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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혹한시험 테슬라 제쳤다…코나 1등 이끈 건 열관리 기술력

현대자동차 코나EV. [사진 현대차]

현대자동차 코나EV. [사진 현대차]

#지난 2월 미국 친환경에너지 전문매체 ‘클린 테크니카’는 혹한에서 주행거리가 가장 덜 줄어드는 전기차 테스트를 진행했다. 20여종의 전기차를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상온과 혹한 간 주행거리 편차가 가장 작은 전기차는 실 주행거리가 9%만 줄어든 현대차의 코나 일렉트릭이었다. 반면, 테슬라 모델S와 오펠 임팔라-e는 인증 주행거리의 70% 밖에 달리지 못했다.
 

올 글로벌 차 판매 23% 급감 예상
코로나19가 ‘카마겟돈’ 앞당겨
자금·기술력·시장 부족한 한국
대기업 뭉쳐 공동 R&D 모색해야

코나 일렉트릭에 사용된 열 관리 시스템은 한온시스템(옛 한라공조)이 개발했다. 자동차 전장(電裝) 부품에서 나오는 폐열을 활용해 에너지 소모를 25~40%까지 줄여준다. 현대·기아차 의존도가 높아 고전했던 한온시스템은 수년 전부터 이 시스템에 집중 투자해 폴크스바겐·포드 등 글로벌 완성차로 공급처를 확대했다.
#현대차그룹의 협력업체 A사는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지원으로 간신히 부도 위기를 넘겼다. 한때 매출액이 5000억원을 넘기며 승승장구하던 이 회사가 위기에 빠진 건 현대차그룹의 중국 판매가 급감하면서였다. 중국 생산시설의 절반 이상을 ‘고철값’만 받고 팔았다.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 A사는 전기차·자율주행차 같은 미래 차 투자나 기술개발은 전혀 준비하지 못했다. A사 관계자는 “현대차가 외형을 키우던 시절엔 특별한 미래 준비 없이도 이익이 보장됐지만, 급격한 미래 차 변혁과 코로나19까지 겹치면서 자본 잠식 상태가 됐다”고 털어놨다.
 

코로나19가 앞당긴 카마겟돈 

코로나19가 이른바 ‘카마겟돈’(자동차와 종말을 뜻하는 아마겟돈의 합성어)을 앞당기고 있다. A사처럼 미래 준비 없이 안주한 기업은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 모빌리티 전문가인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모빌리티 산업의 변혁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모빌리티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모빌리티 변화.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올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가 지난해 대비 22.7% 줄어든 73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내년까지도 코로나19 여파로 2019년 대비 15%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다.
 
연결성(Connected)·자율주행(Autonomous)·공유-서비스(Shared & Services)·전동화(Electrification) 등 ‘C.A.S.E’ 변혁을 앞두고 있는 모빌리티 업계가 코로나19 이후 ‘적자 생존의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옥석(玉石) 가리기 시작됐다

하지만 한국 모빌리티 산업은 전통적 제조업과 테크 기업 모두 충분한 실력을 갖추지 못했고,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시장조차 성숙하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의 냉정한 평가다. 정부는 지난달 14일 국토교통부 주관으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를 구성해 이른바 ‘타다 금지법’(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 후속조치를 논의 중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택시 프레임’에 갇혀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달 14일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논의하겠다는 기구지만 기존 택시 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국토교통부

지난달 14일 출범한 모빌리티 혁신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있다. 이른바 '타다 금지법' 이후 모빌리티 사업 혁신을 논의하겠다는 기구지만 기존 택시 산업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국토교통부

혁신위에 참여하는 한 인사는 “플랫폼 운송사업자에 부과되는 기여금은 택시 면허 매입 비용(대당 8000만원) 수준으로 하면, 기존 택시 산업을 벗어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디지털 뉴딜’ 정책도 마찬가지다. 벌써부터 자율주행,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사업에 지방자치단체와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로 실력을 갖춘 기업에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모빌리티 ‘새 판 짜기’ 돌입

제조업 분야에선 완성차 업계 1위 현대자동차그룹이 100조원 투자 방침을 밝히고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 1월 신년사에서 “2025년까지 미래차 분야에 100조원을 투자해 44종의 전동화 차량을 선보이고, 도심항공모빌리티(UAM)·카셰어링 등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의 리더십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지난 1월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 본사에서 열린 2020년 시무식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문제는 올해 ‘골든 사이클(경쟁력 있는 신차가 대거 출시되는 시기)’을 맞아 수익을 올리고, 미래 차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려던 계획이 코로나19 이후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현대차그룹은 하반기 시장이 아주 좋아지더라도 올해 영업이익 감소분이 20% 이상 될 것으로 진단한다.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관계자는 “일단 다른 분야에서 비용을 줄이더라도 미래 투자는 계속한다는 게 경영진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진짜 실력 이제부터 나온다”

코로나19, 배송 혁명 앞당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코로나19, 배송 혁명 앞당긴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부가 ‘디지털 뉴딜 정책’을 한다고 하는데 ‘옥석 가리기’가 안 되면 어중이 떠중이들이 지원금만 나눠 먹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한 한국 모빌리티 산업에서 기업 간 공동 R&D가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많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세계 모빌리티 산업이 덩어리로 뭉쳐 비용을 줄이고 역량을 집중하는 것처럼, 한국 대기업들도 공동 R&D로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미래를 내다보고 전문인력을 양성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험이 시장을 만들고 투자로 이어진다”

현대자동차가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실증사업을 했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가 규제 샌드박스를 거쳐 실증사업을 했던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셔클'.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수요응답형 모빌리티 서비스 실증사업을 하면서 플랫폼 택시 업체인 마카롱 택시와 손을 잡았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국내에선 각종 규제와 시장의 따가운 눈총 때문에 단독 또는 직접 하기 어려워서다.
 
고태봉 센터장은 “모빌리티 산업이야말로 실력과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이면 대기업, 중소기업 가리지 않고 누구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한국을 대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만들지 않으면 외국 기업에 시장을 뺏기는 건 시간 문제”라고 경고했다.
 
이재호 카카오모빌리티 디지털경제연구소장은 “모빌리티의 구성요소는 우버·그랩 같은 플랫폼이나 자율주행 이외에도 다양하다”며 “스마트 주차나 퍼스널 모빌리티처럼 제조업과 서비스 모두 경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마겟돈 변화를 앞두고 한국 모빌리티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규제보단 다양한 기업이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서비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카마겟돈 변화를 앞두고 한국 모빌리티 산업을 발전시키려면 규제보단 다양한 기업이 창의적인 사업모델을 자유롭게 영위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서비스. 사진 카카오모빌리티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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