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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편집국장 레터] 증세, 떳떳하게 논의해보시죠

기자
김종윤 사진 김종윤
 독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중앙SUNDAY 편집국장 김종윤입니다. 올해와 내년엔 큰 폭의 재정 적자가 불가피한 분위기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정부가 나랏돈을 대거 풀기 때문입니다. 이 돈을 마련하려면 세금을 더 걷거나 빚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납세자로부터 세금을 더 걷으려니 저항이 부담됩니다. 국회에서 법을 고쳐야 합니다. 굳이 힘든 길 갈 필요가 없죠. 손쉽게 빚 내는 쪽을 선택하는 게 정해진 수순입니다.  
 4일 오전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 자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이를 옮기고 있다.정부는 단일 추경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뉴스1

4일 오전 정부가 제출한 3차 추경안 자료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 도착해 관계자들이 이를 옮기고 있다.정부는 단일 추경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경안을 이날 국회에 제출했다. 뉴스1

 
정부는 지난 3일 총 35조3000억원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습니다. 예산의 3분의 2인 23조8000억원을 국채를 발행해 조달하기로 했습니다. 빚을 낸다는 얘기죠. 국내총생산(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로 높아집니다. 일부에서는 빚을 너무 많이 낸다고 비판하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못합니다. 성장 엔진이 차갑게 식기 전에 일단 연료를 공급해 엔진을 가동해야 한다는 주장이 억지가 아니니까요.    
 
기축통화국도 아닌데 나랏빚이 많으면 경제 위기 때 더 위험해진다는 말, 맞습니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높은 단계를 유지하는 이유의 하나도 건전한 재정 때문이지요. 이 대목에서 질문이 나옵니다. “나랏빚은 어느 정도가 적합한가.”
 
하버드대 케네스 로고프 교수와 카르멘 라인하트 교수는 2010년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이 90%를 넘으면 경제 성장이 둔화한다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의 영향력은 컸습니다. 빚이 많았던 남유럽 국가들은 재정위기 때 나랏빚을 줄이기 위해 지출 삭감과 세금 인상을 동반하는 긴축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두 교수가 과거 데이터를 계산할 때 엑셀을 잘못 돌려 오류가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90%라는 숫자의 근거가 깨진 것이죠. 한국에서는 한 때 GDP 대비 정부부채 비율 40%가 마지노선처럼 여겨졌습니다. 이게 이번에 무너졌고요. 일부 학자는 유럽연합(EU)의 재정준칙을 내세워 60%가 한계선이라고 주장하지만, 이 또한 근거는 없습니다.  
 
2000년 이후 추경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2000년 이후 추경 규모. 그래픽=신재민 기자

핵심은 숫자가 아닙니다. 경제가 바닥으로 추락할 때 나랏돈 씀씀이를 늘리는 건 쉽습니다. 명분이 확실하고 정치적 합의 또한 어렵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후가 문제입니다. 빚을 갚지 못하면 파산합니다. 나라 곳간을 다시 채우는 일, 곧 재정 정상화가 다음 과제인데 문재인 정부는 어떤 청사진을 그리고 있나요.  
 
국가재정법 86조는 이렇습니다. “정부는 건전재정을 유지하고…국가 채무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빚내서 급한 불 끄겠다고 나설 때는 이 빚을 향후 어떻게 갚겠다는 계획까지 나와야 합니다. 단순히 마중물 부었다고 일 다 한 거 아닙니다. 써버린 마중물을 어떻게 보충할지에 대해서는 왜 입을 열지 않나요.   
 
경제가 좋아져 생산과 소비 등이 활기를 띠면서 세수가 늘어나는 게 가장 좋은 시나리오입니다만 장담할 수 없습니다. 지금 추세로 봐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다른 방안은 재정 지출을 줄이거나 세금을 올리는 것입니다. 이미 씀씀이가 정해졌거나 커진 상태에서 지출을 줄이는 건 사실상 힘듭니다. 
 
결국 증세는 피할 수 없는 길로 보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증세를 언급하지 않습니다. 미리 갈등을 일으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겠지만 당겨 쓴 돈의 청구서는 반드시 돌아오게 돼 있습니다. 
 
국채를 발행해 빚을 내면 부담은 미래 세대의 몫이 될 겁니다. 반면에 증세를 하면 현세대가 부담을 짊어집니다. 일시적 재정 소요는 국채로, 장기적으로 재정이 필요하면 조세로 충당하는 게 재정운용의 기본입니다. 어느 쪽을 선택할 겁니까. 증세 논의, 민감하지요. 피한다고 해법이 나오지 않습니다. 토론 테이블에 올려 납세자에게 의견을 물어보세요. 그게 떳떳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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