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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사전] 부부

정철 카피라이터

정철 카피라이터

한 글자로는 짝. 두 글자로는 하나. 세 글자로는 나란히. 네 글자로는 평생친구. 다섯 글자로는 사랑합니다. 열아홉 글자로는,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사람사전』은 ‘부부’를 이렇게 풀었다. 앞에 세운 다섯은 그냥 지나쳐도 좋다. 마지막 열아홉 글자를 말하고 싶어 조연 다섯을 동원한 거니까.
 
부부는 닮는다고 한다. 식성도 습관도 가치관도 다른 두 사람이 어떻게 닮아갈까. 자, 칠각형과 십팔각형이 만난다. 두 도형이 자꾸 부딪치면 각이 조금씩 마모된다. 결국 둘 다 원에 가까워진다. 이렇게 닮아가는 거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단어는 ‘마모’다. 공학적 표현으로는 ‘마모’지만 인문학적 표현은 ‘배려’다. 부부가 닮는 건 서로를 배려하며 자신의 각을 조금씩 마모시키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랬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이 열아홉 글자가 마모다.
 
사람사전 6/17

사람사전 6/17

부부싸움은 각과 각의 부딪침이다. 부딪치며 닮아가는 과정이다. 그렇다고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무책임한 말을 그대로 믿으면 곤란하다. 물의 입장과 칼의 입장은 다르다. 칼에 잘린 물은 금세 원위치 하지만, 물에 자주 닿은 칼은 녹슬고 만다. 부부싸움의 상처, 생각보다 오래간다. 가슴에 못을 박는 아픈 말, 못난 말은 입 밖으로 내보내서는 안 된다. 못은 가슴이 아니라 벽에 박는 물건이다.
 
이 글을 내 아내가 읽는다면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너나 잘하세요. 물론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당신이 그렇게 썼다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겠지요.
 
정철 카피라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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