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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기 칼럼니스트의 눈] ‘사용후핵연료 시설’ 방사선량 서울 은평구보다 적어

경주시 원전 맥스터 증설 논란

월성 원전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건식 보관시설과 그 앞의 빈 터. 전문 용어로 맥스터라고 하는데 현재 사용 후핵연료 저장률이 95.3%다. 2022년 3월 포화상태에 이른다. 건설 기간이 1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 8월에 신규 맥스터 건설에 착수해야 월성 2,3,4호기 원자로의 지속적인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지역의 환경 근본주의 운동가들은 ‘맥스터 추가 건설을 중지시켜라’ ‘대안이 없으면 월성 원자로를 멈춰 세워도 좋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들 가운데 ’탈원전 일정에도 없는 원자로의 억지 정지는 안전에도 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가 많다. 원전의 빈터, 그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진 월성 원전]

월성 원전의 울타리 안에 있는 사용후 핵연료 건식 보관시설과 그 앞의 빈 터. 전문 용어로 맥스터라고 하는데 현재 사용 후핵연료 저장률이 95.3%다. 2022년 3월 포화상태에 이른다. 건설 기간이 19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올 8월에 신규 맥스터 건설에 착수해야 월성 2,3,4호기 원자로의 지속적인 안전 운행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반면 지역의 환경 근본주의 운동가들은 ‘맥스터 추가 건설을 중지시켜라’ ‘대안이 없으면 월성 원자로를 멈춰 세워도 좋다’고 주장한다. 지역 주민들 가운데 ’탈원전 일정에도 없는 원자로의 억지 정지는 안전에도 경제에도 도움이 안된다“는 소리가 많다. 원전의 빈터, 그 운명은 어떻게 될까. [사진 월성 원전]

좀 길지만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를 설립하고 세계보건기구의 고문을 지낸 통계학 분야의 석학이자 의사인 한스 로슬링의 저서를 일부 인용하고 싶다. 그는 2017년 『팩트풀니스』(김영사, 2019년 번역)라는 명저를 남기고 69세에 숨졌다.
 

환경을 종교로 모시는 이들의 전략
맥스터 못 짓게 해 원전 멈춰 세우기
쇠똥 냄새난다고 소를 죽일 수 있나
선거 뒤 민심도 원자력 찬성이 압도

“2011년 3월 11일, 일본 해안 29㎞ 해저에서 ‘지진 단층 파열 현상’이 일어났다. 이로 인해 일본 본토가 약 2.5m 동쪽으로 이동했고, 이때 발생한 쓰나미가 일본 해안을 덮쳐 약 1만8000명이 목숨을 잃었다. 쓰나미는 후쿠시마 핵발전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놓은 장벽을 넘었다. 후쿠시마는 온통 물로 넘쳤고, 전 세계 뉴스는 신체 손상과 방사능 오염의 공포로 넘쳐났다. 사람들은 최대한 빨리 후쿠시마를 탈출했지만 이후 1600명이 더 목숨을 잃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방사능을 피해 도망쳤지만 방사능 때문에 사망했다고 보고된 사람은 아직 한 명도 없다. 1600명은 탈출 과정 또는 탈출 후에 사망했다. 이들은 대개 노인이었고 피난 그 자체나 대피소의 삶에서 오는 정신적·신체적 스트레스가 사망 원인이었다. 이들을 죽음으로 내몬 것은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였다.”(163쪽)
 
권력의 힘으로 탈원전을 성역화한 문재인 대통령과 환경 근본주의자들은 후쿠시마 사고를 교리의 근본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후쿠시마의 교훈은 원전 사고가 지진이 아니라 쓰나미에 의해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즉, 물의 범람이 사고의 원인이었다. 원전 사고가 났다 해도 이로 인해 사망에 이른 인명 피해가 한 명도 없다는 점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스 로슬링은 “방사능이 아니라 방사능 공포”로 사람들이 사망했다고 적시했다. 로슬링 박사는 미국의 낙후한 공공의료 정책을 비판하는 진보적인 과학자인데 ‘사실에 근거한 세계관’으로 심각한 무지와 싸운다는 사명감을 지녔다. 사람들은 많이 잊었을 테지만 2017년 6월 고리1호 원자로 영구 폐기식에서 문 대통령이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1368명이 사망했다”고 한 발언은 신념이 사실을 왜곡한 경우라 하겠다.
 
