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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챠 대표의 쓴소리 "21대 국회, 20세기식 환상서 벗어나야"

박태훈 왓챠 대표 인터뷰

지난달 20일 열린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 넷플릭스 등 콘텐트 사업자(CP)에게도 망 품질 유지에 대한 책임을 묻는 이른바 '넷플릭스 규제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콘텐트 기획·제작 외에 통신사들과 망 품질 유지를 위한 협상까지 하게 된 CP들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국내 대표적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스타트업 왓챠의 박태훈(35) 대표도 그들 중 한 명이다. 특히 박 대표는 "국내 통신사가 CP에 요구하는 망 사용료는 지나치게 비싸고, 그 산정 기준도 불투명해서 문제"라고 주장한 것으로 유명하다. 돈을 내더라도 왜 그만큼 내야하는지 알고 내자는 요구에 통신사들은 그동안 뚜렷한 대답을 내놓지 않았다. 지난 8일 서울 강남구 서초동 왓챠 사무실에서 박 대표를 만났다. 쓴소리가 쏟아졌다.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통신사 경쟁력 없는 걸 왜 소비자·CP한테 전가하나"

넷플릭스 규제법이 국회에서 통과됐다.
통신사의 요구는 전부 반영되고, CP의 요구는 전부 빠졌다. "통신사에 잘 보여야 사업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겠다는 게 정부와 국회의 의도인가 싶어 절망스럽다. 20대 국회에선 통신사만 A+, 나머진 F 학점을 받은 셈이다. 시행령을 봐야겠지만, 장기적으론 국내 모든 통신·인터넷 사업자의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통신사가 망 품질 유지 의무를 CP에게 따진다는 건 글로벌 통신망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자인하는 것 아닌가.
 
글로벌 망 경쟁력?
통신사의 역량은 망 규모로 결정된다. 하위 사업자가 상위 사업자에 접속할 때 돈을 내는 구조다. 이동통신3사가 국내에선 1계위 사업자다. 그런데 글로벌에선 2~3계위다. 국제망에 대한 투자를 등한시해온 탓이다. 그러니 해외에서 데이터를 받아올 때마다 막대한 비용을 낸다. 그 비용을 CP에게 받겠다는 거다. 이중과금 아닌가? 소비자가 비싼 통신요금을 내는 이유가 뭔가. 카톡하고, 영화 보고, CP들의 콘텐트를 쓰기 위해서다. 그런데 소비자와 CP 양쪽에서 돈을 받아 내수 마케팅에만 연간 수천 억원씩 쓰고 있다. 정부·국회도 통신사가 국제 경쟁력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하는데, 다른 산업에 악영향을 끼치는 걸 방관하고 있다.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국내 망 비용이 얼마나 비싼가.
텔레지오그래피 등 글로벌 조사업체에 따르면 한국의 망 비용은 미국과 유럽보다 4~8배, 많게는 15배까지 비싸다. 그마저도 미국, 유럽의 망 비용은 연평균 39%씩 낮아지고 있다. 국내 망 품질이 우수해서라는 통신사 논리는 납득이 안 된다. 이 작은 나라에 2000만명이 수도권, 그것도 (설비 공용이 유리한) 아파트에 밀집해 사는데 인터넷 속도가 느리면 그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 그렇게 따지면 한국 면적보다 98배 넓은 미국이 인건비도 설치비도 더 드니 망 비용이 더 비싸야지.
 
국내 CP는 통신사에 망 사용료를 내지만 구글·넷플릭스 등은 안 낸다. 역차별은 큰 문제 아닌가.
'무임승차하는 외국 기업, 돈 못 받는 불쌍한 한국 통신사'라는 주장은 통신사가 원하는 프레임(구도)이다. 핵심은 역차별이 아니다. 지나치게 높은 비용이 문제다. 비용만 저렴하다면 역차별은 큰 문제가 안 된다. 어차피 (넷플릭스 등) 거대 기업은 망 비용이 비싸도 별 타격이 없다.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야하는 국내 CP만 어려워질 뿐이다. 놀이터 들어갈 때 500원씩 받으면 어른들은 괜찮겠지만 아이들한텐 부담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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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이 뭔가.
'통신망을 깔면 무조건 산업이 발전할 것'이란 90년대식 환상부터 깨야한다. 그 환상에 머무는 한 통신사들의 요구를 다 받아주게 된다. 답은 투명한 정보 공개밖에 없다. 지금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 누구도 망 비용 산정 기준을 정확히 모른다. 기준을 공개하면 누가 과한 요구를 하고 있는지 분명해진다. 공공재인 주파수를 빌려 사업하면서 망 비용 정보가 기업 비밀이라니. 말이 안 된다. 21대 국회는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얼마면 왓챠 팔겠냐 제안 다 거절…글로벌 OTT 될 것"

