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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적' 안남겨 살인 입증됐다…아내차 충돌한 남편의 착각

경찰이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의 차량과 정면충돌해 숨지게 한 남편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 경찰은 과속과 중앙선 침범, 일반적인 사고라면 사고현장에 남아 있어야 할 '스키드 마크'가 없었던 점이 살인 혐의의 증거로 봤다.

제한속도 50㎞ 도로에서 중앙선 침범해 정면충돌
사고 도로는 아내의 출퇴근길…남편 인지 가능성
브레이크 밟은 흔적도 안남은 특이한 교통사고
남편은 "살해 의도 없었다" 살인 혐의 전면 부인

 

시속 100㎞로 아내 차량 정면충돌

 
지난달 19일 오후 6시 10분께 전남 해남군 마산면 왕복 2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이혼 소송 중인 아내의 차량과 정면 충돌한 남편의 차가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오후 6시 10분께 전남 해남군 마산면 왕복 2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이혼 소송 중인 아내의 차량과 정면 충돌한 남편의 차가 완전히 찌그러져 있다. 뉴스1

전남지방경찰청은 16일 "이혼 소송 중이던 아내의 차량을 정면충돌한 남편 A씨(51)에 대해 과실치사가 아닌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19일 오후 6시 10분께 전남 해남군 마산면의 한 도로에서 남편 A씨의 SUV 차량과 아내 B씨(47)의 경차가 충돌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숨졌다. 또 다른 차량에 타고 있던 탑승자 2명도 사고 여파로 중상을 입었다. 남편 A씨도 중상을 입었다. 
 
A씨와 B씨의 차량이 충돌한 도로의 제한속도는 시속 50㎞였지만, 사고 차량은 심하게 찌그러져 제한속도 이상 과속이 의심됐다. 경찰은 "사고 도로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로 과속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설명했다.
 

과속·시야·스키드 마크 수상한 증거들

 
A씨는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시속 100㎞로 과속한 데 이어 중앙선을 침범해 아내의 차량과 부딪혔다. 아내의 차량을 충돌한 곳도 운전석 방향이었다. 
 
지난달 19일 오후 6시 10분께 전남 해남군 마산면 왕복 2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온 남편의 차량과 충돌한 아내의 경차가 부서져 있다. 뉴스1

지난달 19일 오후 6시 10분께 전남 해남군 마산면 왕복 2차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온 남편의 차량과 충돌한 아내의 경차가 부서져 있다. 뉴스1

경찰은 A씨의 차량에서 EDR(사고 기록 장치)과 블랙박스를 수거해 당시 속도를 확인한 결과 시속 100㎞ 이상 속도로 주행한 사실을 확인했다. A씨는 사고 당시 음주운전을 하지 않았다. 사고가 난 시각은 해가 떠 있어 중앙선을 침범할 정도로 시야가 어둡지 않았다. 주행 구간도 곡선이 아닌 직선 도로였다.
 
일반적인 교통사고라면 운전자가 사고가 일어나는 순간 브레이크를 밟아 생기는 '스키드 마크'가 남아야 한다. 당시 사고 현장을 조사한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A씨가 브레이크를 밟아 생긴 스키드 마크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혼 소송 중인 부부 특수 관계 

 
경찰은 사고를 조사하던 도중 A씨가 B씨와 이혼 소송 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사고 당사자들의 특수한 관계에 주목했다. A씨는 법원으로부터 아내에게 접근금지 명령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씨와 B씨가 정면충돌한 도로는 B씨의 출퇴근길이었다. 경찰은 A씨가 B씨와 부부 관계였다는 점에서 출퇴근길이었던 사고 도로의 특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을 가능성도 염두에 뒀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수사 과정에서 당시 사고에 고의성이 없었다며 살인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는 경찰에 "B씨를 살해하려고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았고 일부러 중앙선을 침범한 것도 아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과학수사 증거로 미필적 고의 살인 혐의 적용

 
경찰은 일반적인 사고에서 볼 수 없는 여러 증거를 종합해 단순 교통사고가 아닌 살인 사건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남편 A씨가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시속 100㎞ 이상 과속해 정면충돌했을 때 사망사고가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예견했다는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된 배경이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가 났을 때 남편도 중상을 입어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 힘들었다"며 "하지만 수사 과정에서 확보한 여러 증거물을 토대로 과학수사를 진행한 결과 과실치사가 아니라는 증거들을 확보해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말했다.
 
해남=진창일 기자 jin.changi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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