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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들의 회사 뒷담화, 실리콘밸리서도 통했다

문성욱 대표

문성욱 대표

얼굴 맞대고는 꺼내기 어려운 얘기도 마음껏 할 수 있는 곳, ‘직딩들의 대나무숲’ 블라인드다. 2013년 12월 서비스를 시작한 지 7년 만에 블라인드는 한국·미국 내 기업 15만 곳, 직장인 450만 명을 끌어모았다. 회사 e 메일 주소를 인증하고 나면 누구나 블라인드 앱 내 회사 게시판에 글을 쓸 수 있다. “결혼비용은 얼마나 쓰냐” “OO으로 이직하려는데 그 회사 분위기는 어떠냐”는 개인적인 얘기부터 회사에 대한 불만, 임원 ‘뒷담화’가 거침없이 오간다.
 

한·미 ‘블라인드’ 운영 문성욱 대표
특허기술로 작성자 절대 비공개
정보 알려줬다더라? 다 헛소문

미국 기업은 솔직한 소통한다?
빅테크 공략하니 직원들 몰려와

7년만에 기업 15만곳 450만명 모아
한국은 꼰대, 미국 인종문제 많아

대한항공 오너 3세의 ‘땅콩 회항’ 갑질,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 대한 성희롱 ‘미투’ 등 굵직한 폭로도 블라인드에서 시작됐다. 지난 2월 삼성디스플레이 노조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중 어느 쪽을 상급단체로 정할지 투표한 곳도 블라인드였다. 기업들이 블라인드 게시판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불편해하는 이유다.
 
블라인드를 운영하는 팀블라인드의 문성욱(40) 대표를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국 지사에서 만났다. 팀블라인드는 2014년 본사를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옮겼다. 문 대표를 만나 블라인드의 미래를 물었다.
 
7년 만에 기업들을 떨게 하는 커뮤니티가 됐다.
“이렇게 되는 게 목표였다. 직장인의 목소리를 제대로 전하는 플랫폼이 한국에 하나는 있어야 한다고 봤다. 돈 되는 서비스는 많이 만들어봤으니(문 대표는 네이버와 티몬에서 일하다 창업했다) 실패하더라도 ‘만들고 싶은 걸 만들어보자’는 생각이었다. 이젠 많은 기업이 블라인드 모니터링 담당자를 따로 둔다. 직원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인 통로로 인지하는 단계까진 온 것 같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는.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기업이 ‘민감한 게시물을 누가 썼는지 알려달라’고 요구한 적은 없었나.
“아무리 물어도 알려줄 수가 없다. 블라인드의 철학은 ‘절대 잃어버리면 안 될 정도로 중요한 것이라면 애초에 갖고 있으려고도 하지 말자’는 것이다. 게시물 작성자 관련 데이터가 그렇다. 작성자 데이터를 비공개 처리하는 기술 특허를 따는 데만 5개월을 쏟았다. 회원가입시 적는 회사 e메일은 재직자 확인과 중복 계정 방지 목적으로만 활용하고, 이후엔 복구 불가능한 데이터로 바뀐다. ‘블라인드에 돈을 주니 2분 만에 (작성자 정보를) 알려줬다더라’ 같은 근거 없는 소문이 가끔 도는데, 모두 허위다.”
 
‘문란한 익명 커뮤니티’‘뒷담화 배설구’ ‘고발성 글을 지운다’는 비판도 있는데.
“특정인을 직접 언급하거나, 명예훼손 등 위법 소지가 있어 신고가 들어온 게시물에는 강경 대응을 고수한다. 그런 글은 즉시 숨김 처리하고 작성자의 블라인드 이용도 제한한다. ‘타인을 욕하는 배설구’란 인식이 퍼지면 다양하고 진솔한 목소리가 나오기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창업 2년 만에 미국행 … 실패 예측 뒤집어
 
블라인드의 본사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다. 본사를 이전한 건 창업 2년 차인 2014년.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염두에 뒀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어느덧 5년 차에 접어든 ‘미국 블라인드’엔 각각 5만 명 규모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본사 커뮤니티를 비롯해 구글·페이스북·우버 등의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 직원들이 가득하다. 6명으로 시작한 팀블라인드도 직원 100명을 돌파했다.
 
