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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오의 미래를 묻다] 로봇 기술 강국이 바이러스 가장 빨리 이겨낸다

로봇과 바이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인류는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되던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전염병 방역과 치료제·백신 개발
감염 걱정 없는 로봇 활용이 필수
코로나19가 던진 바이러스 공포가
바이오·로봇 융합 10년 앞당길 듯

우리나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상대적으로 잘 극복하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는 아직 팬데믹(pandemic·대유행) 상태다. 여름에 주춤하더라도 가을이면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들 한다. 바이러스 감염증이 앞으로는 더 빈번하게 지구를 덮칠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자유로운 이동을 통한 만남이 보장됐던 예전의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나온다.
  
로봇이 제공하는 ‘공간의 자유’
 
코로나19는 감염 우려로 인해 로봇이 인간을 대하도록 만들었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로이터=연합뉴스]

코로나19는 감염 우려로 인해 로봇이 인간을 대하도록 만들었다. 사진은 네덜란드의 식당에서 서빙하는 로봇. [로이터=연합뉴스]

21세기 들어 선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추진했다. 바탕에 깔린 철학과 동기는 ‘개개인의 차이 존중’이었다. 개인 맞춤형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스마트제조 공장이 등장하고, 개인 맞춤형 서비스를 위해서는 인공지능(AI)을 동원했다. 4차 산업혁명은 ‘개인 존중’이라는 꿈의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출발했지만, 코로나19가 모든 상황을 바꿔 놓았다. 특히 모든 삶과 일터의 공간을 축소했다. 이제는 ‘개개인 존중 사회 구현’이라는 꿈을 실현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노력을 병행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공교롭게도 이 두 가지를 효과적으로 지원하는 핵심이 바로 로봇 기술이다. 로봇이 인간에게 제공하는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간의 자유’다. 로봇은 센서를 이용해 자신의 상태와 주변 상황을 감지해서 움직이는 ‘지능 모션’을 한다. 로봇은 이를 기반으로 인간으로선 힘들었던 노동의 공간, 인간의 접근이 제한되거나 불가능한 공간으로 작업 영토를 넓혀 왔다.
 
드론이 공중에 떠올라 만들어내는 영상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전에는 비행기나 헬리콥터로만 찍을 수 있었던 광경이, 작은 드론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만으로 가능하게 되었다. 산업용 로봇은 인간에겐 힘든 작업 공간에서 정밀한 작업을 수행한다. 로봇 청소기는 주인이 출근해도 집이라는 공간에 있는 것 같은 효과를 냄으로써 주인은 직장과 집에 동시에 존재하게 됐다. 이렇게 로봇이 ‘공간의 자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바이러스가 축소한 공간의 자유를 로봇을 통해 복구 또는 확장하려는 인간의 노력은 매우 자연스럽다.
 
벨기에 안트워프대학 병원에서 로봇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벨기에 안트워프대학 병원에서 로봇이 방문객을 맞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런 노력의 하나가 ‘비대면’이라는 사회적 요구에 대한 대응이다. 2주일 전, 인터넷 커뮤니티에 동영상이 하나 올라왔다. 서울 잠실의 한 레스토랑에서 로봇이 음식을 서빙하는 동영상이다. 바퀴 달린 이동 로봇이 선반에 음식을 얹고 테이블로 찾아와 말한다. “주문하신 음식이 나왔습니다. 뜨거울 수 있으니 조심해서 내리세요.”
 
손님이 비대면으로 주문하면 요리사는 음식을 만든다. 그 사이의 공간을 로봇이 이어줌으로써 인간끼리의 만남을 피할 수 있게 된다. 음식 제공자와 손님의 비대면 접촉이다. 택배용 드론 같은 물류·이동 로봇의 역할도 비슷하다. 제공자와 주문자 사이에 로봇이 끼어 비대면 접촉을 이뤄낸다. 외부인 방문이 막힌 요양병원에 의사가 직접 가지 않고도 환자들을 만나게 해주는 원격 제어 로봇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
 
코로나19가 만들어 낸 둘째 로봇 수요는 감염 검사와 소독 등 바이러스로 인해 인간이 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는 경우다. 위험하기 때문에 해당 공간은 인간으로부터 분리돼야 한다. 그러나 로봇은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감염 공간에서도 영향을 받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동시에 감염 여부를 진단하는 작업 등은 정밀하면서도 속도가 빨라야 한다. 그러니 로봇을 활용하지 않고선 효율적으로 감염 검사를 할 수 없다.
 
홍콩에서 로봇이 열차를 소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홍콩에서 로봇이 열차를 소독하는 모습. [AP=연합뉴스]

셋째는 신약 개발 연구소나 생산 공장같이 인간이 문제인 경우다. 여기에는 아주 작은 불순물이나 먼지도 없어야 한다. 인간 작업자의 접근을 허락하지 않는 공간이다. 해야 할 일은 고속·정밀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이 그런 예다. 치료제 개발은 로봇을 활용해 청정 환경에서 빠른 속도로 유효성을 검증하는 ‘고속 대량 탐색(High throughput screening)’ 작업을 통해 이뤄진다.
 
