월은 어쩌나. 앞이 깜깜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귀가 잘 안 들리는 주민 C씨(77·여)는 “올여름은 쉼터도 없으니 방에 가만히 누워나 있어야겠다”고 말했다.
 
쪽방촌 주민 일용직 A씨는 덮개가 없는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보낸다. 채혜선 기자

쪽방촌 주민 일용직 A씨는 덮개가 없는 선풍기에 의지해 여름을 보낸다. 채혜선 기자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는 첫 여름이 시작된 가운데 전국 지자체의 폭염 대책도 예년과 달라지고 있다. 더위도 더위지만 여름을 타고 확산할 수 있는 코로나19도 신경을 써야해서다.
 
각 지자체 상황을 종합하면 대표적인 폭염 대책 시설로 꼽혔던 ‘무더위 쉼터’가 줄줄이 문을 닫게 될 전망이다. 좁은 공간에서 밀접하게 접촉하는 무더위 쉼터가 자칫 코로나19 확산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전시는 은행이나 공공기관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 120여곳을 제외한 경로당·복지관·보건소 등 무더위 쉼터 808곳을 임시 휴관했다. 무더위 쉼터의 문을 걸어 잠그는 흐름은 대구시·광주광역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나 울산시는 지역사회 감염이 퍼지면 무더위 쉼터를 운영하지 않기로 했다.
 
각 지자체는 감염 우려가 있는 실내 시설 대신 실외를 중심으로 한 대책에 힘을 주는 분위기다. 전북도나 대전시 등은 취약계층을 위해 야외 무더위 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그늘막·그늘나무 등 생활밀착형 폭염 저감시설을 지난해 3610곳에서 올해 5615곳으로 확충했다. 김남근 경기도청 자연재난과장은 “신호대기 중 뜨거움을 느낄 수 있는 횡단보도 등 2005곳에 예산 126억원을 투입해 이런 시설을 추가 설치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성남시도 최근 그늘막을 221곳에서 340곳으로 늘렸다. 다만 경기도나 광주광역시 등 여러 지자체는 ‘쿨링 포그(인공 안개분사 시설)’나 바닥 분수 사용은 자제하기로 했다. 김성학 광주광역시청 재난대응과장은 “사람에게서 나온 비말(침방울)이 분사된 미세 물 입자에 섞여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성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폭염 사각지대가 방역 사각지대로 이어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곳도 있다. 서울 서초구는 폭염에 취약한 노인을 위해 캠핑카를 개조해 만든 ‘폭염 이동 응급쉼터’를 도입하기로 했다. 햇볕을 피할 곳 없는 폭염 취약지점 등에 배치하는 이 응급쉼터에는 더위를 식혀줄 생수 등과 숨쉬기 편한 덴탈 마스크를 비치한다. 서울 성동구는 독거노인과 취약계층에게 냉방·방역용품을 직접 전달하고 있다. 성동구는 손 소독제, 이동형 에어컨, 쿨매트, 인견 내의와 같은 물품과 함께 냉방기기 사용을 위한 공과금도 지원한다.
 
채혜선·김현예·최모란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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