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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인사이트] 홍콩의 세계 7위 외화보유액이 미국 파상공세 막을 방파제

과연 미국은 홍콩 특별지위를 박탈할까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글로벌전략팀장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글로벌전략팀장

홍콩이 미·중 패권 전쟁의 전장으로 떠올랐다. 2018년 미·중 무역 전쟁 발발과 2019년 범죄인 송환법 반대 시위에 이어 올해 들어 코로나19, 중국의 ‘홍콩 보안법’ 입법, 미국의 ‘홍콩 정책법’ 폐기 가능성까지 겹치면서 홍콩은 구조적 위기에 직면했다. 오는 11월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언한대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경우 홍콩 경제에 끼칠 영향과 한국이 취해야 할 대처법을 살폈다.
  

“지난 3년간 홍콩 금융시장은 중·단기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
한국은 홍콩 시스템의 붕괴만 가정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으로 냉정한 관찰과 시나리오 대비가 필요할 때다.”

‘박격포’식 전면전서 ‘기관총’식 국지전으로
 
결론부터 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 대선 전에 홍콩의 모든 특별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은 적다. 전면적인 박탈보다 미시적으로 검토해 일부 제한할 확률이 더 높다. 실제 올해 들어 미국이 중국을 공격하는 방식과 강도는 지난해와 달라졌다. 물론 코로나19가 미국으로 확산한 3월부터 트럼프 대통령의 대(對) 중국 공세는 강화되고 있다. 다만 미국의 공세가 겉으로는 기업·산업·금융·환율·제3국 등 다각화하는 모습이지만, 실제 글로벌 경제와 금융시장에 주는 충격은 지난 2018~2019년 1차 무역 전쟁 당시와 비교해 크게 약해졌다. 1차 무역 전쟁이 관세 인상과 위안화 환율을 통한 ‘박격포’식의 전면전이었다면 2020년은 ‘기관총’식의 국지전이며 주먹보다 말이 앞서는 ‘레토릭’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홍콩 제재는 미국 입장에서 양날의 칼이다. 홍콩은 미국의 몇 안 되는 무역수지 흑자국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국가(2019년 261억 달러)이며, 홍콩 거래소의 국가별 투자자 비중에서 미국(2018년 기준 20%)과 영국(23%)이 각각 3위와 1위를 차지한다. 미 행정부는 민간 부분의 충격을 무시할 수 없다.
 
지난 4월 홍콩의 대형 환전소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고 있다. 홍콩 전문가 사이에서 인민폐의 국제화를 위해 홍콩달러와 미국달러의 결별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지난 4월 홍콩의 대형 환전소 앞을 마스크를 쓴 시민이 지나고 있다. 홍콩 전문가 사이에서 인민폐의 국제화를 위해 홍콩달러와 미국달러의 결별을 피할 수 없다는 전망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중앙포토]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를 대비해야 한다. 홍콩의 특별지위가 박탈될 경우 충격은 크게 세 가지다. ▶관세 혜택 축소와 무역 충격, ▶환율(달러 페그제)과 자본이동 제한, ▶각종 혜택 축소와 해외기업의 탈출 가능성이다.
 
첫째, 무역 제재의 경제적 충격은 미미할 전망이다. 지난 30년간 홍콩의 제조업은 대부분 중국 본토로 옮겨갔다. 현재는 연계 무역과 서비스업 중심으로 완전히 바뀐 상태다. 2018년 기준 홍콩 제조업의 국가 총생산(GDP) 비중은 1%, 서비스업의 비중은 89.5%에 달한다. 또 홍콩의 대미국 수출의 78%는 중국이 원산지다. 이미 중국과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설사 미국이 모든 관세 혜택을 철폐해도 전체 홍콩 수출에 끼치는 영향은 1.6%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홍콩의 특별관세 혜택은 홍콩이 독립적 지위로 세계무역기구(WTO)에 참여해 발생한 권한이어서 미국 이외의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줄 수 없다.
 
홍콩의 관세 특혜가 사라질 경우 한국의 대중국 연계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 홍콩은 한국의 5대 수출국이다. 단 90%가 중국 본토향(向)이며 반도체가 70%를 차지한다. 홍콩 연계 수출의 장점인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은 중국 보세지역을 통해 대체가 가능하다. 단기 물량이 영향을 받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중국 직접 수출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환율·자본 제한 … 치명적이지만 명분 적어
 
둘째, 환율과 자본이동 제한이다. 가장 치명적이지만 미국의 전면적인 제재 방법과 명분이 없어 역시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다. 홍콩은 1983년부터 달러와 일정한 비율(달러당 7.75~7.85HKD)로 고정한 달러 페그제를 통해 금융 허브의 지위를 누릴 수 있었다.
 