환경을 종교로 모시는 사람들의 인식 오류는 교정되기는커녕 4·15총선 뒤 문 대통령의 권력 강화로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 탈원전으로 날벼락을 맞은 두산중공업에 “그러면 풍력에 투자하라”(5월 6일 경남CBS라디오)고 염장을 지른 양이원영이라는 초선 국회의원이 “문 대통령의 탈원전 의지가 나에겐 가장 큰 뒷배”(4월 24일 오마이뉴스)라고 한 적이 있다. 이 의원의 언행처럼 환경근본주의자들과 대통령 권력의 일체화한 관계를 잘 보여주는 사례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총선에서 문 대통령의 권력을 지지한 민심도 탈원전 정책에서만큼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최근 한국갤럽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원자력 발전에 대해 찬성 유권자가 66%, 반대 유권자가 21%로 나타났다. 앞으로 전체 에너지원 중 원자력 발전의 비중에 대해서도 늘려야 한다가 31%, 현행 유지가 27%, 줄여야 한다가 28%였다(5월 12~14일 조사).
 
지금 에너지 커뮤니티에선 경주시 월성 원자력 발전소의 사용후핵연료 임시 보관시설(맥스터)의 건설 문제를 놓고 찬반 여론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6, 7월에 걸쳐 중앙과 경주시 차원에서 진행될 맥스터 공론화 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일 것이다. 환경 근본주의자들의 일부 주장들은 사실이나 상식에서 동떨어져 있다. 지난 9일 필자는 맥스터의 안전성 등을 따져 보기 위해 월성 원전을 현장 취재했다.
 
월성 2, 3, 4호기 원전은 동해를 바라보며 경주시 양남면과 양북면에 걸쳐 있다. 원전 울타리 안에는 원자로의 전기 생산에 쓰이고 남은 사용후핵연료(spent nuclear fuel) 저장 시설이 있다. 사용후핵연료는 비유컨데 연탄이 타고 남은 재와 같다. 연탄재도 남은 열기가 식을 때까지 임시 보관하다 한꺼번에 집 밖으로 내다 버리듯 사용후핵연료도 초기의 열과 방사선을 6~7년 물속 수조에 담가 놨다가 밀도 높은 건식 콘크리트로 이동해 임시 보관하게 된다. 영구 처분은 세월이 더 흐른 뒤 원전 울타리 밖 경주 이외의 다른 지역에서 이뤄지도록 법에 설계되어 있다.
 
5곳의 방사선량 비교

5곳의 방사선량 비교

월성 원전엔 습식과 건식 두 종류의 임시 저장 시설이 있는데 건식 저장시설이 가로 21.9m, 세로 12.9m, 높이 7.6m 규모로 대형 콘크리트 창고처럼 생긴 맥스터이다. 건설 비용은 약 340억원. 현재 맥스터의 사용후핵연료 총용량은 16만8000다발이고 지금까지 저장량은 16만200다발이어서 저장률은 95.3%에 이른다. 2022년 3월이면 100% 포화 상태에 이르고 시공 기간은 아무리 줄여 잡아도 19개월 걸린다고 한다. 따라서 올 8월에 새 맥스터 건설이 시작돼야 22년 3월 이후 발생할 ‘원전 연탄재’ 보관 시설이 생긴다. 맥스터 추가 건설에 대해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같은 환경 근본주의자들은 중지를 주장한다. 맥스터 자체가 위험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그들 주장대로 된다면 월성 2, 3, 4호기 원자로는 멈춰 세울 수밖에 없다. 탈원전의 사제들은 연탄재가 위험하니 아예 연탄을 때지 말자고 설교하고 있다.
 
