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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는 지금 ‘닥치고 현금’

지난 3월 경기도 수원 광교 컨벤션 복합단지에 개장한 갤러리아광교 백화점. [사진 갤러리아광교]

지난 3월 경기도 수원 광교 컨벤션 복합단지에 개장한 갤러리아광교 백화점. [사진 갤러리아광교]

알짜 부동산을 보유한 재계의 부동산 큰손인 오프라인 유통업계가 자산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소비의 중심으로 부상한 온라인 쇼핑(e커머스·e-commerce)에 맞서 유동성을 확보해 신규 사업에 투자하기 위해서다.
 

실적 악화에 유동성 확보할 필요
갤러리아 “광교점 팔고 재임대”
이마트 매장 13곳, 마곡땅 매각
현대백화점도 신규매장 임대로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갤러리아백화점을 운영하는 한화갤러리아는 최근 갤러리아광교 백화점 건물 매각을 위한 투자 제안 요청서를 발송했다. 갤러리아광교는 지난 3월 경기도 수원 광교 컨벤션 복합단지에 개장한 백화점이다.
 
한화갤러리아는 “신규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한 사전 작업의 하나로 다수의 투자자문사 후보에게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며 “해당 백화점을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안을 사전 검토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갤러리아가 갤러리아광교 땅을 매입하고 건물을 신축하는데 쓴 돈은 약 5000억원이다. 앞서 지난 2월에도 한화갤러리아는 충남 천안시 갤러리아백화점 센터시티점이 입점한 건물을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유동화했다.
 
신세계그룹과 롯데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국내 유통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마트는 지난해 11월 9500억원을 받고 사모펀드에 13개 매장을 매각했다. 해당 부지 소유권을 사모펀드에 넘겨주지만, 이마트 매장을 그대로 운영하는 매각 후 재임대 방식이다. 또 2013년 매입했던 서울 강서구 마곡동 부지도 지난 5월 8158억원에 팔았다. 역시 매매계약 체결과 동시에, 해당 부지에 이마트트레이더스가 입점하는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경우 지난 2월 개관한 현대백화점면세점 동대문점과 2021년 1월 개장하는 현대백화점 여의도점이 모두 임대 매장이다. 홈플러스 역시 올해 3개 안팎의 점포를 매각 후 재임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부동산 투자 계열사(롯데리츠)가 지난해 백화점(4개)·대형마트(4개)·아웃렛(2개)을 매입했다. 역시 기존 매장은 계속 운영한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매각 후 재임대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하는 건 현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실적 악화에 유동성 확보가 필요해진 측면도 있다. e커머스와의 전쟁을 위해 계속 투자도 해야 한다. 롯데마트는 온라인 사업과 오프라인 사업을 융합한 ‘바로배송’ 서비스를 시작했고, 신세계그룹의 백화점·이마트 통합쇼핑몰 SSG닷컴도 2023년까지 1조7000억원을 투자해 7개 물류센터를 짓는다.
 
현대백화점그룹 역시 e커머스와 차별화한 제품을 보유한 아웃렛과 새로운 형태의 쇼핑몰에 집중한다. 오는 26일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을 시작으로 9월(인천공항 제1 여객터미널 패션·잡화면세점)과 11월(현대프리미엄아울렛 남양주점), 그리고 내년 1월(현대백화점 여의도점) 줄줄이 신규 매장을 연다.
 
매각 후 재임대는 현재 전개하는 사업 구조를 흔들지 않으면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매매 계약을 체결하면서 해당 건물을 장기간 계속 임차할 수 있다는 조항을 계약서에 넣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마트는 지난해 13개 매장을 매각하면서 여기서 10년 동안 이마트 매장을 운영한다는 임차 조항을 넣었다. 최저 수준의 금리도 매각 후 재임대가 활발한 배경이다. 부동산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매각 후 재임대는 사실상 장기임차인이 보장된 부동산 투자다. 여기에 투자 기간이 지나면 부동산 가치 상승으로 인한 시세 차익도 기대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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