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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호 PD “저 좋은 사람들 속에 나도…그런 판타지가 목표”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와 양석형 역의 김대명, 병원장 역의 조승연 배우. [사진 CJ ENM]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신원호 PD와 양석형 역의 김대명, 병원장 역의 조승연 배우. [사진 CJ ENM]

“못 보면 큰일 나는 건 아니더라도 친구처럼 편한 드라마, 생활 같은 드라마가 되어 늘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내년에 다시 돌아오는 거죠. 함께 하는 시간 자체가 길다 보니 저에게도 같이 성장하는 작품인 것 같아요.”
 

4년간 준비한 ‘슬기로운 의사생활’
주1회 시즌제 드라마 가능성 입증
“판타지로 여겨지는 현실 슬프지만
리얼리티 기반한 선한 이야기 필요”

8일 서면으로 만난 신원호(45) PD가 밝힌 tvN 목요스페셜 ‘슬기로운 의사생활’ 종영 소감이다. 종영한 지 열흘이 지났지만, 그는 아직 율제병원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듯했다. 전작 ‘슬기로운 감빵생활’(2017~2018)과 함께 기획에 들어가 방영까지 4년이 걸린 데다 지난해 10월부터 꼬박 8개월을 매달린 작품인 탓이다. 처음부터 주 1회 방송과 시즌제 형식을 염두에 두고 만든 덕분에 시간은 다소 걸렸지만 올 연말 시즌 2 촬영을 시작해 내년 새로운 계절에 돌아온다는 계획이다.  
 

“현장 자문 없이는 한 걸음도 진행 못해”

12부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회 다른 포스터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tvN]

12부작인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매회 다른 포스터를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사진 tvN]

의대 99학번 동기 5명이 낮에는 한 병원에서 일하고 밤에는 밴드 연습을 하는 이야기는 연출자 입장에서도 도전의 연속이었다. 간담췌외과 이익준(조정석)ㆍ소아외과 안정원(유연석)ㆍ흉부외과 김준완(정경호)ㆍ산부인과 양석형(김대명)ㆍ신경외과 채송화(전미도) 등 과별로 각기 다른 특성을 살리는 동시에 극의 흐름에 맞는 곡을 선보여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4년간 과마다 자문 교수들과 세세한 부분까지 의논하며 대본을 만들고 작가들이 그에 맞는 자료사진까지 준비해줬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현장에 별도로 자문 선생님을 모셨다”고 밝혔다.  
 
‘응답하라’ 시리즈부터 깨알 같은 고증으로 정평이 난 그는 “수술 전 손 닦는 방법부터 ‘와칸다’ 같은 수술방 자세까지 하나하나 다 물어봐야 하는 것이어서 자문 선생님 없이는 한 걸음도 진행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덕분에 의사들 사이에서 ‘가장 사실적인 의학 드라마’로 꼽혔지만, 지나치게 이상적으로 그려진 의사와 환자의 관계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그는 “웬만한 에피소드는 실제 이야기를 베이스로 했다”며 “다만 인터뷰 과정에서 듣기 좋은 이야기를 모아서 구성하다 보니 ‘병원 판타지’라는 말이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94학번 이우정·나영석, 친구처럼 일해”

극 중 이익준의 아들 우주 역할로 사랑 받은 아역배우 김준을 안고 있는 신원호 PD. [사진 CJ ENM]

극 중 이익준의 아들 우주 역할로 사랑 받은 아역배우 김준을 안고 있는 신원호 PD. [사진 CJ ENM]

실제 그가 가진 판타지는 우정에 관한 것이다. 이우정 작가와 KBS2 ‘해피선데이-여걸식스’(2005~2007)로 처음 호흡을 맞춘 이후 15년째 함께 일하다 보니 사고방식도 비슷해졌다. 신 PD는 “이우정 작가와 나영석 PD와 셋이 학번도 같다 보니 편해졌다”며 “처음엔 일로 만난 사이였는데 이제는 친구랑 일하는 느낌이라 더욱 시너지를 내는 것 같다”고 밝혔다. 세 사람은 각각 서울대 화학공학과(신원호), 연세대 행정학과(나영석), 숙명여대 무역학과(이우정) 94학번 동갑내기로 2011년부터 CJ ENM에 차례로 이적 후 tvN 중흥기를 이끌고 있다.    
 
“우리 판타지 중 하나가 ‘좋은 사람들의 집단’이에요. ‘응답하라’부터 ‘슬의생’까지 상정해온 주인공 그룹의 목표 역시 보는 이들에게 ‘아 나도 저 사이에 있고 싶다’라는 기분이 들게 하는 거였어요. 좋은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스스로 좋은 사람이거나 그렇게 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니까요. 그러한 정서를 전달하기 가장 좋은 장치가 우정인 것 같아요. 나이·국적·성별에 상관없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가치이기도 하고. 그래서 우리가 만드는 이야기는 리얼리티에 기반을 두되 캐릭터는 설령 그것이 판타지일지언정 정말 좋은 사람들의 집합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자체가 판타지라고 여겨지는 현실은 슬프지만, 그럴수록 이런 선한 이야기가 하나쯤은 꼭 있어야 한다 싶은거죠.”
 

