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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리나 김지영 “꿈에서도 그리운 무대, 후배들 더 즐겼으면”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서 만난 발레리나 김지영. 지난해 6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은퇴해 현재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일하며 프리랜서 무용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이광기]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서 만난 발레리나 김지영. 지난해 6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에서 은퇴해 현재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로 일하며 프리랜서 무용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이광기]

“코로나19 이후론 쉬고 있지만, 그 전까진 계속 공연하고 러브콜 받았어요. 학생들 가르치랴, 여러 발레단과 매회 다른 작품 협업하랴, 국립발레단 시절보다 더 바빴던 것 같아요.(웃음)”

지난해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은퇴
학생들 가르치며 '협업 공연'도 적극
"무대는 신성한 곳…소중함 잊지 않길"

 
지난해 6월 은퇴공연 ‘지젤’을 끝으로 국립발레단을 떠난 김지영 경희대 무용학부 교수의 얘기다. 당시 그가 ‘나는 지난 세대의 무용수다. 이제 후배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심하며 수석무용수 자리를 내려놓은 건 공연 팬들 안에서 잔잔한 화제가 됐다. 최근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서 만나 이를 상기시키자 그는 “근데 너무 빨리 내려놨나? 더 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면서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실은 발레단에서 춤추는 꿈도 여러번 꿨어요. 한번은 ‘돈키호테’를 공연하는데, 저 혼자 옆에서 몰래 연습하고 있더라고요. 깨고 나서 마음이 복잡했죠. 아유, 정작 현역 땐 스스로 머리채 끌고 가는 심정으로 출근하곤 했는데, 하하.”
김지영 국립발레단 마지막 '지젤' 커튼콜. [사진 국립발레단]

김지영 국립발레단 마지막 '지젤' 커튼콜. [사진 국립발레단]

발레리나 김지영이 2008년 국립발레단 공연 연습하는 모습. [중앙포토]

발레리나 김지영이 2008년 국립발레단 공연 연습하는 모습. [중앙포토]

 
그 ‘현역 시절’을 뜨겁게 달구었던 게 같은 국립발레단 소속이었던 김주원(현 성신여대 교수)과의 라이벌 관계다. 김지영이 1997년 역대 최연소로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이듬해 김주원이 들어왔다. 한 살 아래 김지영이 학교를 일찍 들어간 터라 둘은 동갑내기 친구로 지내면서 발레단의 양대 스타로 군림했다. 김지영이 7년간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다가 2009년 국립발레단에 복귀하자 각자 팬덤도 다시 불붙었다.  
 
“언론에서 그렇게 띄운 것도 있고 투톱이라 서로에게 자극받은 측면도 있죠. 사실 당시에 저랑 주원씨는 무대가 너무 행복하고 열정이 150% 차있을 때였어요. 지금도 그때 영상을 보면 표정이나 몸동작에 에너지 넘치는 게 보여요.”
 
고전 레퍼터리는 물론 첫사랑에 빠진 여인(‘로미오와 줄리엣’), 모험과 환상의 뮤즈(‘돈키호테’), 시대의 비운을 껴안은 팜므파탈 스파이(‘마타하리’) 등 다채로운 이야기를 몸짓으로 들려주었다. 관객이 보기엔 아름다운 ‘무중력의 도전’이지만 크고 작은 부상이 끊이지 않아 마음 고생도 함께였다. 게다가 “공연을 하면 할수록 무대가 신성한 곳이란 생각에 한때는 너무 두려워서 공황장애로 약을 먹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조금만 게을리 해도 몸이 반응하거든요. 별 수 있나요. 훈련을 거듭하다 보면 신들린 듯 예상치도 않았던 것들이 막 나와요. 음악에 빠져 작품 안에서 헤엄 치는 거죠. 끝나고 나면 그 시간이 그리워질 정도로.”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발레리나 김지영이 가져온 김중만 작가의 사진. 2005년 7월 문화일보 지면을 위해 찍었던 토슈즈 신은 발과 맨발 사진으로 김 작가가 한쌍의 액자에 담아 김지영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유튜브 캡처]

중앙일보 유튜브 '이광기의 생활보물 찾기'에 발레리나 김지영이 가져온 김중만 작가의 사진. 2005년 7월 문화일보 지면을 위해 찍었던 토슈즈 신은 발과 맨발 사진으로 김 작가가 한쌍의 액자에 담아 김지영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유튜브 캡처]

 
2005년 7월 문화일보 지면에 실린 발레리나 김지영의 모습들. 사진작가 김중만은 이 가운데 토슈즈 신은 발과 맨발 사진을 한쌍의 액자에 담아 김지영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유튜브 캡처]

2005년 7월 문화일보 지면에 실린 발레리나 김지영의 모습들. 사진작가 김중만은 이 가운데 토슈즈 신은 발과 맨발 사진을 한쌍의 액자에 담아 김지영에게 선물했다고 한다. [유튜브 캡처]

14살에 러시아 바가노바 발레학교로 유학을 다녀온 뒤 국립발레단 15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 7년 등 도합 22년을 ‘직장인’처럼 성실하게 살았다. 해외 유명 발레단 에투왈(수석)에 오른 것도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이어 한국인으로서 두 번째였다. 후배들의 ‘롤 모델’을 개척해온 입장에서 최근 국립발레단 일부 무용수들이 코로나19 자가 격리 지침을 어기고 사회적 논란이 된 걸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과도기적 혼란으로 보인다”면서 에둘러 이렇게 말했다.
 
“예전엔 발레만 잘 하면 됐는데, 요즘은 SNS 소통도 힘써야 하는 시대잖아요. 예술가로서 자유스러움 외에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땐 눈높이를 맞춰 현명하게 해가길 바래요. 떠나고 보면 그렇게 귀할 수가 없어요. 무대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고 즐겼으면 해요.”
 
“옛날에 태어나길 잘 했다. 요즘 후배들의 창의력을 보면 깜짝깜짝 놀라면서 많이 배운다”는 그는 요즘도 매일 2~3시간 이상 연습을 빠뜨리지 않는다. “강제성이 없으니 긴장감을 유지하며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게 더 힘든 것 같다”고 했다. 오는 7월 ‘한국현대춤작가 12인전’을 포함해 거의 매달 공연이 예정돼 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실제로 열릴지 여부는 알 수 없다.  
 
“요즘 온라인 공연도 많이 열리는데, 무용수 입장에선 그게 더 힘들어요. 딱 한 번 무관중 공연을, 어느 콩쿠르 1라운드에서 한 적 있는데, 정말 다시는…. 아무리 디지털 세상이라 해도 사람들 간에 온기를 대신할 순 없지요. 얼른 코로나19가 극복이 돼서 무대에서 여러분의 기를 느끼고 싶네요.”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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