실제로 경주시 탈핵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상홍씨는 “시민들에게 왜 대책을 내놓으라고 하나. 월성 2, 3, 4호기를 5년쯤 조기 폐쇄하는 것도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쇠똥 냄새가 더이상 싫으니 이제 소를 잡아 없애자는 얘기처럼 들린다. 그러면 소 하나만 바라보고 농사짓고 생활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는 건가. 실제 월성 원전과 생활 공동체로 직간접적으로 엮여 있는 양남·양북면 주민 중 이상홍류의 ‘5년 조기 폐쇄론’에 거부감을 표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당장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와 협력업체 운영자만 해도 2600여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탈원전 일정에 맞춰 인생 주기를 조정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이를 5년 당기면 시민운동권이 책임질 수 있느냐고 항변한다.
 
도대체 맥스터는 얼마나 위험한 걸까. 원자력 연탄재 즉, 사용후핵연료의 위험성은 결국 방사선 누출 가능성의 문제이다. 기자는 9일 오후 2시~4시 월성 원전의 수조 및 맥스터 주변의 방사선 수치와 경주시, 서울 강남구와 청와대와 가까운 은평구 등 다섯 군데의 방사선량을 비교해 봤다.
 
월성 원전의 방사선 계측기로 직접 재어본 결과 수조 건물 외곽에서 잰 방사선량은 0.140µsv/h였고, 맥스터 입구에 설치된 방사선 계측기는 0.097µsv/h를 가리켰다. 그 시간대 경주시, 강남구와 은평구의 방사선량은 각각 0.104µsv/h, 0.140µsv/h, 0.148µsv/h로 나타났다. 병원에서 흉부CT를 한 번 찍을 때 인체가 쬐는 방사선량이 200µsv/h라고 한다. 전국 주요 지역의 방사선량은 정부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이 제공하는 앱 iernet.kins.re.kr에서 언제나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평시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소의 방사선량은 일반 시민이 활동하는 경주시나 서울 지역의 수치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은 편이었다. 그만큼 임시 저장 시설에서 방사능 누출은 완벽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방증인 것이다.
 
전 경주 환경련 사무국장 “원전 억지로 정지시키면 더 위험”
월성 원전 주변에서 음식점(고래등횟집)을 운영하는 김승욱(사진) 사장은 2011~12년 ‘경주 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을 지냈다. 그는 당시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로 경주시, 월성 원전 등을 상대해 강력한 투쟁을 벌였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김승욱 사장의 시각은 현실 조건을 무시하고 원전을 즉각 정지시키자는 식의 환경 근본주의자들과 달랐다. 그는 맥스터 신규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 환경련 핵심 간부까지 지냈는데 맥스터 건설을 찬성하는 이유는.
“맥스터를 무조건 못짓게 하면 사용후핵연료를 그럼 노상에 방치하란 말인가. 그런 상황을 반대론자들이 책임질 수 있나.”
 
맥스터를 짓지 못하면 원전은 2022년 봄, 5년 정도 당겨 조기 폐쇄해야 한다.
“정부가 엄연하게 정한 탈원전 일정이 있다. 거기서 더 당겨 원전을 억지로 정지시키면 예기치 않은 돌발 사태로 원전이 더 위험해질 수 있다. 환경 운동은 원전이 안전 궤도를 달리도록 감시하고 견제해야지 궤도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월성 원전과 지역 사회는 수십년간 경제 공동체가 되었다. 누구도 그 공동체를 5년 앞당겨 깰 권리는 없다.”
 
맥스터의 안전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느끼는가.
“월성의 사용후핵연료는 지난 29년 동안 단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을 정도로 잘 관리되어 왔다. 맥스터는 신공법으로 더 철저한 기술이 적용된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가까이 살고 있지만 2016년 경주 지진 때도  월성 원자로와 맥스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전영기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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