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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염치없지만 부탁"···한수공 42억 납품 뒤엔 '실험조작'

대법원 전경. 뉴스1

대법원 전경. 뉴스1

연구자의 ‘재량’일까 실험 결과 ‘조작’일까.
 
용역 실험 결과를 업체 측에 유리하게 바꿔 납품을 도왔다며 사기 방조 혐의로 기소된 국립대 교수 A(63)씨에 대해 대법원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의 유죄를 확정했다. A교수는 “실험을 정확하게 하기 위해 오차를 줄이려 한 것이지 조작이 아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마실 물' 정수 시설 실험 조작

경기도 한 정수장에서 직원들이 수질 점검을 하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경기도 한 정수장에서 직원들이 수질 점검을 하는 모습.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뉴스1]

한국수자원공사(한수공)는 경기도 용인 수지ㆍ화성 정수장에 고도정수처리시설을 도입하려 했다. 보통의 정수 방법으로는 제거되지 않는 유기화학물질 등을 걸러낼 때 활성탄 등을 추가해 처리하는 시설이다. 다수 활성탄 납품업체가 자원공사가 발주한 공사에 하청 업체로 뛰어들었다.
 
한 국립대 환경 관련 학과에 있던 A교수는 활성탄 업체들로부터 활성탄 흡착 실험(RSSCTㆍRapid Small Scale Column Test)을 의뢰 받는다. 정수 시설에 들어가는 활성탄의 흡착 및 제거 기능을 평가하기 위한 실험이다. 기준치와 비교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데 업체들이 이 실험 결과를 한수공에 제출해야 납품 계약이 이뤄졌다.
 
검찰은 A교수가 2013년~2016년동안 두 개의 활성탄 납품 업체로부터 실험 의뢰를 받아 실험 결과를 조작했다고 보고 그를 기소했다. A교수가 업체들에게 부정적인 중간 실험 결과를 미리 알려줬고, 업체 부탁을 받고 기준 미달인 활성탄을 임의로 재측정해 숫자를 고친 뒤 합격 결과를 내줬다는 것이다. 검찰은 A교수의 결과 조작 덕에 두 업체가 불량 활성탄을 납품하고 한수공으로부터 각각 14억여원과 28억여원의 활성탄 납품 대금을 받았다고 봤다. A교수는 사기 방조 혐의를 받았다. 
 

A교수 “실험 보정일뿐, 조작 아냐”

수사기관부터 항소심 법정까지 A교수는 자신의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자신은 단지 실험 과정에서 발생하는 오류나 오차를 보정하려고 전문적인 식견을 바탕으로 결과를 고친 것일 뿐이란 말이다. 이런 보정 방법을 잘못된 연구 방법이나 실험 조작으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또 단순히 실험 과정에서 일부 과실이 있었거나 납품 업체들과 서로 연락을 긴밀히 주고받았다고 해서 방조 혐의를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폈다.
 

법원 "원칙없는 보정…조작"

1ㆍ2심 법원은 A교수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 법원은 27쪽의 판결문으로 A교수의 ‘보정’이 왜 조작인지 설명했다. 1심은 “A교수가 재실험 대상으로 선택한 활성탄들은 평균 제거율에 미치지 못한 최하위 활성탄”이라며 “최하위 실험지만 골라 재실험하는 이례적인 상황에도 A교수는 재실험 사실이나 그 대상을 선정하는 기준 등을 최종 보고서에 전혀 적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업체 관계자들과 A교수와의 관계도 짚었다. 한 업체 관계자는 A교수에게 “실험 결과가 어떻게 나올 것 같냐”고 묻고 “교수님! 염치 없지만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문자를 보냈다. 다른 업체 관계자도 “전부 합격시켜 달라, 실험비를 더 올려주겠다”는 취지로 부탁하기도 했다. 1심은 A교수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항소심은 “A교수가 한 ‘보정’이 특정한 방향성과 목적성을 갖고, 일관된 기준이나 원칙 없이 이뤄졌다”며 “보정이라는 명목 하에 이뤄진 '자의적 조작'”이라고 판결했다. 또 납품업체로부터 상품권 및 현금을 받은 점도 고려했다. 항소심은 “A교수는 공공재인 먹는 물 안전을 해할 위험도 초래했다”며 죄가 가볍지 않다고 봤다. 
 
다만 법원은 A교수가 2심에서 보석이 허가될 때 까지 9개월 남짓 수감생활을 한 점 등을 참작해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도 이를 옳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수정 기자 lee.suje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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