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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방위비 복수…메르켈에 통보도 않고 주독미군 감축

해외 주둔 미군의 축소를 주장해 왔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을 오는 9월까지 현재 3만4500명에서 2만5000명으로 9500명(27.5%) 감축하라는 명령에 서명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6일(현지시간)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리카 퍼스트’라는 미국우선주의에 맞춰 방위비 증액을 이행하지 않는 동맹국을 상대로 주둔 미군을 대규모로 줄이는 첫 사례다. 독일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2%를 방위비로 사용한다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의 공약에 미치지 않는 1.38%를 썼다.
 

독일 주둔 9500명 철수명령 서명
메르켈 G7 참가거부 등 불만 쌓여
‘다음은 주한미군 차례’ 우려 커져
“북·중 견제 필요…한국 상황 달라”

이수혁 대사 “한국, 미·중 선택 가능”
미 국무부, 대사 발언에 이례적 논평

“미국, 방위비·북핵 협상 성과 내려
주한미군 순환배치 중단 압박 우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주독미군 감축 방침을 전하며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포함한 독일 정부에는 미군 감축에 대한 사전 경고는 물론 공식 통보도 이날까지 없었다”고 보도했다. WSJ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말을 인용해 “각서 형식의 (감축) 명령은 주독미군을 9500명 줄이는 동시에 어떤 시점에서도 상주병력 규모가 2만5000명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즉, 순환배치 병력까지 포함해 2만5000명을 넘지 않게 한다는 의미다.
 
주독미군 감축은 지구촌 경찰을 자임했던 미국이 그 역할을 대폭 포기하면서 대신 동맹국의 안보 분담을 늘리는 트럼프식 국제질서를 행동에 옮긴 조치다. 당초 주독미군 감축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앙숙 관계’가 배경으로 거론됐다. 메르켈 총리가 6월 미국 워싱턴에서 예정됐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불참을 알린 뒤 두 정상의 관계가 또 악화됐다고 한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들은 이번 감축 결정은 독일의 G7 불참보다는 해외 파병 미군을 줄이고,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을 늘리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의 결과로 분석했다. WSJ는 미국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지난해 9월부터 논의해 왔던 것”이라며 “특히 독일의 방위비 지출 수준과 발틱해를 통해 러시아와 직접 가스관을 연결하는 노드 스트림2 사업을 고집하는 데 대한 오랜 불만이 반영됐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방위비 증액 약속을 지키지 않는 독일을 콕 집어 “주독미군 2000명을 폴란드나 다른 나토 회원국으로 옮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한국, 수십년 전 어느편 설지 선택” 이수혁 발언 반박 
 
이번엔 독일에서 빠져나오는 9500명 중 1000명 이상을 미군 주둔 비용을 100% 부담하겠다는 폴란드에 재배치할 전망이다. 주독미군 감축을 놓곤 향후 다른 나라에서의 미군 감축 도미노로 번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제임스 타운젠드 미 국방부 나토·유럽담당 부차관보는 “다른 동맹들이 ‘다음은 내 차례인가’라고 물을 것”이라고 했다.
 
단, 안보 전문가들은 주독미군과 주한미군이 역내 안정에서 맡는 역할의 차이를 지적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미국이 중국·북한을 상대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독일에서처럼 당장 병력을 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차 위원은 “주독미군 감축은 펜타곤이 미리 계산기를 두드린 뒤 나온 결과로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경수 한·미동맹재단 사무총장(전 주미대사관 무관)도 “주한미군은 한반도에 주둔하면서 중국을 견제하는 역할도 하고 있다는 게 숨겨진 존재 가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추진 중인 아시아·태평양 전략에서 주한미군과 한국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는 의미다. 또 미국 의회는 지난해 주한미군 숫자를 현재 수준인 2만8500명에서 줄일 수 없도록 하는 조항이 포함된 2020회계연도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다. 따라서 주한미군 감축엔 미 의회 설득이 필요하다. 현지 외교 소식통은 “미 의회도 북한의 위협과 중국의 군사적 팽창 억지를 최우선시하는 상황에서 주독미군처럼 주한미군 감축을 일방적으로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주독미군 감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포함한 다른 동맹국에 보내는 경고 신호라는 점에선 전문가들의 이견이 없다. 류제승 한국국가전략연구원 부원장은 “주한미군의 지상 전투 병력은 9개월 단위로 순환배치된다”며 “미국이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북핵 협상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순환배치를 중단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미국 국무부는 이수혁 주미대사가 최근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이 선택할 수 있는 나라’라는 취지로 발언한 데 대한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미국의 소리(VOA)의 논평 요청에 5일 “한국은 수십 년 전 권위주의를 버리고 민주주의를 받아들였을 때 이미 어느 편에 설지 선택했다”며 "미국과 한국의 동맹은 역내 평화·안정에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무부가 한국대사의 발언을 놓고 논평을 내놓은 자체가 이례적이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이철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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