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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쇄기 끼어 숨진 장애인···회사는 홀로 일 시키고 "본인 과실"

고(故) 김재순씨가 지난달 20일 파쇄기에 올라가 혼자 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이틀 뒤 같은 작업을 하다가 파쇄기에 끼어 숨졌다. [사진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고(故) 김재순씨가 지난달 20일 파쇄기에 올라가 혼자 작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이틀 뒤 같은 작업을 하다가 파쇄기에 끼어 숨졌다. [사진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

파쇄기에 홀로 올라간 청년 장애인

지난달 22일 오전 9시 45분 광주광역시 하남산단의 한 폐기물처리업체. 한 청년 작업자가 합성수지 파쇄기에 올라가 작업을 하던 중 기계에 빨려 들어가 숨졌다. 조사 결과 그는 파쇄기에 걸린 폐기물을 제거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슈추적]
고 김재순 진상조사단, ‘중간보고서’ 발표
‘2인1조’ 원칙인 고위험 업무 홀로 수행
업체 측 “자기과실”…CCTV엔 반대 증거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작업장) 사수가 없는 상태에서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가 자기 과실로 숨졌다”고 주장했다. 파쇄기 가동이나 파쇄 업무 자체가 사망한 작업자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폐쇄회로TV(CCTV)에 남아 있는 평소 작업 모습은 업체 측의 해명과 달랐다. 당시 사망한 고(故) 김재순(26)씨는 사고 전부터 일상적으로 파쇄기를 돌려 작업을 해온 것으로 드러나서다. CCTV에는 ‘2인1조 작업’이 원칙인 굴삭기 같은 중장비를 운영 중인 공장인데도 대부분 혼자 작업을 하는 모습도 담겼다.
 
 ‘고 김재순 노동시민대책위원회 진상조사단’은 4일 이런 내용이 담긴 ‘산재사망 사고 진상조사 중간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김씨는 지적장애를 갖고 있으면서도 2인1조가 원칙인 고위험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했다. 사고가 난 파쇄기의 투입구에는 덮개가 없었으며, 작업 발판과 안전장치 등도 갖춰지지 않았다.
 
산재 사망사고로 숨진 고(故)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4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고(故)김재순씨 분향소를 찾아 조화를 놓고있다. [뉴스1]

산재 사망사고로 숨진 고(故)김용균씨의 어머니 김미숙씨가 4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 마련된 고(故)김재순씨 분향소를 찾아 조화를 놓고있다. [뉴스1]

작업장 곳곳서 산업안전법 위반

 진상조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김씨 사망사고와 관련해 CCTV와 업체 등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결과 수십 여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드러났다”며 “고인이 산업안전보건법의 사각지대에 몰려 사고를 당했다는 점에서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라고 주장했다.
 
 진상조사단은 또 “조사 내용을 종합하면 고인은 평상시 해오던 ‘파쇄기 가동 및 점검’ 작업을 하던 중 사고를 당했다”며 “업체 주장처럼 ‘시키지 않은 일을 하다 숨진 것’이 아니라 평소 업무를 하다 사망한 것”이라고 했다.
 
 김씨가 일하던 업체는 2014년에도 같은 사망사고가 있었음에도 안전난간이나 덮개 등 안전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업체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등 혐의로 조사 중이다.
 
4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故) 김재순씨 산재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단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뉴스1]

4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오룡동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청년노동자 고(故) 김재순씨 산재사망 사고 관련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단이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증거로 제시하고 있다. [뉴스1]

재해기업 처벌 강화로 제2의 김재순 막아야

 업체 대표는 경찰에서 “사고 예방교육 미실시나 안전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과실이 있다”고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씨의 사망은 업체의 지시가 아닌 김씨의 과실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을 고수함으로써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진상조사단이 꾸려졌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장은백 변호사는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고(故) 김용균씨가 사망한 후로 안전규제가 강화됐음에도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는 여전히 많다”며 “중대재해가 발생한 기업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함으로써 ‘노동자가 숨져도 기계는 돌아가는’ 산업현장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광주광역시=최경호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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