홍콩·한국 외화보유액

홍콩·한국 외화보유액

미국의 금리인상이나 무역전쟁 등 대외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홍콩 달러 약세(자본유출)와 페그제 포기 여부는 금융시장이 가장 두려워한 이슈였다. 특히 미국이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 중 ‘달러와의 자유로운 교환’이 있다 보니 환율과 자본이동 제한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 있다. 그러나 홍콩의 달러 페그제는 미국이 결정하는 정책이 아니다. 홍콩 금융당국의 선택 사항이다. 홍콩은 1992년 ‘홍콩 정책법’ 이전에 이미 9년간 달러 페그제를 시행했다. 향후 결정도 미국의 동의가 필요 없다. 이미 지난 5월 홍콩 당국은 환율제도에 어떠한 변화도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미국이 자본이동을 제한할 수 있을까? 부분적인 제재가 예상되나 전면적인 제한은 역시 어렵다고 판단된다. 가장 두려운 조치는 홍콩을 SWIFT(국제은행간 통신협정)에서 배제하거나 미국 기업의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직접 제재이다. 이는 이란과 북한 같은 케이스에 해당한다. 현실성이 떨어진다. 아마 홍콩 보안법이 정식 발표될 8월 전후로 일부 미국 금융사가 홍콩 투자를 제한하거나 중국·홍콩 기업에 대한 부분적인 제재가 채택될 가능성이 더욱 크다.
 
향후 홍콩이 치명적인 상황에 처하기 위해서는 첫째 미국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도래하면서 미국과 홍콩의 금리 차가 커지고, 둘째 홍콩 달러의 지속적인 약세와 극심한 자본유출이 발생한 뒤, 셋째 홍콩 외화보유액의 빠른 소진과 페그제 포기까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한다. 올해 상황은 이 중 어떤 조건도 부합하지 않는다. 실제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2022년까지 금리 동결을 선언했다. 홍콩 달러 환율은 미국보다 금리가 높아 자본유입이 지속되며 초강세(7.75 HKD)를 보인다. 홍콩의 외화예금 역시 월평균 4% 증가했다. 또한 지난 5월 기준 홍콩의 외화보유액은 4423억 달러로 세계 7위이다. 한국의 4073억 달러보다 많다. 중기적인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방파제 역할을 하기에 충분한 보유량이다.
 
셋째, 각종 혜택이 사라지면서 해외 기업이 홍콩을 이탈할 가능성이다. 이는 위협적이지만 무차별적인 이탈 가능성은 적다고 판단된다. 지난 3일 미국 CNBC에 따르면 홍콩 내 미국기업의 83.5%가 보안법 발효를 우려했지만, 해당 이슈로 홍콩을 떠날 계획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70.6%에 달했다. 역내에 홍콩을 대체할 대안 도시도 찾기 어렵다. 싱가포르의 반사이익이 예상되나, 홍콩에 진출한 기업 대다수는 아세안보다 중국·일본·한국·대만 연계 비즈니스 비중이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보 접근성과 지리적 한계가 분명하다.
 
지난 3년간 홍콩 금융시장은 중단기 악재를 충분히 반영했다. 한국은 당분간 홍콩 시스템의 붕괴만 가정하기보다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냉정한 관찰과 시나리오 대비가 필요할 때다.
 
“홍콩 특별정책 박탈 절차 시작” 지시한 트럼프의 노림수는
지난 11일 홍콩거래소 외부 대형 전광판에 올라 온 중국의 인터넷 포털 넷이즈(網易)의 홍콩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 [신화=연합뉴스]

지난 11일 홍콩거래소 외부 대형 전광판에 올라 온 중국의 인터넷 포털 넷이즈(網易)의 홍콩 상장을 축하하는 문구. [신화=연합뉴스]

“중국이 약속했던 ‘한 나라 두 제도’를 ‘한 나라 한 제도’로 바꿨다. 이 때문에 홍콩을 특별히 대우하는 예외 정책을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했다. 오늘 발표는 범죄인 인도조약부터 이중 용도 기술에 대한 수출통제 등 홍콩과 모든 협정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예외는 거의 없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로즈가든 연설의 요지다. 1992년 발효된 ‘홍콩정책법’ 폐지 절차에 돌입했다. 대신 “예외는 전혀 없다(No exception)”가 아닌 “거의 없다(few)”며 여지를 남긴 점이 주목된다.
 
‘홍콩정책법’이 규정한 홍콩의 특별지위는 1984년 중·영 홍콩 반환 협정을 전제로 한다. 경제·무역·금융·항공·운송·관광·문화 등 여러 방면에서 홍콩과 교류 협력을 장려하고 있다. 관세·무역·민감기술·비자·달러 거래 등 중국과 차별한 ‘최혜국 대우’를 인정한다. 구체적으로 홍콩산 제품을 미국으로 수출할 때 관세를 면제하고, 달러와 홍콩 달러(HKD) 간 자유로운 교환을 허용하며, 미국의 민감기술 구매와 단독적인 경제협상, 비자 및 영주권 발급 시 차별화한 혜택을 부여했다. 대신 홍콩이 충분히 자율적이지 않다고 판단될 때 대통령은 행정명령으로 특별지위를 중단시킬 수 있도록 명문화했다.
 
홍콩 시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말 발효된 미국의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도 홍콩정책법의 폐기 조건을 명시했다. 즉 매년 국무장관이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홍콩의 자유를 훼손한 사람에 대해 비자발급 금지나 자산 동결 등의 제재가 가능하다. 하지만 금융과 외환에 대한 실질적인 제재는 제한적이다. 향후 미국이 실제 실행 가능한 조치와 박탈할 경우 충격은 올 하반기 금융시장이 감내할 수 있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김경환
베이징대 경제학과 졸업. 중국 체류기간 11년, 현대증권과 하나금융투자에서 중국과 신흥국 분석 담당 애널리스트로 14년간 근무. 2019년 한경 선정 중국·신흥국 투자전략 부문 베스트 애널리스트.

 
김경환 하나금융투자 글로벌전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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