9살 '왓챠'는 어느덧 가입자 730만명, 누적 별점 5억5000만개의 국민 평점 앱이 됐다. 돈 잘 버는 동생인 OTT '왓챠플레이'도 출시 4년 만에 앱 다운로드 570만건을 기록했다. 박 대표가 그리는 미래의 왓챠는 어떤 모습일까.
 
‘왓챠’와‘왓챠플레이’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왓챠’와‘왓챠플레이’는.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주제를 바꿔보자. 급성장한 왓챠를 매각할 생각은.
지난 5년간 10번 이상 왓챠를 인수하고 싶다는 제안을 받았다. '왓챠를 인수할법한 곳'으로 떠올릴 만한 대부분의 기업에서 '얼마에 팔아라'가 아닌 '얼마면 팔겠냐'고 물었다. 전부 거절했다. 서로 그리는 미래가 달라서, 우리가 직접 상장(IPO)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우리가 제일 잘 키울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고. 빠르면 내년에 IPO할 예정이다.
 
'다양성'을 강조하는데, 콘텐트를 보는 기준은.
왓챠의 비전은 '다양한 콘텐트를 다양한 취향의 사람들에게 연결해 더 나은 세상을 만들자'다. 100만명이 우리 앱을 사용한다면 100만개의 왓챠와 100만개의 왓챠플레이가 있었으면 한다. 칸·베를린 등 국제 영화제에 가보면 확실히 최근 주류는 여성 서사다. 퀴어 서사도 마찬가지고. 남성 주인공이 오히려 드물다. "여성 주인공은 돈이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밀려 국내에 소개조차 안 된, 좋은 작품들이 많다. 독립영화 투자도 적극 검토 중이다. 왓챠가 한국 콘텐트 생태계에서 성장한만큼 한국의 신인 감독·배우·스태프에게 투자하고 싶다.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왓챠 박태훈 대표 인터뷰가 8일 서울 강남구 사무실에서 열렸다. 임현동 기자

 
오리지널 콘텐트 제작은 어디까지 왔나.
예능다큐는 올해 안에 파일럿 테스트를 해볼 생각이다. 드라마는 내년부터 제작할 수 있도록 올해 작가와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할 예정이다.
 
해외 소비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왓챠(평점 앱)는 한국 버전과 글로벌 버전이 있다. 글로벌 앱은 영어·일본어를 지원한다. 일본 시장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일본 콘텐트 시장이 워낙 크기도 하고, 1인당 별점 평가 수와 작품을 추천받는 수 등 일대일 추천 관련 지표가 한국보다 좋은 편이다. 하반기에 왓챠플레이 재팬을 출시한다. 해외 출시는 처음이다. 3년 안에 일본 탑5 OTT에 드는 게 목표다. 그 다음은 동남아다. 일본과 동남아를 거점으로 한국 콘텐트를 알리는 글로벌 OTT가 되려고 한다.
 
글로벌 시장에선 넷플릭스나 디즈니플러스 같은 강자들이 다투는데.
콘텐트 강국 한국에서 시작한 왓챠에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자국 콘텐트 소비 비중이 50% 이상인 국가는 미국·인도·중국·일본 그리고 한국밖에 없다. 넷플릭스의 일본·동남아 인기 톱10 절반은 항상 한국 작품이다. 미국 할리우드, 인도 발리우드처럼 한국이 '칼리우드(K-Hollywood)'로 자리잡는 데 기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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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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