기존 약물 가운데 코로나19에 효과가 있는 것을 찾아내는 ‘약물 재창출’도 마찬가지다. 올 3월 초 중국이 “코로나19 중증 환자 치료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줄기세포 기반 치료제 개발 과정도 세포의 배양과 수확이라는 일을 청정 공간에서 로봇이 수행한다.
 
지난달 19일 미국의 ‘모더나(Moderna)’라는 회사가 백신 개발 1상 임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발표했다. 백신 개발은 인간이 해를 입을 수도 있고, 거꾸로 해를 끼칠 수도 있는 작업으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빠른 백신 개발은 로봇 자동화 인프라를 구축한 국가에서만 가능하다. 이처럼 로봇이 제공하는 공간의 자유를 최대한 활용하는 국가에서는 로봇이 인간을 대신해 바이러스와 싸우고, 국민은 더 안전한 삶을 누릴 수 있다.
  
20년마다 혁신 이뤄진 로봇 산업
 
산업용 로봇이 탄생한 1959년 이후, 로봇산업은 대략 20년을 주기로 혁신적 변화를 맞이했다. 1980년대에는 컴퓨터, 2000년대에는 네트워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정보기술(IT)과 융합해 안전성·편리성·작업능력 같은 각종 성능혁신과 가격혁신을 일으켰다. 2020년대에 들어서는 인공지능(AI)을 바탕으로 한 혁신이 진행 중이다. 2040년대에는 로봇과 바이오의 융합이 본격화해 모든 인간이 건강한 삶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나는 예측했었다. 개인의 유전자·단백질 및 세포 검사와 진단을 통해서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로봇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20년 뒤에 본격화될 것 같았던 로봇과 바이오의 융합을 코로나19가 앞당기고 있다. 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해 로봇이 동원되는 지금의 상황은, 결과적으로 바이오와 로봇의 융합을 10년 정도 앞당길 것이다. 이런 트렌드를 이해하고 준비해 로봇에게 세상을 바꾸는 임무를 맡기는 국가의 국민은 4차 산업혁명의 완성과 바이러스 극복이라는 두 가지 꿈이 모두 이뤄진 사회에서 먼저 살게 될 것이다.
 
로봇, 반도체·바이오 산업 경쟁력의 공통 열쇠
로봇은 인간을 대신하려고 개발하는 기술이 아니다. 인간에게 다양한 공간의 자유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인간 혼자 일하기 힘든 장소, 때론 아예 갈 수 없는 공간까지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로봇이다.
 
로봇이 일하는 공간은 몇 가지로 구분한다. 로봇과 인간의 역할 분담이나 작업 환경에 따라 나눈다. 역할 분담으로 생기는 공간에는 협동·협조·원격 공간이 있다. 협동 공간에서 로봇은 인간과 함께 작업한다. 조수처럼 사람에게 부품을 집어주기도 하고, 사람이 다듬거나 분류해 놓은 부분품을 집어다가 정밀 작업을 수행하기도 한다. 협조 공간에서는 인간과 로봇이 순차적으로 드나들며 일한다. 구조 현장의 탐사 로봇을 생각하면 된다. 탐사 로봇이 먼저 돌아다니며 조난자를 찾아내고 뒤이어 구조대가 들어간다. 원격 공간은 무슨 뜻인지 독자들이 쉽게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화성에 보낸 로봇이 그 예다.
 
로봇의 작업 환경에 따라 감염·오염·청정·진공·고온·초저온·정밀·고속 공간도 생긴다. 이런 다양한 공간을 종합적으로 가장 잘 활용하는 산업이 바로 반도체다. 반도체 제조 공정은 클린 룸에서 독성 있는 화학약품을 사용한다. 고온·진공에서 이뤄지는 공정도 있다. 정밀하고 고속이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이런 반도체산업과 비교할 만한 것이 바이오산업이다. 감염·오염·정밀·고속·청정 공간에서 작업해야 한다. 그래서 로봇은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경쟁력 확보에 매우 중요하다.
 
이제부터 바이오산업은 로봇 산업의 가장 큰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다. 어서 빨리 한국의 바이오·로봇 융합산업도 반도체산업처럼 변신하고 혁신해야 한다. 미국에서 시작된 반도체산업은 일본을 거쳐 우리나라에 엄청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로봇을 바탕으로 한 변화의 노력을 소홀히 한다면, 바이오가 제공하는 기회는 미국에서 바로 중국으로 넘어가는 것이 확실하지 않을까.
◆김진오 교수
2008년 ‘로봇 분야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조셉 엥겔버거상을 받았다. 삼성전자 로봇사업개발팀장·사업부장을 거쳐 1999년 광운대 교수로 부임했다. 서울대 기계공학 학·석사, 미국 카네기멜런대에서 로봇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김진오 광운대 로봇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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