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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폭행범 석방 판사 1200자 사유…일각 "아름다운 말장난"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 이모(32)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 이모(32)씨가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심사를 받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법원이 ‘서울역 묻지마 폭행’ 피의자 이모(32)씨에 대해 “체포 과정이 위법했다”는 이유로 구속 영장을 기각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석방된 이씨의 재범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크다.
 
김동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4일 이씨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씨의 범죄 성립 여부·구속 수사 필요성 등을 떠나 이씨를 체포하는 과정이 위법했다는 이유에서다. 경찰이 체포영장을 발부받지 않고 긴급체포를 했는데, 긴급체포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긴급체포를 위해선 증거인멸·도망 우려가 있는 동시에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경찰은 체포 직전 이씨의 신원과 주거지, 휴대전화 번호 등을 모두 파악한 상태였다. 당시 이씨는 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증거인멸·도망 우려가 없고, 체포영장을 발부받을 시간적 여유도 있었다는 게 법원 지적이다.
'서울역 묻지마 폭행' 범행 장소. 중앙포토

'서울역 묻지마 폭행' 범행 장소. 중앙포토

경찰 “극단 선택 우려 있었다”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할 때 언론에 공개하는 기각 사유는 50~100자 수준으로 짧다. 하지만 김 부장판사는 1200자 가까이 썼다. 여론의 비판을 예상하고 상세히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는 의미다.
 
수사를 주도한 국토교통부 철도특별사법경찰대는 5일 보도자료를 내고 “체포 당시 이씨가 주거지에 있는 것을 확인한 뒤 문을 두드리고 전화를 하였으나 휴대전화 벨소리만 들리고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데다 도주와 극단적 선택 등의 우려가 있어 불가피하게 긴급체포했다”고 해명했다.
 
법조계에선 “경찰 해명이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씨가 극단적 선택을 할 우려가 있었을 수 있지만, 긴급체포를 정당화하는 사유는 아니라서다. 도주 우려에 대해서도 이씨가 집 안에 있었고 경찰이 포위하고 있었을 텐데,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경찰 내부에선 “빨리 이씨를 잡으라는 여론에 떠밀려 성급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철도경찰. 연합뉴스

철도경찰. 연합뉴스

“재범 우려해 구속했어야”

전문가 중에선 김 부장판사의 결정에 아쉬움을 나타내는 의견도 있다. 경찰 체포 과정이 위법했을 수 있지만, 구속 심사에서 중점을 둘 사안은 아니었다는 이야기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씨가 체포적부심을 청구했을 때였다면 법원의 불법 체포 지적은 매우 적절할 것”이라면서도 “구속 심사였기 때문에 체포의 적법성보다는 범죄의 중대성이 크고 재범 우려가 크다는 점에 집중해 구속 영장 발부를 해야 했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법원은 불법 체포에 기초한 구속 영장이기 때문에 기각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불법 체포일지라도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는 게 김 교수의 분석이다. 체포 여부와 관계없이 구속 영장을 청구할 수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체포와 영장 발부를 분리해 판단해야 한다는 뜻이다.
 
피해자 가족은 SNS를 통해 “이씨를 풀어준 법원 때문에 우리는 두려움에 떨게 됐다”고 호소했다. 김 부장판사가 “한 사람의 집은 그의 성채인데, 비록 범죄혐의자라 할지라도 주거의 평온 보호에 예외를 둘 수 없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선 “최근 본 문장 중 가장 황당하다”고 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아름다운 말장난” 등의 반응이 나왔다.
 
정신질환을 앓는 것으로 알려진 이씨가 불구속 상태로 유사 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지방에서 보호자의 보호 아래 있다”고 말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재범 우려가 큰 만큼 이씨의 주거지를 경비하는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가족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이씨를 강제 입원시키는 등의 격리 조치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민중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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