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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 장·차관, 폭파 직전까지 대북전단 막기만 신경썼다

청와대는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지 136분 만인 16일 오후 5시5분 정의용 안보실장 주재로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었다. 한 시간여 회의 끝에 내놓은 입장은 문재인 정부 들어 어느 때보다 강경했다. ‘강한 유감’ 표명과 ‘강력한 대응’ 경고였다.
 

김연철, 국회서 “전단 방지 미흡”
차관은 석모도 방문 “삐라 막아라”
김 장관, 폭파 뒤엔 “예고된 것”

NSC, 문 대통령 대신 정의용 주재
“전적으로 북한 책임” 강력 메시지

김유근 NSC 사무처장은 오후 6시30분 브리핑에서 “정부는 오늘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에 대해 강력한 유감을 표명함”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이로 인해 발생하는 모든 사태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분명히 함”이라고 강조했다.
  
청와대, 폭파에 대응 기류 바뀌어
 
16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 중이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접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 장관은 회의 중 ‘상황을 파악하고 있냐’는 의원의 질문에 ’예고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16일 국회 외통위에 출석 중이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소식을 접한 뒤 국회를 떠나고 있다. 김 장관은 회의 중 ‘상황을 파악하고 있냐’는 의원의 질문에 ’예고된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그러면서 “북측이 상황을 계속 악화시키는 조치를 취할 경우 우리는 그에 강력히 대응할 것임을 엄중히 경고함”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하다’ 등의 동사형 접미사 없이 명사형으로 끊어지는 군대식 발표문을 그대로 읽었는데, 청와대가 이번 사태를 엄중하게 본다는 점을 나타내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이는 이틀 전인 14일 새벽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의 담화와 관련해 긴급 NSC 화상회의를 열었을 때는 정확한 내용이나 입장을 아예 내지 않았던 것과도 비교된다. 말로 하는 위협까지는 유화적 태도로 응했지만, 실제 행동이 이어지자 대응 기류가 바뀐 것이다. ‘그만하고 대화에 응하라. 또 도발하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신호 발신이었다.
 
다만 청와대는 이날 NSC 회의를 문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지는 않는 것으로 다소 여지를 남겼다.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한 의도도 있어 보인다. 특히 청와대는 강력한 대응을 다짐하면서도 무력 시위나 제재 강화 등 구체적인 조치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상응하는 조치’ ‘비례하는 조치’ 등의 표현도 없었다.
 
청와대의 이런 뒤늦은 메시지 관리가 실제 상황 관리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청와대가 밝힌 ‘강력한 대응’을 북한이 대남 도발의 빌미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처럼 남북관계가 위기를 맞은 가운데 주무부처인 통일부 장·차관의 이날 행보가 도마에 올랐다. 군 당국에 따르면 개성공단 지역에서 폭발음이 들린 건 오후 2시49분쯤었는데, 약 30분 만에 군 소식통발로 연락사무소가 완파된 것으로 추정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날 탈북민 단체 등의 쌀 페트병 살포 대응상황 점검차 강화도를 방문한 서호 통일부 차관이 경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이날 탈북민 단체 등의 쌀 페트병 살포 대응상황 점검차 강화도를 방문한 서호 통일부 차관이 경찰 관계자와 인사를 나누는 모습. [연합뉴스]

군 관계자는 “군 당국은 최근 정세 변화를 고려해 주요 대상을 감시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김여정이 담화에서 콕 짚어 거론한 연락사무소를 주시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정작 통일부가 이를 공식 확인한 건 폭파로부터 한 시간가량 지난 오후 3시55분쯤이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폭파 당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참석 중이었다.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예고가 된 부분이다. 조금 더 정확한 상황을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상황을 잘 모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조금조금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예고된 부분이라면 예상되는 상황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했다. 하지만 오후 3시53분쯤 급히 자리를 뜨기 전까지 김 장관의 발언은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반영하기는커녕 대북 전단을 막지 못한 데 대한 ‘내 탓이오’에만 집중돼 있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일에 대해 통일부가 얼마나 추진력을 갖고 했는지 자성이 필요하다”(윤건영 민주당 의원)는 질책에 김 장관은 “공감한다. 미흡한 부분이 있었다”고 답했다. “과거의 관성에 사로잡혔던 부분들은 충분히 성찰을 하고 있다”는 ‘자기반성’과 함께다.
 
김 장관은 또 제재에 어긋나지 않는 남북 협력사업은 추진했어야 한다는 지적에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남북 개별관광은 이미 하고 있을 것”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드라이브를 건 개별관광은 제재 위반 논란까지 가기도 전에 애초에 북한이 전혀 호응하지 않아 첫발조차 떼지 못했는데 말이다.
 
이에 이인영 민주당 의원이 “정말 그럴 거라고 보느냐”고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이 의원은 “그건 잘 안 맞는 것 아니냐. 될 것 같았으면 코로나19 상황에서 보건의료 협력 등을 통해 (관계가) 더 진전될 문제일 수 있었지 않나”라고 되물었다. 그러자 김 장관은 “남북한 신뢰 회복이 전제가 돼야 할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통일부, 북한 첩보 안일 대응 가능성”
 
이 와중에 서호 통일부 차관도 삐라 막기에만 열중했다. 현장 점검을 하겠다며 오전 인천 강화군 석모도까지 갔다. 북한이 연락사무소 폭파를 준비하고 감행하는 동안 그는 강화경찰서, 인천해경 강화파출소, 삼산파출소를 돌며 경찰을 만나 “(삐라를 막는 데) 최선을 다해 달라”고 했다. 북한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와중에 주무부처 차관이 경계심을 갖고 사태를 주시하기보다 인천까지 가 삐라를 막으라고 독려하기 바빴던 것이다. 김 장관도 오후 외통위 참석으로 자리를 비울 게 예정돼 있었는데 말이다. 폭파 직후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박한기 합참의장이 합동참모본부 지하 전투통제실로 이동해 영상을 확인하고 상황 관리에 들어가는 등 일사불란하게 움직인 것과는 비교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통일부는 협력을 중시하다 보니 북한의 경고를 비교적 낮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며 “폭파 관련 첩보를 전달받고도 설마 오늘 정말로 폭파하겠냐는 희망을 갖고 대응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권호·한영익·박용한 기자 park.yong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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