“주1회 방송 덕에 밴드 합주신 연습 가능”

매 회 등장하는 밴드 합주신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촬영 전부터 악기 연습에 돌입했다. [사진 tvN]

매 회 등장하는 밴드 합주신을 소화하기 위해 배우들은 촬영 전부터 악기 연습에 돌입했다. [사진 tvN]

그는 “주 1회 방송이라는 형식이 준 여유 덕분에 밴드 합주신도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촬영시간이 주 4일을 넘기지 않는 등 근로 환경이 개선돼 충분한 연습 시간이 주어질 수 있었단 얘기다. 클래식 기타를 전공한 조정석을 제외한 다른 배우들은 모두 이번 작품을 통해 처음 악기를 시작했다. “캐스팅 단계부터 밴드 연주에 대한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 연주가 아닌 핸드싱크로 가서 가짜가 주는 오그라듦을 전하느니 차라리 밴드를 없애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했고요. 연기도 잘하고 캐릭터에 잘 맞고 악기까지 잘하는 사람을 찾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서 배울 의지가 있는지 기꺼이 연습할 열의가 있는지 등도 캐스팅의 고려 요소였습니다. 다행히 배우들이 자발적으로 정말 열심히 또 즐겁게 연습해줘서 고마웠죠.”
 
조정석의 ‘아로하’(2001년 쿨 원곡), 전미도의 ‘사랑하게 될 줄 알았어’(2006년 신효범 원곡)가 잇따라 음원 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등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OST 전략도 통했다. 이우정 작가가 대본을 쓰는 단계에서 이야기 흐름에 맞춰 어울릴법한 곡을 선곡하지만, ‘불후의 명곡’(2007~2009)을 처음 기획하고 연출한 신원호 PD도 음악에 대한 관심이 상당한 편이다. 신 PD는 “과거를 고증하는 가장 강력한 장치가 음악”이라며 “그 어떤 소품이나 세트보다 시대를 환기하는 미장센 역할을 한다”고 밝혔다. 이어 “촬영이 끝난 후에도 배우들이 모여 자신들이 하고 싶은 곡으로 합주 연습을 하고 레슨도 받고 있다고 들었다”며 “다음 시즌에는 더 어려운 곡도 가능하지 않을까 욕심이 생긴다”고 덧붙였다.  
 

“멜로 때문에 작품 흔들리지 않길 바랐다”

‘응답하라’부터 여러 신인 배우와 작업한 신원호 PD는 현장에서 종종 연기 시연을 보인다. [사진 CJ ENM]

‘응답하라’부터 여러 신인 배우와 작업한 신원호 PD는 현장에서 종종 연기 시연을 보인다. [사진 CJ ENM]

시청자들은 극 중 채송화의 러브라인이 밝혀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지만, 그는 “못다 한 이야기가 없다는 게 시즌제의 강점”이라고 했다. “시즌 1과 시즌 2에서 보여줘야 할 색깔과 국면이 달라야 했고, 채송화의 마음도 그중 하나죠. 멜로만을 위한 드라마가 아니기 때문에 멜로 때문에 캐릭터가 흔들리면 안 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예전 같았으면 이익준이 부인이 바람 핀 걸 알고 난 뒤 괴로워해야겠지만, 그 앞에는 어린이날을 앞두고 사망한 환자가 있잖아요. 이혼했지만 덤덤히 일을 해결해나가는 게 더 페이소스가 느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 거죠.” 그는 “결정적으로 채송화는 마음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모든 사람이 사랑을 준비하며 살진 않지 않냐”며 “다음 시즌에 그 이후 이야기가 그려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한국판 ‘프렌즈’를 꿈꾸는 ‘슬의생’의 남은 과제는 다음 시즌의 성공적인 안착이다. “주 1회 12부작 방송도, 명확한 기승전결 없이 소소한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구성도 저희에게는 큰 도전이었어요. 주인공이 여러 명이고 주변 이야기를 하려면 1회당 분량이 길어질 수밖에 없기도 했고요. 방송 시간이 길어서 미련해 보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그런 반응은 없더라고요. 시즌 2도 주 1회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기존 16부작이나 20부작이 아닌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가 성공해서 ‘뉴노멀(시대 변화에 따른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플랫폼 확장에 따라 5분ㆍ30분ㆍ120분 등 러닝타임의 변화나 3부작ㆍ6부작 같은 제작 편수의 변화도 가능해졌으니 수많은 형태의 개성 넘치는 작품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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