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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문재인정부 대북정책 상징 '9.19 군사합의' 파기할까

지난달 31일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에 북한이 지난 4일 김여정 당 제1부부장의 담화에 이어 다음날 당 통일전선부 대변인이 담화를 내고 “결단코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철폐할 것”이라고 수위를 높였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주먹을 불끈 쥐고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 청년들이 탈북자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절대 용납할 수 없다고 성토하는 군중집회를 열었다고 노동신문이 7일 보도했다. 사진은 평양시 청년공원 야외극장에 모인 북한 학생들이 마스크를 쓴 채로 주먹을 불끈 쥐고 군중집회를 하는 모습.[연합뉴스]

 
북한은 7일엔 노동신문 6면 중 1~3면을 할애해 이 문제를 거론했다. 내각 부총리(김일철)를 비롯해 고위 간부들의 기고문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확산 우려에도 불구하고 항의 집회가 이어지고 있다.
 
또 대외선전매체인 '우리 민족끼리는' 이날 '달나라타령' 제목의 글에서 "성격과 내용에 있어서 판판 다른 북남관계와 조미관계를 억지로 연결시켜놓고 '선순환 관계' 타령을 하는 그 자체가 무지와 무능의 극치"라며 "달나라에서나 통할 '달나라 타령'"이라고 비난했다. 
 
문재인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 않은 채 '남조선 집권자'라고 표현했지만 취임 이후 남북 및 북미 관계 선순환을 주장해온 문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었다.
 
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 노동신문이 7일 탈북민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규탄하는 각계의 반응을 보도했다. 북한 주민들이 노동신문을 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여정 담화(4일) → 통일전선부 대변인 담화(5일) → 항의 군중 집회 등 각계 반응 보도 (6,7일 노동신문 등) 등 나흘째 이어지고 있는 패턴을 볼 때 향후 북한의 강경 대응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김홍균 전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북한이 전형적인 '남측 길들이기' 국면으로 들어섰다"며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해 남북 및 북미 관계를 북한이 원하는 방향으로 끌고가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은 앞으로 어떤 조치를 할까. 통일전선부는 5일 대변인 담화에서 이례적으로 김여정의 '지시'라는 표현까지 쓰면서 "남쪽으로부터의 온갖 도발을 근원적으로 제거하고, 남측과의 일체 접촉공간들을 완전 격페(격폐)하고 없애버리기 위한 결정적 조치들을 오래전부터 생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숨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순서로 개성공업지구 내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철폐를 언급했다. 문재인 정부 남북관계의 이정표인 공동연락사무소가 풍전등화의 위기에 놓인 것이다. 여기에 개성공단 폐쇄까지 함께 이뤄질 수 있다. 개성공단은 미국 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사안인데다, 남측 기업인들의 반발을 불러일으켜 정부를 압박하는 카드이기도 하다.
 
대변인은 이어 남쪽에서 법안(대북전단 살포 금지 관련 법안)이 채택돼 실행될 때까지 남북 접경지역에서 "남측이 골머리가 아파할 일판을 벌려도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김여정이 담화에서 언급한 9.19 남북 군사합의의 사실상 파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북한의 최근 행동이 지난달 24일 공개된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 이후 나왔다는 점에서 이미 이런 조치들을 염두에 두고 있을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북측 GP(감시초소)가 철거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2018년 11월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북측 GP(감시초소)가 철거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9.19 남북 군사합의에 따르면 남과 북은 ^일체의 적대행위 전면 중지 ^비무장지대의 평화지대화 ^서해 북방한계선(NLL)의 평화수역화 ^교류 협력 등에 대한 군사적 보장 ^ 상호 군사적 신뢰 구축 등을 약속했다. 이에 따라 대표적으로 해안포 포문 봉인, 접경지역 군사훈련 중단, 전방 GP(감시초소) 철수 및 파괴 등의 조치를 했는데 이런 조치를 무효화하는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대남 도발은 북한이 '수뇌간의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흔들지 않으면서도 북한이 언제든 꺼내쓸 수 있는 수단"이라며 "조만간 남측을 겨냥한 주요한 군사 도발이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선 '남측이 몹시 피로해할 일판' 외에 미국 대선 국면을 염두에 두고 적절한 시점에 미국을 향한 전략적 도발을 할 가능성도 나온다. 3000t급 신형 잠수함 진수 공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이 그것이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강조해온 북한이 미국 대선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전략적 도발을 할 경우 오히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만들어 준다는 점에서 당분간 자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부, "정상합의 이행 원칙 변함 없어"=한·미 양국은 북한의 입장이 '김여정 담화'를 통해 전달된 점에 주목하고 그의 위상 변화와 그 무게감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대북 전단을 북측이 특별히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문제라는 점을 유의하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판문점 선언을 비롯한 남북 정상이 합의한 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간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전했다.
 
정용수·이유정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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