미국에 왜 갔나.
“다들 미국에선 우리 같은 서비스가 실패할 거라고 했다. 실리콘밸리 기업에선 (한국 대기업과 달리) 솔직한 소통이 가능하다는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걸 직접 검증해본 사람은 없다. 그래서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처음엔 링크드인과 줄릴리(이커머스)를 공략했는데, 처참히 실패했다. 미국에서 철수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며 집행한 페이스북 광고가 거짓말처럼 아마존 창고 노동자들을 끌어왔다. 그 길로 아마존 본사가 있는 시애틀로 달려갔다. 아마존 본사에 한국인 직원이 정말 많았고, 그들의 도움으로 일어섰다. 이후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샌프란시스코 인근 구글·페이스북 등 다른 거대 IT기업을 공략했다.”
 
미국 블라인드는 뭐가 다르던가.
“한국 블라인드에선 조직과 개인 간 문제 관련 글이 많다. 미국에서는 인종 등 개인 간 문제가 주를 이룬다. 미국 IT업계는 최고다양성책임자(CDO)란 직책이 따로 있을 만큼 다양성에 민감한데, 블라인드 속 목소리는 사뭇 다르다. 오프라인에서 질문했다간 ‘인종차별주의자(Racist)’로 비칠까 봐 함부로 묻지 못하는 것들이 블라인드에 올라온다. ‘아, 이 사람들도 서로 잘 모르는구나’ 싶을 때가 많다.”
 
예를 든다면.
“FAANG(페이스북·애플·아마존·넷플릭스·구글) 중 어느 한 회사에서 “인도인들은 서로 밀어주는 문화가 있는데, 왜 같은 인도인인데도 특정인은 절대 안 밀어주냐”는 질문이 올라왔다. 몇몇 직원들이 “성을 보면 카스트(인도식 신분·계급)가 나오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인도 출신이 아니고선 이런 암묵적인 계급 차별을 알기 어려웠던지라 업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참고로 주위에서 알려줬거나 전체공개 게시판에서 본 얘기다. 대표라도 개별 회사 채널은 못 본다.”
 
블라인드 2막은 ‘기업문화 분석’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한국 블라인드는 미국에서 먼저 선보였던 서비스 ‘회사 페이지’를 16일 공개했다. 블라인드 웹에서 회사 이름을 검색하면 성과 보상·워라밸 등 5개 항목에 대한 재직자 별점(추후 공개), 화제의 글, 연봉 정보 등이 한 번에 나오는 서비스다. 회사별 ‘기업문화’가 정리된 페이지인 셈이다.
 
광고 말고 다른 수익모델이 있나.
“이제까진 ‘직장인들이 마음 놓고 말하는 곳’이 되는 데 집중했다. 이젠 그 목소리를 ‘기업이 잘 듣게 하는 것’이 목표다. 직원들의 목소리에 담긴 의미, 외부에서 기업을 보는 각종 시선을 데이터화해 머신러닝으로 분석하는 B2B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기업문화 컨설팅을 하겠다는 건가.
“그렇다. 하지만 맥킨지나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이 하는 ‘사내 인터뷰를 통한 기업문화 컨설팅’과는 완전히 다른 서비스일 것이다. 기존 방식에선 컨설턴트의 주관이 많이 들어간다. 우리는 데이터와 시스템을 통해 객관화된 정보를 전달하는 서비스를 지향한다. 업계 간 벤치마크(다른 기업과 비교)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좋은 기업문화란 뭘까.
“정답이 없다. 예컨대 핀테크업체 토스(비바리퍼블리카)는 직원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정말 높은데 일을 통한 성장, 복지 등 다른 지수가 좋아 ‘재직자가 행복한 기업’에 꼽혔다. 우리 회사, 우리 직원들의 행복 요소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n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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